신규 지주회사들을 주목하라(3)

 

우봉래 외부필자

 

 

많은 사람이 참여한 파티에서 케이크를 나누다보면 케이크 위에 장식된 초콜렛이나 딸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때가 있다. 원하는 사람은 많은데 양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케이크 자르는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이다. 케이크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은 그 막강한 권한으로 자신이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서 가져갈 수 있다.

그런데 지주회사 분할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대주주는 신규 지주회사 설립시에 분할의 시기와, 분할의 비율을 결정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칼을 쥐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재료와 양념까지 선택할 수 있는 전문요리사인 셈이다.

잘 생각해보면 지주회사 제도가 대주주에게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기업이 3:7 비율로 지주회사-사업자회사 분할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이제 대주주는 자회사 지분을 팔고 지주회사만 보유하면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기에, 대주주가 그룹 지배를 위해 필요한 지분은 이전보다 70%나 감소하게 된다.

또한 대주주는 자신이 원하는 부분을 가져가게 된다. 지주회사-사업자회사 분할에서 지주회사는 "투자사업부"를 가져가며, 사업자회사는 나머지 전 사업부로 설립되게 된다. 언뜻 지주회사는 핵심 사업부에서 남은 떨거지 사업부를 가져가는 걸로 보인다.

그런데 "투자사업부"는 일반적인 사업부가 아니다. "투자사업부"는 지금까지 회사에서 벌어들여 쌓아놓은 비영업 자산들, 즉 현금과 부동산 및 자회사 지분들을 가져가겠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다. 대주주는 그룹 지배 안정과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자신이 소유할 지주회사에 최대한 현금과 부동산을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기업이 지금까지 쌓아온 부채는 사업자회사가 최대한 짊어지게 된다. 사실 법적으로 지주회사는 부채비율 100%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를 사업자회사에 몰아줄 명분도 충분하다.

이제 대주주는 지주회사라는 요리를 자신이 원하는 재료를 사용해서 먹기좋게 썰어담은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렇기에 대주주는 지주회사의 주가가 상승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최근 이슈인 SK-SK에너지 분할을 예로 들어 보자. SK의 1대주주는 "SKC&C"라는 법인이지만, 여기서는 편의상 대주주의 모든 관계인 지분을 합쳐 "C회장"으로 표기하려 한다.

먼저 SK의 주식 분할 비율은 SK 0.29 : SK에너지 0.71으로 이루어질 계획이다. 대주주인 C회장의 보유지분은 합계 12.7%이며 분할 전 SK의 자사주는 17.3%이다. 그러면 분할 전과 분할 후의 SK지분구도는 이렇게 변할 것이다.

분할 전 : SK - C회장(12.7%), 자사주(17.3%)
분할 후 : SK(지주회사) - C회장(12.7%), 자사주(17.3%)
SK에너지(사업자회사) - C회장(12.7%), 지주회사 SK(17.3%)

분할 결과 C회장은 사업자회사 SK에너지에 대해서는 보유주식과 지주회사의 지분 합으로 30%를 소유하여 안정적인 경영권유지가 가능하다. 그런데 지주회사를 보자.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C회장의 의결권은 원래 보유하고 있던 12.7%에 그친다.

이제 C회장은 그룹의 지배권이 걸려있는 지주회사의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C회장은 어떤 방법을 취하게 될까?

여러 방법들이 거론되지만, 대주주에게 가장 효율적이며 자주 행해지는 방법은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교환이다. 지주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하고, 그 대금을 경영진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회사 주식으로 납부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대주주는 필요 없어진 사업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에 넘기면서 지주회사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대주주는 별도의 거래와 비용부담 없이 지주회사와 자회사 모두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주식교환 후 지주회사의 시가총액과 유동성이 상승하기에 지주회사의 저평가를 해소할 수도 있는 일석삼조의 방법이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SK 유상증자 후의 지분 구조는 이렇게 될 것이다.

주식교환 후 : SK(지주회사) - C회장(12.7%+신주 ???%), 자사주(17.3%)
SK에너지(사업자회사) - 지주회사 SK(30.0%)
(자사주 관련, 신주 발행비율만큼 기존 주식은 희석되나 편의상 기존 주식량 그대로 표기)

지주회사 SK는 유상증자의 대가로 SK에너지 주식을 C회장에게 양도받아 SK에너지의 30%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로 표시한 C회장이 새로 받게 될 지주회사 SK 신주의 양이다.
C회장이 받을 수 있는 신주의 양은 지주회사의 신주발행가격이 낮고, 사업자회사 주식의 매수가격이 높을수록 많아지게 된다. 대개 자회사의 매수가는 당시 시가보다 5% 정도 높게 산정되고, 지주회사 신주 발행가는 평균가격에서 10% 할인율을 적용하게 된다.

이제 결론은 간단하다. C회장에게 있어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분할 후 주식교환 전까지, 지주회사 SK의 주가가 급락하고 사업자회사 SK에너지의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C회장이 보유한 SK에너지 지분을 최대한 높은 가격에 지주회사 SK에 넘김과 동시에, 최대한 낮은 가격에 지주회사 SK의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칼럼 지주회사(1),(2)에서 살펴봤듯이 대부분의 지주회사는 소외되고 사업자회사 쪽이 주목받기 때문에 대주주는 가만히 있어도 유리한 입장이다. 하지만 대주주가 통제할 수 없는 환율이나 유가 등의 외부변수로 자회사 실적이 악화되면서, 자회사도 지주회사와 함께 소외받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방법이 있다. 자회사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지주회사로 하여금 자회사의 주식을 계속 매수하게끔 하는 것이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 분할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할 필요가 없는 기업도 일단 분할하기만 하면, 추가 비용없이도 대주주의 지분율을 상당히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든 분할 계획과 정보를 공정하게 공시하고, 모든 주주에게 평등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법적인 시비가 붙을 일도 없다. 대주주는 단지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할 뿐이다.

이러한 대주주의 이해관계는 지주회사가 저평가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물론 대주주 역시 신이 아니기에 지주회사 주식의 최저가에 주식교환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반드시 대주주의 주식교환 일정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다만 지분교환 전까지는 대주주에게 긍정적인 발언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이 글을 읽고 여러분들이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제 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 중에 어느 쪽에 투자해야 할 지 헷갈리기 시작할 것이다. 다음 글에서 두 회사의 투자 매력을 비교해보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