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은 주식투자에 관심은 있으나 아직 투자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가장 처음에 묻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비록 단순한 내용이지만,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투자가들의 투자철학을 구분지을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무엇이 가장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투자가마다 여러 대답이 나올 것이다.
“냉정하게 기업 가치를 파악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판단력”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선견지명”
“패닉에 휩싸이지 않는 인내심과 평정심”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는 과감함과 대중과 반대에 설 수 있는 용기” 등등.
하지만 만약 누군가 내게 같은 질문을 던져 온다면, 나는 무엇보다도 주식투자에서 중요한 첫 번째로 “체험과 탐방”을 꼽겠다. 체험과 탐방은 말 그대로 발로 뛰며 기업 정보를 긁어모으는 노력이다.
어째서 체험과 탐방이 중요한가?
그 이유는 위에서 나온 모든 대답들에는 그 근거가 되는 정보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논리없는 판단은 맹신일 뿐이며 근거없는 과감함은 만용일 뿐이다. 시장의 패닉 상태를 겪어본 투자가라면 동감하겠지만 기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인내심은 결코 발휘되지 않는다.
체험과 탐방은 그러한 정보를 얻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며, 또한 그 정보에 확신을 가지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아무리 신빙성 있는 방송사의 뉴스 정보라도 투자가 스스로의 눈에는 미치지 못하는 법이다.
기업의 과거 성적으로 기업을 분석하는 재무분석 역시 중요하다. 우리의 선배 주식 투자가들은 기업을 분석하기 위해 매년 발간되는 기업의 연차보고서를 증권사에 부탁해 배송받아 열심히 뒤적거리며 주가 차트를 손으로 그려왔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클릭 한번으로 기업들의 재무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최근 대부분의 증권 사이트와 HTS는 주가, 재무차트를 지원하고 투자지표들을 서비스한다.
여러분들이 굳이 투자자본수익률(ROIC)같은 읽기만 해도 혀가 꼬이는 재무분석 방법들을 배우는 데 머리 아프게 시간을 쏟지 않아도, 여러 전문가들이 알아서 그 정보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공짜로 말이다. 관심 기업 한 곳의 최근 주가 변동과 수익의 변동, 과거 증자 내역, 매출액, 성장률, PER, PBR, ROE,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등을 훑어보는데 이제는 30분~1시간이면 충분하다.
따라서 시간이 부족한 개인투자가는 재무분석에는 전문가를 최대한 이용하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대한 정보를 직접 발로 뛰며 수집하는 것이다. 이 고전적인 방법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수많은 난관으로 인해 이를 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대개 하루 15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그 중에 9시간 정도를 정기회의, 펀드매니저와의 회의, 국제간 회의(런던, 뉴욕, 홍콩 등등)로 보낸다고 한다. 회의 준비할 시간과 보고서 쓸 시간을 감안하면 시시한 중소기업까지 탐방을 가볼 시간이 거의 없다.
그러나 개인투자가는 그 시시하게 보이는 중소기업을 생활 속에서 전문가보다 훨씬 빨리 발견할 수 있다. 애초에 하루 15시간 일하는 전문가가 온라인 게임, 여행, 홈쇼핑, 케이블 TV, 할인점과 동네 슈퍼마켓 등을 제대로 접할 기회가 있다면 희귀한 일일 것이다.
내가 펀드를 평가할 때 펀드매니저들의 과거 수익률 보다도 얼마나 펀드매니저가 탐방을 다니는지 알아보기를 즐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례로 저평가된 가치주에 투자하는 벤자민 그레이엄 식 투자가로 널리 알려진 이채원 펀드매니저 역시 기업을 하나 편입하기 위해 탐방을 열 번 이상 해왔다고 하지 않은가? 거저 나오는 성과는 없는 법이다.
체험과 탐방이라고 해서 너무 귀찮은 일이라 생각하지는 말자. 체험은 우리 생활속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며 탐방 역시 기자들이 인터뷰하듯이 CEO에게 찾아가서 질문할 필요까지는 없다. 남양유업의 17차가 잘 팔리고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편의점 주인에게 가장 잘 팔리는 음료에 대해 질문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히트 상품과 서비스는 현재 소비자에게 잘 팔리고 있기 때문에 히트한 것이며, 그렇다면 우리 역시 충분히 체험할 수 있지 않은가?
"탐방은 반드시 기업의 본사를 찾아서 IR담당자를 만나..." 따위로 할 필요가 없다. 탐방의 목적은 기업의 현재 돌아가는 모습을 정확히 보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굳이 형식에 구애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정식 방문에서 좋은 정보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탐방기회가 생기면 그 회사 자체는 분위기와 실태만 보고, 직원분들에게는 해당 업종보다 관계 업종 기업들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는 것이다. 부동산 업자에게 어느 은행이 가장 대출을 잘 해주느냐를 물은 다음, 은행에 가서 직원들에게 어떤 부동산에 대한 대출이 가장 많으냐고 물으면 양 산업간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대강 구도가 잡히지 않는가? 내 경험으로는 이런 간접적인 질문이 은행에 가서 대출 중 부동산 비중이 얼마냐고 물으며 위험관리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직접 묻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주식투자를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우리 주변에서 투자정보가 의외로 넘쳐난다는 것이었다. 거의 없을 거라 생각했던 탐방 기회도 생각보다 자주 찾아왔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투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투자 정보라고 느끼지 못하는 것 뿐이었다. 평소 다니던 길에 태평양과 하나투어의 대리점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분석가의 레포트보다 내게 확신을 주었다. 약간 색다른 투자가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접하며 그 정보들을 건지려 노력을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