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경제란을 읽다보면 매달 “우량주에 장기투자하는 것이 정답이다” 또는 “투기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우량주를 매수하라” 등의 기사를 보게 된다. 프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증시에 쏟을 시간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는 우량주에 장기투자를 하는 것이 주식투자 최선책 중 하나라는 사실에 이의를 달 전문가는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치투자법에서 이야기하는 “장기투자 우량주”와 신문 및 일반투자가들이 생각하는 “장기투자 우량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문에서 장기투자를 위한 우량주로 추천하는 종목들 및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우량주들에는 별 생각없이 장기보유할 경우 투자자에게 큰 피해를 끼칠 수도 있는 기업들이 다수 섞여있다. “우량주”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마음을 놓고 장기보유할 수 있는 주식을 의미한다면, 이 기업들은 우량주에 해당하지 않고 장기보유시 투자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가능성도 있는 기업들이다.
먼저 IMF 이전 우리나라 증시처럼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상태와 수익성에 관계없이 기업의 크기로 우량주를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 과거 대마불사(大馬不死) 우량주로 손꼽히던 대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차입금과 분식회계, 적자 사업부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정부의 압력과 보증으로 절대 망하지 않는다던 주요은행들 역시 그러한 대기업들과 함께 투자가들에게 무수한 피해를 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의 국내 대기업 상당수는 재무상태가 건전하고 투자자들 역시 예전보다 신중해졌기에, 이런 불행한 경우는 이제는 많지 않다.
그러나 장기투자로 접근해서는 안 되지만 장기투자 대상 우량주로 오해받는 주식들이 있다. 흔히 경기변동주 또는 경기민감주라고 불리는, 영위하고 있는 사업의 경기에 민감한 회사의 주식들이다. 이 기업들은 대체로 주기적인 경기변동에 따라 호경기일때 막대한 이익을 내지만, 불경기에는 볼품없는 이익을 내거나 큰 손해를 보는 기업들이다. 경기변동주의 주가 역시 실적예상에 따라 주기적으로 오르락내리락 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경기변동주에 투자할 때에는 해당 산업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타이밍을 파악해야 한다. 대개 경기변동기업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기업인 경우가 많아 흔히 우량주로 착각되지만, 경기변동의 꼭지점에서 경기변동주를 매수하고 우량주 장기투자를 시도한다면 경영자가 기업을 성실하게 운용하고 있음에도 제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실적과 주가에 좌절감을 느낄것이다.
이러한 주기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산업군은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LCD, 해운, 자동차, 조선, 건설 등이다. 이 산업들은 초기 투자비가 높고 각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간의 격차가 적기 때문에 원가율과 규모로 승부가 갈린다. 자동차, 조선, 건설업의 경우는 비록 제품간의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의 교체주기가 길고 수요가 주기적으로 움직여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경기변동 산업군에서는 생산확대를 위해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 현상이 자주 나타나며, 반대로 감산비용도 크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공급과다 현상 역시 자주 일어난다. 따라서 이 기업들은 호황기에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여 불황기를 버텨나가는 수익구조를 가지며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하느냐에 따라 급속히 성장하기도 하고 급속히 몰락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경기변동 기업중에서 실제 우량주라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이 가지지 못한 강력한 독점력을 가진 소수 기업들뿐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기변동과 상관없이 렉서스 브랜드 자동차는 도요타에서밖에 만들 수 없고, 몇몇 거대 석유화학 회사는 고유 기술과 특허로 경기변동을 이겨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경기변동주에 투자하는 투자자는 경기변동에 대해 최소한의 전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약 경기변동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장기투자를 할 생각이라면 경기변동주는 최대한 피하는 것이 이롭다.
이러한 경기변동주들의 변덕스러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상당수는 경기변동에 민감한 자본집약적 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 경기변동주들을 제외하면 투자 대상이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게다가 경기변동주는 해당 산업의 불황기에 매력적인 가격으로 주가가 내려가기 때문에 높은 수익을 안전하게 거둘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노력하는 투자자라면 도전할 가치가 있는 분야이다.
결국 경기변동주를 다루는데 중요한 것은 투자자가 해당 기업의 주식을 다루는 태도와 경기에 대한 판단력, 그리고 현재업황과 미래업황에 대한 탐구노력이다. 경기변동주는 투자자가 그 주식을 마치 우량주처럼 다루면서 기업의 업황에 신경을 전혀 신경쓰지 않을 때 위험해질 뿐이며 연구를 충분히 한 투자자에게는 우량주보다 더 안전한 투자대상일 수 있다. 이제는 지금까지 “우량주”라고 생각해왔던 기업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