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래 외부필자

 

 

TV 뉴스를 보면 파업관련 뉴스가 매 년 꼭 등장한다. 비록 파업이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적으로 보장받는 권리라고는 하지만, 우리 투자자들은 파업이 기업에 미치는 손해를 계산할 때마다 가슴에 말뚝이 박히는 기분이다. 엄청난 자본으로 지은 거대공장을 교대로 끊임없이 돌려야 수지가 맞는 대기업에서 파업은 치명적이다.

그런데 상장기업 가운데서 노사분규가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창사 이후 무분규 기업이 많으며 노사간 사이가 나쁜 기업들이 오히려 소수임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우량 기업중에서도 노사간 분규가 심한 기업은 거의 없다.

사실 노사관계는 경영의 질을 판단하는 가장 간편하고 합리적인 수단이다. 먼저 주식회사의 구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에서 경영진을 선임해서 회사를 꾸려나가는 구조이다.
그리고 상장회사의 경영진은 일반직원에 비해 아주 많은 봉급을 받고 그 봉급을 지불하는 건 결국 주주들이다. 주주들이 경영자들에게 높은 봉급을 지불하는 이유는 뛰어난 경영진은 높은 봉급을 받을 값어치가 있고 뛰어난 경영진이 희귀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경영자들로 인해 최고의 회사들이 망한 사례는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원하는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 신기술개발이나 시장확대일까?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기술팀이나 마케팅팀의 실무진들에게 주어지는 임무이다. 결국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원하는 건 사원들의 관리와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영진의 실력 발휘를 통해 회사의 성과를 1+1=2라는 평범한 결과에 그치는 게 아니라 1+1=3 이라는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은 첫 단추부터 삐걱거린다. 노사분규는 대부분 노사간의 신뢰 부족에서 시작된다. 노사분규의 원인이 노, 사 어느 쪽에 있건 간에 경영진은 노사의 신뢰관계를 만들고 기업을 이끌어갈 책임이 있다.

파업이 장기간 일어나는 사업장의 경영 능력을 높게 평가할 수는 없다. 노동자와 회사가 서로 신뢰하지 않는 가운데서 장기적인 경영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지 노사간에 사이가 나쁜 것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부도가 나서 현대차 그룹에 인수되기 전의 기아자동차에서는, 노동조합에서 전문경영인의 비리 증거를 가지고 있었으나 사태를 개선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노동조합에서 경영진의 약점을 협박하여 원하는 걸 얻어내곤 하였다.

그 결과는 최대규모의 파멸이었다. 기아자동차는 국민 혈세를 퍼부어 회생할 수 밖에 없었고 채권단은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7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탕감해 주어야 했다. 수많은 종업원들이 회사를 떠나야했음은 물론이다. 불투명한 경영이 낳은 비극이다.

게다가 이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사원의 불만과 분노가 회사 내부에만 머무르는데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나라에까지 퍼지게 되는 시대이다. 이랜드그룹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개정될 때 정규직화로 인한 비용증가를 막기 위해 비정규직 750명을 회사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랜드 파업사태가 100일을 넘어가고 언론의 화제가 되면서, 750명의 월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기업이미지 손실을 입고 말았다. 특히 소비자와 직접 접해야하는 유통업이 그룹의 주력이기에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장기간 이어질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비상장기업이기에 망정이지 상장기업이었다면 수많은 주주들의 속을 태웠을 것이다.

물론 경제와 기업은 흥망성쇠를 반복하기 마련이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건전한 구조조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이런 기업은 노사간의 신뢰가 두터웠더라도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노사분규가 극심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인 기업들은 주가가 아주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에 좋은 투자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이 좋은 투자대상이 되는 건 주가가 가치보다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고 경영진이 경영을 잘 해서는 아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노사관계가 험악한 기업들의 경영자들이 오히려 대중매체의 주목을 받는다. “과감한 인력감축을 통한 놀라운 효과!” “원칙을 통한 굴복하지 않는 뚝심경영” 등이 대중매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미사여구이다.

하지만 대부분 단기적인 효과는 화려하지만 장기적으로 그 효과가 유지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정작 칭찬받아 마땅할 수십년간 무분규 기업들의 경영진은 화려하지 않아 기사가 될 내용이 없어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이런 주목받지 못하는 조용한 경영진들이야말로, 우리가 제대로 높은 평가를 매기고 회사를 맡겨야 할 경영진들이다.

기업의 질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나의 투자 원칙은 간단하다. 노사분규가 활발한 기업에는 노사분규가 없는 경쟁기업에 비해 30%이상 저렴하지 않으면 관심을 두지 않는다. 노사관계가 좋지 않은 기업은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경영진의 능력을 의심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기업에 비해 더 많은 분석을 요구하게 되고, 그 분석을 할 시간에 경영진의 능력이 입증된 무분규 기업에 투자하는게 낫다. 노사관계를 한번 훑어보는 것 만으로도 CEO의 능력, 조직문화, 기업이미지 등을 한 번에 가늠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질을 알고 싶다면 노사관계부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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