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봉래 외부필자

 


강세장이 연이어지고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 서브프라임 모기지, 중국발 조정 등 여러 해외 이슈들을 묻어버리고 어느새 1800을 넘었다. 덕분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도통 소용이 없는 해외변수 보다 국내의 신용잔고로 쏠리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이 신규 신용매수를 금지하면서 낮아지고는 있지만, 강세장에 힘입어 국내 증시는 거래대금과 신용잔고 모두 7조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신용거래를 미수거래 폐지의 대체품정도로 생각했던 증권사에게는 횡재나 다름 없었다.

이런 신용매수 열기에서 보듯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하여 레버리지(Leverage) 효과를 누리는 건 투자자들에게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이다. 그토록 시들지 않는 부동산 투자의 인기도 전세금을 이용한 지렛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레버리지를 써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의 사용 여부 보다 우선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은 투자자 개인의 대여능력(크레딧 점수)과 레버리지의 조건이다. 연이자 5% 의 특별 지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A와 연이자 66% 의 사채만 가능한 B 모두에게 일괄적으로 대출을 하라 또는 하지말라고 말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세계 최고의 투자가 워렌 버핏은 언제나 투자가들에게 '빚내서 주식투자 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대신 버핏의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업을 상당부분 소유하고 있다.

보험업은 계약자의 돈을 맡아 미래에 지급하기로 하고, 그 동안 타인의 자본을 사용해서 이익을 내는 업종이다. 그런데 보험계약자가 중도상환을 요청할 때는 만만치 않은 위약금을 내야하기에 상환기간이 아주 길고 이율도 저렴한 자본대여이다. 이런 자본사용은 나쁠게 없으며, 레버리지가 꼭 빚으로만 이루어질 필요도 없다.

그럼 이제 반대로 조건이 나쁜 레버리지의 경우를 보자. 대출의 이율이 높으면 이자를 견딜 수가 없고, 상환기간이 짧으면 그 짧은 기간 동안 주가가 상승하도록 하늘에 운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주가의 예측은 몇 년 후라면 그럭저럭 가능하지만 몇 달 후 주가를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신용매수는 투자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레버리지 방법이다. 담보대출이고, 이자가 낮은 편도 아니며, 상환기간을 최대한 연장해도 6개월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주식 담보는 부동산 담보와 달리, 증거금 미만으로 주가가 내려가면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전화 한 번 건 후에 즉시 매각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불리한 줄 알면서도 기회에 눈이 멀어 신용매수를 남발하고 있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세상에 넘쳐나며 따라서 저금리/장기의 좋은 자본대여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가치투자자가 레버리지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두 가지를 염두해 두어야 한다.

첫째, 가치투자자는 레버리지 수익률을 포트폴리오 수익률에 포함시키지 않는 걸 추천한다. 가치투자자가 포트폴리오 수익률을 측정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의 종목 선택 능력을 시장이나 다른 사람과 비교해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레버리지를 수익률 계산에 포함시키면 종목 선택을 어떻게 했는지보다 레버리지를 어떤 조건에, 어느 시점에 사용했는가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하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자신의 종목 선택과 상관없이 주가의 등락에 따라 공포감을 평소보다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는 결국 나쁜 투자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둘째, 타인이 레버리지를 시도하는 걸 자랑하고 있을 때는 레버리지를 자제하는 게 좋다. 원래 투자할 돈이 부족하다는 건 안타깝거나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랑이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면 장기 투자자의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좋지 않은 신호이다. 여기서 고백하지만 글쓴이의 경우 모임에서 레버리지 자랑을 들으면 집에 돌아간 후 레버리지를 청산할 준비로 여념이 없곤 한다.

레버리지는 양날의 칼이다. 특히 너무 빨리 부자가 되려 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칼이다. 신중하게 사용하거나 아니면 그냥 칼집에 꽂아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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