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배당기산일이 지나가고 2007년의 투자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여러번 주주총회에 참여하신 노련한 투자가분들도 계시겠지만, 올해 처음으로 주총초대장을 받으신 분들도 상당히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처음으로 주주총회에 참가하는 분들을 위해 주주총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금 적어보았습니다. (라기보단, 웃자고 쓴 글입니다. -_-a)  다만 기업에 따라 진행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유의해 주세요.


필수 준비물 : 신분증, 주주총회 초대장

선택 준비물 : 휴대용 게임기, 다과, 읽을 책 (필수는 아니지만 추천)


< 0단계 > : 준비

  먼저 주주총회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시작합니다.  늦으면 좌석이 없을 때도 있으니 늦지 않게 주의하세요.  주주총회장에 도착하시면 직원들이 신분증과 주주총회초대장을 검사한 후 주총장 안으로 들여보내줍니다.  영업보고서를 한 부 받을 수 있습니다.  회의장에는 보통 다과가 준비되어 있으며 기념품을 줄 때도 있습니다.  다과를 최대한 많이 챙겨갑시다.  챙겨가지 않으면 나중 단계에 후회합니다.


< 1단계 > : 인사말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작으로 CEO가 주주에 대한 인사말과 한 해 경영성과를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사실 주주총회에 참여하시는 여러분이라면 이미 다 아는 내용이라 매우 지루하고 마음을 놓기 쉽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어떤 주주가 끼어들면서 “의장!” 이라고 큰 목소리로 강렬하게 소리칩니다.  처음 들으시는 분은 놀라실 수 있지만, 일부러 그 타이밍에 소리치는 거니 놀라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 주주는 우렁찬 목소리로 꽤 길게 말하지만, 내용을 요약하자면 “표결은 박수로 간단히 대체합시다. 찬성하는 주주님 모두 박수~”입니다.  여기서 허무한 감정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편하자고 하는 거니 딱히 반대할 이유도 없습니다.  열심히 아까 가져온 다과를 드시면 됩니다.


< 2단계 > : 감사보고 1

  이제 회사의 1년간의 재무제표를 주주들에게 승인받는 절차입니다.  CEO가 이미 나눠준 영업보고서를 토대로 주주들에게 승인 여부를 묻습니다.  CEO의 말이 끝나자 마자 “의장!” 이라는 큰 목소리가 세 군데 정도에서 동시에 나옵니다.  역시 놀랄 필요 전혀 없습니다.

  먼저 첫 번째 주주 역시 큰 목소리로 길게 말합니다.  요약하면, “찬성합니다.” 입니다.

  두 번째 주주 역시 큰 목소리로 길게 말합니다.  요약하면, “동의합니다.”입니다.

  세 번째 주주가 “제청합니다” 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들으셨다면 그 허무함에 못이겨 주화입마를 당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냥 모두 무시하고 가져온 다과를 계속 드시면 됩니다.


< 3단계 > : 감사보고 2

  슬슬 내가 왜 왔나 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왠 나이든 아저씨 주주가 발언권을 얻게 됩니다.  가끔 어떤 주주단체 회장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재무제표를 들고 회사를 비판하며 일장 연설을 합니다.  여기서 “오오! 오길 잘 했어! 이게 주총의 분위기지!”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나, 이 주주분은 보통 “접대비”나 “차량운반비”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의 증가를 아주아주 길~게~ 비판합니다.  근거도 희박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이 주주에게 심한 짜증을 느끼게 됩니다만, 절대 그럴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비판적으로 봐야할 것은 회사니까요.  이 아저씨 주주의 말은 모두 무시하고 가져온 휴대용 게임기로 레이싱 게임이나 즐기시면 되겠습니다.  주의할 점은, 워낙 연설이 길어 너무 빨리 서킷을 도실 경우 시간이 남아버리고 스트레스가 쌓입니다.  천천히 달려줍시다.


< 4단계 > : 안건처리 1

  아저씨 주주의 일장연설이 끝나고 이제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을 처리할 시간입니다.  가끔 아까의 “찬성, 동의, 제청합니다” 3형제가 다시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  찬성하는 주주는 박수를 쳐 달랍니다.  체력이 아까우니 특별히 반대할 안건이 없다면 모두 무시하고 다과를 먹습니다.

  어떤 나이든 아주머니 주주가 발언권을 얻게 됩니다.  사실 아까 3단계의 아저씨 주주와 역할이 서로 바뀔 때도 있습니다.  하여간 이 아주머니의 발언도 깁니다.  결론만 요약하자면, “경영성과에 비해 이사들의 월급이 너무 적으니 인상하는건 어떻겠냐” 입니다.  민감한 사항이지만 아까 아저씨 주주가 워낙 짜증을 유발하였기에 오히려 긍정적으로 들립니다.  하지만 이 아주머니는 매년 모든 기업 이사들의 월급이 적다고 생각하는게 틀림없기 때문에 진지하게 들으면 손해입니다.  CEO도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언급만 한 번 하고 다음단계로 넘어갑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역시 무시하시고 다과를 드세요.


< 5단계 > : 안건처리 2

  3단계에서의 아저씨 주주가 다시 발언권을 얻게 됩니다.  이번에도 일장연설입니다.  결론이 없기 때문에 요약이 불가능합니다만, 대강 주제를 적어보자면 “인성론”, “인재경영론” 등등 인 것 같습니다.  이 일장연설은 내용도 없으면서 아주 길기 때문에 주위의 주주들이 불평을 터뜨리며 “그만해!”, “나와!” 라며 언성을 높입니다.  그리고 아까 발언권을 얻었던 아주머니 주주는 이제 그만 좀 하라며 아저씨 주주와 말싸움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이 때 여러분도 함께 언성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피어오르겠지만, 언제나 같은 패턴의 일장연설, 태클, 말싸움이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시면 됩니다.  이 난장판은 주위 불평과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에 끝나기 때문에 언성을 높여봐야 기운만 빠질 뿐입니다.  이제 슬슬 다과도 떨어졌을 테니 이 난장판을 모두 무시하시고 레이싱게임이나 다시 한 번 도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 6단계 > : 주주의 시간 시작

  사실 공식적인 주주의 시간의 시작은 2단계 부터이지만 여러분이 봉숭아 학당의 맹구처럼 책상을 박차고 손을 휘두르며 “의장!”을 외치지 않는 한 발언권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이제부터 일반주주의 참여 및 토론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보통 앞 단계의 쓰잘데없는 난장판에 심신이 지쳐서 “그냥 주총이 빨리 끝났으면..” 하곤 바랍니다.  낚인거지요.

  하지만 여러분들이 충실하게 앞 단계의 난장판들을 무시하시고 체력을 절약하셨다면 지금쯤 체력이 넘쳐나서 주체를 못할 것입니다.  이제 준비해 가신 비판과 질문을 마구 날리시면 되겠습니다.  다만 비판에 대한 태클은 무섭게 들어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안건에 대해 비판을 하면 보통 CEO는 “그럼 의견이 갈리니 표결처리를 해야 하는데 귀찮지 않느냐” 하고 주위 주주들과 함께 압박을 가합니다.  할 수 없이 비판을 포기하게 되지요.  이 외에도 많은 장애가 있지만 그래도 여러분의 의지를 관철시키기를 바랍니다.



  주주총회는 처음 참석할 때는 회사측의 방해에 치여서 정말 내가 왜 왔나 싶지만, 그 방해의 흐름을 미리 알고 가면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비록 들러리에 불과할 때가 많다는게 아쉽지만 그래도 경험을 쌓기 위해 한 번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사에 한 번 들러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