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물단지가 된 디지털 카메라?

한 때 디지털카메라가 삼성의 미래 성장사업으로 꼽혔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디지털카메라 성능의 발달로 필름 인화식 카메라는 점점 자취를 감춰갔고 디지털카메라의 가격 역시 빠르게 대중화되며 새로운 사진 문화를 선도했습니다. 보편화된 카메라는 블로그와 싸이월드의 컨텐츠를 풍요하게 만들어 인터넷 문화를 바꿔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유망사업이 그렇듯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DSLR 처럼 성능을 더욱 높인 카메라들과 카메라를 흔들거나 두드리는 것 만으로 조작이 가능한 인터페이스 쉬운 카메라 등 여러 신상품이 쏟아졌습니다. 한 때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도했던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지만 최근에는 일본 업체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고,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삼성테크윈은 기존 기업, 정부를 대상으로 한 방산 정밀기기 사업부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카메라 사업부가 서로 떨어졌을 때 더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방산과 디지털카메라 두 사업부를 분리해서 주주들에게 각각 나눠주기로 결의한 것입니다.



2. 투자자들의 눈은 방산 쪽으로

이제 삼성테크윈의 분할은 투자자들에게 선택을 요구하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분할 후에 이전 방산 정밀기기 사업부였던 삼성테크윈과 디지털카메라 사업부였던 삼성디지털이미징의 주식을 나눠받게 됩니다. 분할비율은 자본금 기준으로 0.69 : 0.31입니다.

현재 삼성테크윈의 시가총액이 약 2조 3천억원쯤 됩니다. 따라서 분할 후 주가의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삼성테크윈(방산사업부)의 시가총액은 1조 5천억원 쯤이고 삼성디지털이미징(디카사업부)의 시가총액은 8천억원쯤 될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다른 시가총액이 비슷한 기업들과 비교를 해 봅시다. 분할 전 삼성테크윈과 시가총액이 비슷한 기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엔지니어링 등 중대형주 입니다. 그에 비해 분할 후 삼성테크윈(방산사업부)과 시가총액이 비슷한 기업은 고려아연, 동국제강 등 중형주에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들입니다. 하지만 삼성디지털이미징(디카사업부)와 시가총액에서 비슷한 기업은 LG파워콤, 동양종금증권 등 조금 큰 스몰캡의 부류로 넘어갑니다.

그런데 대형투자가들은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을 보유하지 않거나 보유할 수 없는 내부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가총액이 작은 기업은 보유할 수 없지요. 애널리스트의 레포트가 기업의 전망과 관계없이 시가총액이 큰 기업에 몰리는 건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형투자가들이 삼성테크윈 분할 뒤 두 기업중 하나를 택한 다면 디카사업부를 버리고 방산사업부를 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3. 디카 사업부에 대한 무수한 우려

분할 후 시가총액 외에도 삼성테크윈의 디카사업부에는 무수한 우려가 집중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먼저 경기침체 속에서 국가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산사업부에 비해, 경기침체에 바로 영향을 받는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는 매력이 없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애널리스트 추정에 따르면 분할 후 삼성테크윈 방산부문의 매출액은 2조 7천억원쯤이고 영업이익은 2000억원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디카사업부는 2008년 1조 5000억원 매출을 올렸지만 500억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삼성테크윈 방산부분은 적자 사업을 떼어내는거니 매출이 감소함에도 오히려 수익은 증가하는 효과가 있고, 바보가 아닌 이상 기업가치를 평가함에도 방산쪽에 더욱 점수를 줘야 할 것입니다. 증권가 역시 삼성테크윈 방산사업부에는 주당 5만원 정도의 가치를, 디지털사업부에는 주당 1만원정도의 가치를 산정해서 약 5배에 달하는 가치를 방산 사업부에 주고 있습니다.

만약 애널리스트 가치 추정대로라면, 삼성디지털이미징의 주가는 현재 삼성테크윈 주가인 3만원에서 1/3 토막이 나게 되니 추정 시가총액 역시 2600억원으로 내려가며 이는 퍼시스, 인터파크, 서부트럭터미널과 비슷한 수준의 시가총액으로 떨어집니다.

이는 기존 대형주에 투자하던 연기금 등 대형 투자가들이 삼성디지털이미징의 주식을 보유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할 수 있습니다. 제대로 분석되있지 않은 새로운 중소형 스몰캡주식이 포트폴리오에 들어있는 걸 기뻐하는 대형투자가는 없기 마련입니다.


4. 역발상으로 보는 디카 사업부의 장점

그러나 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라 보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악의 기업은 최악이 아니라 차악만 되어도 주가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설될 디카 사업부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주가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작년 매출 1조 5000억의 기업이 비싸야 시가총액 2600억원 정도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면 턴어라운드에 따라 한 번 관심을 가져볼 만할 것입니다. 영업이익률이 5%만 되더라도 PER 5 이하에서 거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디카 사업부의 턴어라운드는 가능할까요?

먼저 기업분할은 기업의 자본을 나누는 행위지만 새로 신설 분할된 기업의 자본과 기존 기업의 자본은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기업이든지 쓸모없는 군살이라 할 수 있는 유휴자본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설 분할 기업은 해당 사업부만 독립시키는 것이니만큼 이런 유휴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입니다. 군살 없이 다이어트를 해서 새롭게 태어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분할 계획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은 기존 디지털카메라 사업부와 지원부서 30%를 가져간다고 합니다. 이 멤버는 기업의 독자 생존을 위한 우수한 인력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다 안정적인 방산부서보다 더 불안정한 디지털카메라 부서에 보다 우수한 인력을 배치하고 싶겠지요.

게다가 디카 사업부의 주요 경쟁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입니다. 작년부터 시작된 원화 폭락과 엔화 절상으로 인해 작년 원-엔 환율 800원 대에서 현재 원-엔 환율 1500 대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환율만 보면 일본 경쟁기업들은 디카의 가격을 두 배 정도 올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실제로 올림푸스를 제외한 일본 디지털카메라 메이커들은 환율상승으로 인해 가격을 올리고 있고, 올림푸스 역시 곧 가격을 인상하리라 생각합니다.

그에 비해 삼성테크윈은 대주주인 삼성전자로부터 소형 LCD, 플래시메모리, CMOS센서 등 다수의 핵심 부품을 직접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번 계열사 합리화를 통해 삼성전자의 캠코더 사업부문이 삼성디지털이미징으로 이전되면 과거 삼성의 미래성장산업이라 하던 디지털 촬영부분을 모두 가져가게 됩니다.


5. 결론

현재 삼성테크윈의 디카 사업부인 삼성디지털이미징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저평가되어 거래될 확률이 높은 기업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합리적인 이유들 때문에, 분할 후 대부분의 주주들이 매도하려고 해서 주식이 과도하게 저평가될 확률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적어도 분할 된 후 1~2개월은 주가가 매우 낮게 거래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저평가 정도와 저평가된 가격이 다시 재평가될때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지금까지 다른 기업들의 분할로 볼 때 짧으면 6개월, 길면 1년 반 정도 걸리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피터 린치는 미국 전화회사 ATT의 예를 들며
“만약 어떤 자회사 분리독립에 관해 듣게 되거나, 어떤 신생 자회사의 주식을 약간 배당받는다면 그 주식의 추가매수에 대한 조사에 즉시 착수하라.”
라고 개인투자자들이 자회사 분리독립에 관심을 가질것을 충고했습니다.

따라서 삼성테크윈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를 “추적중”의 등급으로 판정하고 2월 분할과 재상장 이후에 커버리지를 시작합니다.


* 주의 : 이 보고서는 해당 주식의 매수/매도 신호가 아니며,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글쓴이는 개인 포트폴리오에 삼성테크윈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공매도 역시 하고 있지 않습니다.

* 과거 포트 운용내역 및 관련 글들은 봉래의 가치투자 히스토리http://bongrae.pe.kr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