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25일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대형 상업은행이자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하였다.  버핏의 투자소식이 들리자마자 주당 15달러에서 6달러로 반토막이 나던 BOA 주가는 바로 상승세로 돌아서며 현재 주당 8.2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BOA는 자회사의 모기지 상품 판매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소송을 당해 순익이 급감하고 자금난에 빠진 상태였다.  구원수로 나선 버핏의 투자조건은 배당 수익률 6%를 보장받는 50억달러어치의 BOA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이 우선주들은 주당 7.14달러로 계산한 보통주로 교환할 수 있기에 이미 14%의 수익이 난 상태이다.  만약 앞으로 BOA의 주가가 떨어져도 6%의 배당을 보장받으니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투자나 다름없다.  게다가 버핏이 지분을 팔기 전까지 핵심 경영자의 지분 매각을 금지시켰다.  이는 2008년 리만 브라더스 사태 때 바닥으로 떨어진 골드만삭스에 버핏이 투자하여 기록적인 수익을 낸 투자방식과 거의 똑같다.


혹자는 버핏의 투자성공이 거액투자자인 버핏만이 가능한 유리한 조건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평가절하하곤 한다.  버핏의 투자방법 중 평범한 투자자에게 불가능하고 버핏만이 가능한 유리한 투자가 있다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잘 보면 버핏의 유리한 우선주 투자가 가능한 건 버핏이 단순한 거액투자자여서가 아니라, 그의 투자에 의한 시장의 신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마침 비교해 볼 만한 사례가 있다.  우연하게도 BOA에는 한국의 외환보유고를 투자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주요 투자자로 있다.  KIC는 2008년 메릴린치에 20억달러를 투자했으나 금융위기로 메릴린치는 BOA에 합병되었고, 자연스럽게 BOA의 주주가 되었다.  그 후에 KIC는 BOA 주식을 20달러대에 추가로 더 매수했지만 안타깝게도 BOA의 실적은 고꾸라지며 손실은 높아졌다.  KIC의 BOA 주식 매입단가는 30달러로 어마어마한 손실을 보고있지만, 버핏의 매입단가는 7.14달러이고 주가가 떨어져도 원금 보장과 6%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우선주이다.  같은 대형투자자인데 왜 이런 차이가 났을까?

이미 세계 금융계에서 버핏의 투자는 쉽게 돈을 투자받아올 수 없는 "현명한 투자"로 받아들이지만, 동아시아, 중동의 투자는 말을 잘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는 "어리석은 투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투자"의 돈은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지만 "현명한 투자"는 이 기업이 회생한다는 보증수표 역할을 한다.  버핏 회장은 지금까지 일관된 투자 철학과 그에 따른 성과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쌓음으로서, 자신의 투자 행위 자체를 프랜차이즈화 시킨 것이다.  그래서 버핏의 투자 행위 자체도 "현명한 투자"라는 독점력을 지니게 되었고, 버핏은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월등히 유리한 조건의 투자가 가능하다.  그에 비해 "어리석은 투자"는 금융계에서 언제든 끌어올 수 있는 "Fool`s Money"에 불과하다.


(2008년 동아시아, 중동 국부펀드들의 "Fool`s Money")

리먼 브라더스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리먼 브라더스가 위기에 처했을 때 버핏은 투자를 거부했다.  한국은 리먼 브라더스 인수 직전까지 진행했고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의 주요 신문들은 이 기회에 반드시 리먼 브라더스를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은행과 국부펀드의 투자는 아무리 위험을 감수해도 세계 금융계에 믿음을 줄 수 없었다.  신뢰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에게 손을 벌렸던 리먼 브라더스는 결국 파산했다.  그에 반해 버핏이 10% 배당을 보장받는 버핏에게 아주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투자를 약속해 준 골드만삭스는 화려하게 부활해서 세계 금융을 독식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각종 전시회와 스포츠 행사를 통해 한국을 알리려 하지만,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여전히 바닥인데다 오히려 점점 더 바닥을 뚫고 지하층으로 내려가고 있다.  투자 행위에까지 프랜차이즈의 신화를 쓰고 있는 버핏까지는 아니어도, 한국의 투자가 "어리석은 투자"가 아니라 세계에 믿음을 줄 수 있는 "현명한 투자"로 업그레이드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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