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전수용기자]

특정 종목의 주가 흐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이 최근 주가 급락으로 수익률 전선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일부 종목의 경우 주가가 원금 보장 마지노선 이하로까지 하락, 만기 때까지 주가가 다시 급등하지 않는 이상 큰 폭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ELS는 단기간에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지급해주는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투자자들의 큰 인기를 끌어 왔다.

◆원금 보장 가능성 높였지만=작년 초부터 판매된 ELS는 상당수가 가입 이후 6개월마다 주가가 10~20% 이상만 하락하지 않으면 연 10% 내외 수익으로 조기 상환되는 구조였다. 원금 보장 가능성도 크게 높였다. 조기 상환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만기가 되더라도 투자기간 동안 주가가 40% 이상 하락한 적이 한 번도 없으면 원금이 보장되도록 설계됐다. 판매사들은 우량 종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원금 보장상품으로 팔아 왔다.

◆조기 상환은커녕 원금 걱정해야 할 판=그러나 5월 이전만 해도 조기 상환이 잇따르던 ELS는 5월 중순 이후부터 주가가 급락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대신증권이 지난해 12월 말 기아차와 국민은행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한 ELS는 오는 26일 첫 조기 상환 기회가 돌아오지만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두 종목 모두 15% 이상만 하락하지 않으면 연 14%의 수익률로 조기 상환되도록 설계됐지만 이 사이 기아차 주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아차 주가는 한때 원금 보장 마지노선인 40% 이상 하락, 조기 상환조건(가입 시점 주가의 85% 이상)까지 주가가 다시 반등하지 못하면 원금 손실을 보게 됐다.

작년 2~4월 삼성SDI가 기초 자산으로 설정된 ELS도 원금 보장 마지노선 이하까지 하락하는 상품이 속출하고 있다. 기아차와 삼성SDI ELS를 편입한 주가연계펀드(ELF) 역시 마찬가지다. 가입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LG전자·LG필립스LCD·한진해운·S-Oil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한 ELS도 원금 보장이 위험한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한 상태다.

◆환매도 어렵다=투자자들은 만기 때까지 주가가 다시 반등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중도 환매할 경우 현재 주가 하락 수준보다 더 적은 원금밖에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한투자증권 강창주 상품전략본부장은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증시 흐름상 3년 정도면 어느 정도 주가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만기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또 ELS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높은 수익률만 좇기보다는 기초 자산 종목의 현재 주가 수준과 앞으로 전망을 꼼꼼히 살핀 뒤 가입해야 한다.

(전수용기자 [ js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