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깨진 창문을 수리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 근처를 지나는 사람들은 창문을 쳐다보며 ‘이 집에는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구나’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결과 더 많은 창문이 깨지게 되고, 무정부 상태가 거리로 전파된다.
티핑포인트라는 책에 인용되어 유명해진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Kelling)의 ‘깨진 창문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이다.이른 바 낙서, 무질서, 구걸과 같은 사소한 문제들이 심각한 범죄를 불러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저는 약 10년간 하이텔의 동호회 운영진을 했습니다. 게시판지기에서, 창립일이 오래되기로 케텔에서 세번째정도되는 유서깊은 동호회의 대표시삽까지.. 거기서 온라인 동호회의 쓴맛 단맛을 다 보았습니다. 보통 온라인 커뮤니티의 라이프 사이클은 3년정도면 절정을 다다르다 쇠퇴기를 맞게 되더군요.
모래시계이전의 고즈넉한 분위기의 기차역 정동진역, 인디음악, 한국 대중문화의 실험장 역할을 하던 홍대주변이 그 내용을 외면한채 분위기만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밤에 무도회장을 찾아 헤메는 청춘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모습을 볼때나, 고풍스러운 골동품점이 늘어서있던 인사동이 돈된다는 소리로 북새통을 이루는 모습이며, 안동의 그 좋던 인심도 사나워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여왕의 방문시점까지.. 악화가 양화를 반드시 구축한다는 명제는 제게는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우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내가 아끼던' 아이투자는 이제 계절로 치면 가을로 접어드는 모양입니다.
아이투자는 초기에는 글을 올리기전에 긴장시키게 만들기까지 하는 가치투자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었다고 기억됩니다. 사람들은 글을 쓰기에 앞서 수시로 퇴고하고 비판에 겸허하게 대응하였고, 자신의 글과 지식을 자신의 얼굴처럼 갈고닦아 실력을 드높였습니다. 하지만 김성기씨와 같은 사람이 창문을 몇개 깨거나 자유게시판에서 모멘텀투자도 투자의 한 방법 아니냐는 논쟁따위로 게시판에 문짝까지 뜯고나가는 통에 몇번의 홍역을 앓고나서부터는 게시판에서 진저리를 친 회원이 탈퇴하거나 절필하는 모습이 눈에 띄곤 했더랬습니다.
아이투자의 개인화 정책은 아이투자의 게시판의 진수들을 다 뒷켠의 오프라인으로 스며들게 했습니다.
무릇 어떤 정책과 기획을 펼치려면 거기에 따르는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모두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서든지 개인 커뮤니케이션을 증대시키면 커뮤니티는 파편화 되면서 부실화되고 붕괴되는 수순을 밟게됩니다. 자연스레 개인들은 커뮤니케이션을 증대시키는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어떠한 막강한 커뮤니티 사이트도 개인간의 친목증대에 따른 커뮤니티의 활력저하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가령 아이러브스쿨같은 경우도 커뮤니티에서 사람찾는 기능만을 집중적으로 쓰고, 사람들은 개인간 연락망을 구축한 다음 아이러브스쿨을 버렸습니다. )
이런 풍화작용이 진행되는동안에도 커뮤니티의 들어올 다음 세대를 육성하고 커뮤니티 고유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게시물 보관, 삭제 관리 원칙에 더해 회원관리정책을 실행해야합니다.
더군다나 아이투자는 돈과 결부된 정보가 유통되는 사이트입니다. 제 스스로가 이 사이트에서 얻은 지혜를 가지고 평생의 양식으로 삼을만하다 여기는 사람으로서 졸린 눈을 비비며 브라비아와 그 아래 달리는 댓글들을 보며 이제 깨진창문을 수리하는 정도로 과연 아이투자가 전처럼 글을 벽에 붙여놓고 매일 볼 만큼 좋은 글들이 하루에도 몇편씩 올라오던 좋은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 돌려말하는걸 즐겨하지않는 성향상, 좀 더 쓴소리를 하자면 더 근본적으로 아이투자가 지향하는것이 수익인지, 가치투자계의 정신적인 고향인지, 최준철, 김민국씨의 프로필에 들어간 개인사이트인지, 대학경제신문의 온라인 버전인지 스스로 정체성을 확고히 다져야 깨진창문을 제대로 고치는 첫 발짝이 될 것입니다.
아이투자는 이제 회원 3만7천을 넘는 주제가 하나인 사이트중에서는 대형 사이트가 되었습니다. 온정주의는 가족사이나 정붙이고 사는 공동체에서나 통하는 원칙입니다. 정체성과 온정주의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ps) 게시판에서 살펴보니 아이투자에서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모양입니다. 요즘 가치투자 교육과정이 생겨나고 있고, 아이투자도 시작하려나봅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IT버블 끝무렵에서 (정부지원) IT교육과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모습이 공연히 떠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