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에 처음으로 주주총회라는 곳에 다녀왔습니다.  지금까지 보유했던 기업들은 저 멀리 경남, 경북쯤에서 주총을 해서 갈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포스코가 이번에 서울에서 주총을 열어준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주주총회 장소는 테헤란로의 포스코센터더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포스코에서 보내준 주주총회 초대장을 들고 랄랄라~ 신나게 걸어갔습니다... 는 것은 거짓말이고, 늦잠자서 헐레벌떡 뛰어갔습니다. ㅠ_ㅠ

  지하철에서 내려서 회의 시작시간인 9시 정각에 정확히 도착하더군요.  신분증과 주주총회 초대장을 직원분에게 제시하고 총회 참석 확인을 받았습니다.

  문제는 도착해보니 그 큰 회의장이 꽉 차있어 들어갈 수가 없더군요.  이번 결산부터 포스코는 우편으로 서면참여가 가능한데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셔서 40분부터 자리가 꽉 찼다고 합니다.  할 수 없이 회의장 밖 로비에 서서 다른 주주분들과 함께 대형 텔레비전으로 주총을 관람 했습니다.  늦잠이 죄죠. ㅠ_ㅠ

  다른 주주분들을 보니 연로하신 어르신들이나 아주머니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중년분들도 거의 없고,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은 저 외에는 없는 것 같더군요.  (혹시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제 눈에는 학생으로 안 보였어요 ^^;;)

  오죽하면 직원들이 나눠주는 연차보고서를 받으러 갈 때 제가 손을 내밀자 '너 뭐냐' 는 시선으로 바라보더군요. -_-;;  기념품은 없었습니다.  예.  없었어요.  정말로.  어째서.

  그 이후 회의장 밖에 준비된 과자와 커피를 마시며 주총을 관람했습니다.  원래 회의장에 들어가면서 몇 개씩 얻어가는 것이지만 어차피 기념품도 없겠다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하는거 근처에서 마구 먹었습니다. -_-v

  포스코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고, 당시 증시에서 신고가를 경신중이었기 때문에 주주총회는 아주 우호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기대했던 딴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다른 대기업에 비해 이사 봉급이 너무 적으니 올려주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재무제표 승인 및 사외이사 (CEO 안철수씨) 선임 건 모두 이의없이 순식간에 통과했습니다.

  펀드들의 대표로 온 외국인 주주들이 영어와 일본어로 각각 발언 할 때는 순간 굳어졌지만, 곧바로 친절하게도 해석이 나오더군요.  역시 상당히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한 외국인 애널리스트 주주분이 포스코의 주가는 DCF로 분석할 때 70만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었습니다.  주총장에서 말한 것이긴 하지만, 제 엉망진창 분석 결과의 2배 가격이더군요. ^-^;;

  주총이 끝나자 어르신들이 회의장에서 나와서 연차보고서 봉투에 마지막 남은 과자를 쓸어담아 가시더군요.  저야 이미 회의장 밖에서 배가 부를정도로 먹었기 때문에 안 싸갔습니다.  흐흐흐...

  가장 중.요.한. 기.념.품.도 없었지만 여러모로 재미있는 주총이었습니다.  경영진의 포부도 들을 수 있었고, 칼라판 연차보고서도 받아왔는데다가... 소문으로만 듣던 주총꾼도 보이질 않았네요.  지금 생각해보면 주총내내 로비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과자만 주워먹었던 제가 요주의 주총꾼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겠군요 -_-a

  시간과 여건이 된다면 다른 기업들의 주주총회에도 참석하고 싶네요.  다른 분들도 한 번 정도는 주주총회에 들러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