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렇게 변동이 심한 증권시장에서 주식투자를 위해 시장을 무시해야 한다는 다소 '발칙한' 말을 흘리는 투자가 집단이 있다. 바로 가치투자가들이다. 나 역시 가치투자를 지지하는 투자가 중 한 사람이며, 언제나 주식투자에서 시장을 무시해야 하고 개별 종목의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가치투자가가 시장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비유가 언제나 최고로 꼽힌다.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그레이엄은 시장을 '미스터 마켓'이라는 인물로 의인화해서 표현했다. 그에 따르면 '미스터 마켓'은 투자들에게 다가와 주식가격을 흥정하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벼운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터무니없이 높거나 싼 가격을 자주 부른다.
투자가들은 '미스터 마켓'이 어떤 가격을 부를지 알 수 없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스터 마켓'은 아주 부유하기 때문에 투자가들이 흥정에 응하지 않더라도 매일 찾아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가들은 '미스터 마켓'이 가격을 낮게 부를 때 사고 높게 부를 때 팔면 된다는 것이 그레이엄의 투자철학이다. 투자가들이 정말 집중하고 노력해야 할 일은 '미스터 마켓'을 예측하는 게 아니라, 보유하고 있거나 매수하고 싶은 기업 본연의 가치 대비 가격을 아는 것이다.
지속적인 시장 예측과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은 요즘 전문가들의 실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을 무시하기로 결심한 투자가도 '현금이 있어야 주식이 떨어져도 살 수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사실상 시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며 현금의 비축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현금비중을 미리 정해놓으면 모를까 시장에 따라 인위적으로 조절할 필요는 없다고 믿는다. 나는 이번 급락 때 높은 현금비중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시장을 예측해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의 포트폴리오에 현금이 많았던 이유는 4분기 실적 검토 후 부진한 기업들의 매각과 기존 보유주식들의 배당금 수입 때문이었다.
3개월마다 실적을 검토하다보면 가치가 악화된 몇몇 기업들은 처분하게 된다. 그리고 상당수 기업들의 가치가 나빠질 때는 자연히 시장도 약세로 돌아선다. 매분기 실적을 검토하고 배당주를 편입해 두는 약간의 성실성만 있다면 굳이 시장을 예측하지 않아도 시장 하락 전에 현금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워렌 버핏의 포스코 투자는 가치투자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는 버핏의 매입 후 2004년, 2005년, 2006년, 즉 매년 20% 이상의 하락이 일어났다. 시황 예측가들이라면 이미 손절매를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을 종목이었다. 하지만 버핏은 비중을 늘려가며 결국 135%의 시세차익과 매년 4%의 배당수익, 달러 대비 원화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까지 손에 넣었다.
가치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는 결국 성공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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