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포트폴리오는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을 가능한 적게 하면서 높은 수익과의 균형점을 추구하기에 투자가의 자산을 저위험-저수익 자산, 중위험-중수익 자산,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배분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이는 과거 부동산에 극도로 편중되었던 국민들의 자산보유형태를 생각할 때 분명 한 단계 진보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예전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투자형태인 해외펀드나 주식형 펀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 등에도 투자금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자산 포트폴리오 개념 확산의 공로임이 분명하다. 또한 자산 포트폴리오는 신중함, 인내심 등 투자에 맞는 성향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훌륭한 심리적 안정망이 되어주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스스로 직접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은 독자들이라면 마땅히 자산 포트폴리오 개념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금, 채권, 부동산, 주식의 비율을 일률적으로 나누는 자산 포트폴리오에는 각 자산의 현재 가격과 가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언제나 스스로의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이고 저위험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운영해왔지만 언제나 투자성향 테스트에서는 초공격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고위험-고수익 자산으로 구분되어 있는 주식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주식의 가격이 저렴하고 대출의 이율과 상환기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을 때는 레버리지도 사용할 때가 있었으니, 아마 자산관리사들이 보았다면 필자의 포트폴리오는 극히 모험위주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정의하고 있는 저위험-저수익 자산과 고위험-고수익 자산 외에 저위험-고수익 자산은 분명 존재한다. 이는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 재직중인 제레미 시겔 교수의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증명하고 있다. 시겔 교수는 그의 저서 [Stocks for the Long Run](국내명 : 주식투자 바이블)에서 과거 통계를 기초로 주식은 장기보유할 경우 어떤 자산보다 변동성이 낮고(위험이 적으며) 고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었다는 것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증명해내었다. 즉, 주식은 지난 200년간 저위험-고수익 자산이었다는 것이다.
성급한 독자는 시겔 교수의 저서를 읽고 “그럼 주식이 최고네!” 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시겔 교수의 연구가 진정으로 의미하는 바는 주식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말이 아니라, “주식은 그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되어있는 때가 많다” 라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가들이 주식이 자산 중 언제나 최고라는 마음을 가지고 증시가 인기 있을 때 시장인기종목들을 사 두었다면 지금쯤 형편없는 수익률을 자랑할 것이다. 비록 주식이 평소에는 그 가치에 비해 인기가 별로 없는 자산이라 저위험-고수익의 달성이 가능하지만, 모두가 주식을 사랑스러워 하며 그 가치에 비해 관대한 가격을 매겨줄 때는 그다지 좋은 투자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인기 주식들의 저조한 투자결과에 대해서는 시겔 교수의 새 저서인 [The Future for Investors](국내명 : 투자의 미래)에서 잘 나타나 있다. 시겔 교수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다우 지수에 최근 편입된 야심만만한 신성장주 보다 다우지수에서 제외된 시시하고 고루한 배당주들 쪽이 배당을 재투자할 경우 더 장기투자수익과 안정성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것이다.
같은 주식 자산 내에서도 시시하거나 성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저평가를 받는 주식들은 더욱 저위험-고수익 자산이었던 것이며, 게다가 투자가는 이러한 저평가 주식들로부터 고율의 배당을 받아 그 주식들을 추가매수할 기회를 인기종목 투자가들에 비해 몇십배나 더 가질 수 있었다. 시겔 교수의 연구는 투자의 “장기보유”뿐만 아니라 “저평가된 주식의 매수기회”역시 저위험-고수익 투자를 하는데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굳이 주식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자산시장에서는 인기없고 소외받는 자산들이 가장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었다. 국내 빌딩 시장은 IMF로 기업들이 빌딩 임대료를 못내고 야반도주할 때 자기자본을 들이지 않고 거의 공짜로 매수할 수 있었으며 국제 원자재 시장은 투자운용회사들이 고객들의 무관심으로 원자재 분석 사업부를 포기하자 곧 상승하기 시작했다. 월가에서 가장 존경받는 펀드매니저인 존 템플턴이 “가장 낙관적인 곳을 묻지 말고 가장 비관적인 곳을 찾아야 한다.” 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들썩여서 나라 전역이 난리지만 필자가 보기에 투자대상으로 큰 의미는 없어보인다. 현재 부동산 가격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현재 가격을 정당화 하기에도 바쁘며 앞으로 투자 대상으로 적당한지를 물어보면 “우리 주제를 바꿔보는게 어떻겠소.”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은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아도 저위험-저수익 자산이며, 투자가들이 언제나 꿈꾸며 찾아내려 노력해야 할 저위험-고수익 자산이 아닌것이 분명하다. 인기있는 자산은 언제나 그 인기에 합당한 수익을 보상해주지 못한다. 실수요자가 아니라면 인기없는 자산을 찾아 헤메는 것이 바로 현명한 투자가의 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