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성장률 5% 미달이 예상되면서 소위 경제전문가와 언론들이 떠들썩하다.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한다. 기업들 1분기 실적은 엉망이 되고, 수출만이 살 길이었는데 수출도 망가지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어려운데도 정부는 삽질만 하고 있다고 한다. 큰일이다. 국적포기자들이 까페에서 "ㅋㅋㅋ" 웃는 소리가 마치 환청으로 들리는 듯 하다. 그러한 귀 썩어들어가는 사태는 피하고자 이 글을 시간날 때 마다 조금씩 쓰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이번 달에 한 일을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모 기업의 상장기업분석 입력 및 검수를 위해 평소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잡 기업(내 기준에서)의 재무제표 250곳을 분석하였다. 또한 평소 관심기업에 넣어두고 있는 우리나라 주요기업 70곳의 재무제표를 분석하였다. 즉, 왠만한 경제전문가보다 이번 1분기 개별 기업실적 및 현황에 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니 이 글을 써도 욕은 그다지 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1.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나빠졌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제로 1분기 실적이 2004년 대비 나빠진 기업들을 보니, 2004년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철강가공, 유화 계열들이 대부분이다. 이 기업들은 제품 가격 상승분을 원재료 가격 상승이 따라잡으면서 실적이 낮아졌다. 물론 2005년 실적도 2003년 보다는 훨씬 낫다. 2005년이 문제가 아니라, 2004년이 너무 좋았던 것 뿐이다. 우리는 그 당시 언론의 비관론덕분에 잘 몰랐지만, 지난 일을 언급해도 돌이킬 수는 없다.
그럼 2004년 실적이 2003년보다 못했던 다른 기업들은? 몇몇 정크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개 오히려 2004년 대비 좋아졌다. 즉, 2004년이 호황의 피크였던 경기관련 회사들을 제외하면 2005년 1분기 실적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왜 실적이 좋아진걸까? 많은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그 이유는 수출의 호조와 재무구조의 안정이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좋아져 이자비용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수출의 호조인데... 언론은 분명 수출이 망가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재무제표를 보는 내 눈이 삐었던지 언론이 사기를 치고 있던지 둘 중의 하나지만, 차마 언론 기관을 사기꾼으로 몰았다가는 사상검증을 당할 가능성도 있는지라 내 눈이 삔 것으로 생각하고자 한다.
2. 수출은 정말 망가지고 있는가?
위에서 말했듯이 내 눈이 삐었으므로 특별히 할 말은 없다. 환율이 떨어지는데 수출이 호조라는 것이 괴이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출이 호조라서 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끝.
3. 정부는 삽질하고 있는가?
미안하지만 정부는 삽질하고 있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정치적 입장을 밝힌다. 나는 노사모는 아니지만, 현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정해지기 전부터 정치후원금을 납부해온 지지자다. 나라에서 시덥잖은 이유로 선거권도 안 주면서 공부만 잔뜩 시켜 돈으로 때웠다. 그놈의 선거법 때문에 아직까지 선거 한 번 못해봤다.
정부는 이번 임기내내 환율을 열심히 방어하고 있다. 참으로 끈질기지만 그 결과는 뻔하다. 수출이 호황인데 정부가 환율 방어를 인위적으로 해봤자이다. 아, 앞에서 내 눈이 삐었다고 했으니 이 말은 취소해야겠다 (...)
이번에 새로 정부가 내놓은 환율 방어의 주 대책은, 해외 부동산 투자 활성화와 해외 펀드 규제 완화, 해외 자본의 차입 억제이다. 직설적으로 뭐하자는 플레이인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환율 방어시 수혜를 입는 수출기업들을 많이 가지고는 있지만,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정부가 이번 대책 발표할 때 꿀밤을 때려주고 싶었다.
정부는 외국 정부 세수에 도움이 되는 해외 부동산 투자 알선에다가 국내 증시가 저평가인 것을 뻔히 알고도 해외 펀드 양산을 권고한다. 너무나 인도주의적이다. 이러면 환율이야 안정되겠지만, 그렇잖아도 안쪽에서 돈이 돌지를 않는데 밖으로 빼자는 것인가?! 우리나라 경제의 피를 짜서 외국 경제 잘 돌아가라고 퍼주는 꼴이며, 내수기업의 피를 짜서 수출기업에 퍼 주는 꼴이다.
삼성전자 주주로서 정부에 묻고 싶다. 혹시 삼성에서 내가 모르는 돈 받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