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순이익 3억3300만원을 기록해 12년 만에 분기 흑자를 냈기 때문이었다. 한 사장은 파티와 함께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10만원씩 나눠줬다. 지난해 6월 취임 당시 이익이 나면 반드시 직원들에게 나눠주겠다는 약속을 1년 만에 지키게 된 것 이다.

비록 성과급 액수는 상징적인 숫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오랜 법정관리와 적자로 패 배의식에 젖어 있던 직원들이 느끼는 성취감과 기쁨은 엄청났다. 한때 가구업계 선 두주자였으나 91년 대규모 시설투자 후유증을 이기지 못해 부도가 났던 보루네오는 10년 만인 2001년 법정관리에서 벗어났다.

3000여 명에 달하던 인력을 300여 명으로 줄이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회사 분위기는 극도로 침체돼 있었다.

한 사장은 "직원 만족 없이 고객 만족이 있을 수 없다"며 "우선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성과급을 지급한 이유를 설명했 다.

대부분 공수표에 그치기 마련인 취임 당시 약속을 지킨 그의 신뢰 경영에 움직인 노동조합(위원장 정권영)은 사측과 무교섭 임금협약을 체결하는 파격적인 결정까지 내려 눈길을 끌었다.

노동조합이 임금에 관한 모든 권한을 사측에 일괄 위임하는 '임금협약 무교섭 체결 '을 선언한 것은 66년 창립 이래 처음이다.

한 사장은 2002년 벡셀 사장으로 취임해 외국계가 주도하는 건전지 시장에서 벡셀 의 시장점유율을 14%로 끌어올린 '영업의 귀재'. 98년에는 다국적 위생용품 업체인 P&G 영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날개 달린 패드' 등 수많은 히트 상품을 제조하기 도 했다.

보루네오의 새 사령탑이 된 후에는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회사 재기 발판 을 마련했다. 친환경 무늬목 가구 생산라인만 남기고 대부분 공정을 아웃소싱했으 며, 유휴지와 야적장으로 사용하던 용지 4만3000여 평을 615억원에 매각해 부채를 청산했다.

한 사장은 보루네오의 옛 영화를 되찾을 무기로 대중 명품(메스티지) 브랜드 전략 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브랜드간 경쟁 심화, 생산성 저하, 사제품 시장 팽창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 다"며 "결국 차별화한 디자인을 내세운 고품격 가구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한 사장은 매달 한 번 디자인ㆍ인테리어팀 직원들과 전시회를 찾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유행을 주도하는 가구 디자인을 창조하려면 예술적 감각을 배양해야 한다"며 "전시회 관람은 기발하고 독창적인 제품을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말했다.

미술관 관람은 지난해 6월 달리전을 시작으로 샤갈전, 서양미술 400년전, 김영기 개인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사장이 '미술관 경영'을 주도하게 된 배경에는 그 자신이 그림에 조예가 깊은 이유도 있다.

15년 경력의 아마추어 화가인 그는 화실 회원들과 전시회를 2회 연 적이 있을 정도 로 열성적이다.

한편 보루네오는 지난달부터 친환경 사업인 음식물쓰레기 처리기로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

음식물 처리기 전문 제조회사인 루펜과 손잡고 마케팅과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환경에 대한 정부 규제와 웰빙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음식물 처리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쓰레기 처리 후 건조된 부산물을 비료 사료 연료 등 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