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는 상당히 '느긋한' 모습

세무사들이 사업자의 장부기장을 대행할 때 주로 사용하는 세무회계프로그램과 관련, 프로그램 개발업체가 예고도 없이 제품가격을 크게 올려 말썽을 빚고 있다. 가뜩이나 기장업체의 경기침체로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무사들은 당연히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세무사업계에 따르면 (주)더존SNS는 지난 1월 1일 세무회계기장프로그램인 '네오플러스1' 1개를 추가하는 가격을 제품 사용자인 세무사들에게는 통지도 없이 일방적으로 1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무려 200% 올렸다. 이 제품은 세무사의 약85%가 사용하는 제품이다.

더존SNS는 이와 함께 세무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프로그램 유지보수비용도 연간 32만원에서 40만원으로 25% 인상했다. 세무사들이 유지보수비용 지불을 거부했을 땐 세무행정의 근간인 전자신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에 세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세무사들과 세무사회, 프로그램개발업체인 (주)더존SNS의 주장을 종합 취재해 봤다.

■세무사업계- 더존 제품은 '원숭이 덧버선'

세무사들은 18일 "더존SNS가 네오플러스1의 시장점유율을 높인 것은 세무사들이 수임업체에게 사용을 권해줬기 때문인데, 더존SNS가 사전양해도 없이 제품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린 처사는 납득할 수 없다"고 목청을 돋궜다.

이에 따라 세무사들은 "세무사시장에서는 거의 독점화된 제품을 더존이 일방적으로 가격을 올린다면 어쩌란 말이냐"며 "세무사회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다시 조정하든지, 아니면 세무사회 차원의 독자적인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무사들은 또 "세무사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수임업체들도 거의 더존제품을 쓰고 있어, 이제는 안 쓸 수도 없는 '원숭이 덧버선'같은 꼴이 됐다"며 "독점화된 제품공급자가 제품가격을 또 올린다면 계속 당해야만 하느냐"며 세무사회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세무사회 어떻게 대응하나

회원들의 이같은 불만에 대해 막상 회원들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세무사회는 상당히 느긋하다.

과거 (주)더존을 창시한 김택진 사장이 "세무사로부터 제품보급을 시작하게 됐기 때문에 절대 세무사회 동의 없이 유지보수 값 말고는 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다"고 약속한 만큼 가격을 올릴 리가 없다는 것.

세무사회 관계자는 "과거에도 회원들이 더존이 부당하게 값을 올렸다 그랬는데 결국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이 난 것이 2-3회 있었다"며 "조세일보가 이번 취재과정에서 사실여부를 알아내면 그에 맞춰 대응방법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세무사회 차원에서 새로운 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할 용의가 있느냐"는 지적과 관련해선 "이미 10년전부터 논의됐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더존 제품의 경우는 세무회계사무소 여직원들이 화면만 봐도 계정 코드값을 암기해 곧바로 입력할 정도로 이미 익숙해 있고, 이에 따라 새 프로그램을 보급한다면 새 프로그램을 다시 터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 세무사회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보급하더라도 시행초기 검증이 안된 제품을 모든 세무사들이 100% 쓴다는 보장을 할 수 없고, 개정세법에 맞춘 신고서식 변경과 프로그램 개정은 지나친 업무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

■(주)더존SNS는 왜 제품가격 올렸나

더존이 네오플러스1의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은 이미 지난해 10월에 시작됐다. 당시 더존은 지점형식으로 판매를 대행하는 회사들을 통합, 일관된 판매정책을 위해 (주)더존SNS를 설립해 판매망 통합에 성공했다.

이후 (주)더존SNS는 세무회계사무소에서 사용하는 제품가격을 컴퓨터 1대당 30만원으로 조정하고, 종전 32만원의 유지보수비를 40만원으로 인상했다.

지금까지는 ▲컴퓨터1-3대 사용: 100만원 ▲4-5대 사용: 150만원 ▲6-10 대사용: 200만원 ▲11-15대 사용: 250만원 등의 가격정책을 유지해왔지만, 1대 사용하는데 30만원을 받기로 정책을 조정한 것.

이에 따라 컴퓨터를 3개까지만 사용하는 세무회계사무소의 경우는 프로그램설치에 90만원이 소요돼 비용이 10만원 줄게 되지만, 컴퓨터 사용대수가 많을수록 부담은 지난해보다 늘게된다.

이와 관련 (주)더존SNS 김재윤 이사는 "지금까지 세무회계사무소에서는 거의 특별가격으로 제품을 사용해왔다"며 "현재의 더존 경영진은 과거 경영진과 완전히 단절, 가격정책을 세무사회와 협의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에 따르면 네오플러스1의 경우 일반인들에게는 현재 컴퓨터 1대 사용에 250만원을 받고 있지만 세무사들은 인상된 가격이 고작 30만원에 불과하고, 유지보수비도 일반인의 연간 50만원에 비해 40만원으로 턱없이 낮은 가격이라는 것.

김 이사는 "일반기업의 경우 더존 제품은 회계부분 100만원, 물류처리 30만원, 생산처리 20만원, 건설회계 30만원, 세무조정 50만원, 인사급여 50만원 등 기능하나 추가에 웃돈을 받고 있어 모두 280만원이나 된다"며 "세무사들은 이러한 기능구분 없는 풀버젼으로 30만원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특히 "더존제품의 사용자층은 세무사가 5000명, 일반업체에서 5만명이 사용하고 있다"며 "세무사의 사용 비중은 일반인 사용의 10%에 불과하지만 세무사들만 주로 A/S 등의 민원을 제기, 제품상담도 전체의 70%나 차지 많은 인력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기장이 요구되는 세무사들이 잦은 세법개정 내용의 프로그램 반영과 업그레이드(up-grade)를 요구하고, 세목별 신고시즌에 집중되는 A/S와 전화상담 요청으로 상담원을 97명이나 유지해야 한다는 것.

김 이사는 그러나 "세무사들은 아직까지 더존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을 확보해 주는 등 회사에는 크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라며 "세무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세무사에 대한 특별가격체계를 계속 유지하고, 가격인상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가격인상은 가격남용행위인가

현재 세무회계프로그램 시장을 세무사시장과 일반기업체 시장으로 구분할 때 더존의 프로그램은 세무사의 85%, 일반업체의 35-40%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제공업체의 과다한 가격인상은 공정거래법에서 제재대상인 가격남용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공정거래법에서 제재하는 가격남용행위에 해당된다면 과징금 부과와 가격인하명령으로 더존은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독점정책과 관계자는 "먼저 왜 가격을 올렸는지 이유를 봐야한다"며 "원가가 크게 올랐거나 수요가 갑자기 늘어 제품공급에 문제가 있었다면, 갑작스런 가격인상의 타당성이 인정돼 아무런 제재수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더존SNS의 가격인상 원인을 확인한 결과 원가인상요인과 갑작스런 수요급증의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주)더존SNS가 세무사와 일반기업체에 대한 제품공급에 가격차별을 두고 있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것.

공정위 관계자는 "특정제품을 특정시장에 단일가격으로 독점공급하는 경우는 가격의 급격인상의 경우 가격남용행위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이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갖고, 사안을 따져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세일보 / 이동석 기자 dslee@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