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허공의 혼님의 글에 대한 답입니다. 현 상황이 힘들다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왜냐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있으니 말입니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비중은 10%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그런데도 과거에 합격 못해서 평생을 썩어면서 공부만 한 선비 이야기는 늘려 있죠 그리고 당파 싸움도 결국은 자리 싸움이죠. 다른 말로 하면 일자리고 다른 말로 하면 벼슬자리죠
10%가 안되는 사람들 조차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자리였읍니다. 지금은 좀 좋아졌다고 하지만 전국민 혹은 전 학생이 그 자리만 보고 있읍니다. 부모들도 자기는 공장에서 일해도 아니면 농사나 노가다를 해도 자식들은 공부시켜서 육체노동을 하지 않게 하고 있읍니다. 자리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읍니다. 어느정도 피라미드 분포가 이루어져야 정상인데 모두가 꼭대기만 보고 있읍니다. 당연히 힘들죠 그 틀에 순응해서 이기던가 아니면 그틀을 깨야되죠 어느게 쉬운지 나도 잘 모르겠읍니다.
한가지 예를 들겠읍니다. 나는 이쪽으로 주서듣는 이야기 많으니...... 요즘 귀농 귀촌이 어느정도 유행을 타고 있죠. 도시에 환멸을 느꼈던, 경쟁에서 도태되었던, 아니면 행복을 찾아서 떠났던. 이 사람들 중에는 어렸을때 농촌에 태어나서 농사일을 해본 사람도 있고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생판 모르는 사람도 있읍니다. 이들 중에서 귀농에 성공할 확률이 어느쪽이 높다고 보십니까 현재까지는 생판 처음 시작한 쪽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농촌에서 자랐던 사람은 생각이 고정되어 있어서 혁신을 못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백지상태의 사람들은 초기에 무지 힘이 들지만 새로운 활로를 만들어 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활로를 뚫기는 힘이들지만 일단 뚫어놓으면 큰길이 되죠
나도 동생에게 조카들 교육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떻냐고 하면 그 길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좁은 길이라고 하더군요 일단 넓은 길을 가보겠다고요 그러면 그 넓은 길은 정말 넓은 길인지....... 지금 현실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죠
주식투자도 마이너고, 지금은 좀 후해졌지만 10년전에는 도박꾼취급을 했죠. 가치투자도 주식투자에서 마이너고, 배당투자는 가치투자에서도 마이너입니다. 요즘은 좀 바꼈다고 하지만......... 그래도 다들 돈 잘 벌고 있잖아요 남들이 가지 않은 길 혹은 각자에 맞는 쪽으로 가지 않고 지금과 같이 모두가 한방향으로 간다면 깔려서 압사 하는 사람이 생기는게 당연한게 아닌가요 공장은 누가 돌릴 것이며, 농사는 누가 짓을 거며, 건물 공사는 누가 할 건가요 모두가 꼭대기에 갈려고 한다면 답이 없죠 그래서 힘든게 아닌가요
1번길과 2번길이 성공확률은 같은데 1번에 베팅하는 사람이 80% 2번에 베팅하는 사람이 20%라면 아주 많은 사람들은 1번에 베팅하는 게 보통이지요. 선거때 밴드왜건 효과라고 부르는 거죠. 투자에서 우수한 수익을 내는 비결은 무조건 2번에 베팅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1번에 4배의 사람이 베팅하기 때문에 당연히 배당금은 2번에 베팅하는 것보다 1/4밖에 못받기 때문이지요.
투자에서 이야기한다면, 4배의 사람이 몰리면 주식 가격이 예를 들면 2배까지 올라가서 수익은 상당히 작아진다는 것이죠.
세상이 절대 평평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다수가 같은 곳만을 보고 있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한국은 유달리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나라라는 점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고 이는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상당히 낮은 원인이겠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한 때 MBA가 엄청난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저는 생각과 행동을 마이너하게 하는 편이어서 당시 MBA 과정을 가려는 이들에게 끝물이라고 누차 이야기했지만 아무도 공감하지 않았던 일이 기억납니다. 실제로 그 후 MBA까지 다니면서 나이가 차고 교육과잉 상태가 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그들의 예상처럼 잘 되지 못했습니다. 한쪽으로의 쏠림이 있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고 활로는 반대쪽에서 열릴 가능성이 더 높겠지요. 투자와 마찬가지로.
그런데 이는 조선시대에도 그랬듯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정도의 차이는 있되 잉여의 세대들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계속 이어져온 상황 같습니다. '틀'을 깨야하는 건 저성장 시대에 직면한 현 20대들에게 현실/정도의 측면에서 더 요구되는건 사실이나 기성세대 또한 대세와도 같은 전방위적 압력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 보이진 않는지라...
실제로 연세가 많은 분들도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공무원이 낫다고 공통적으로 말씀하시고 그분들은 다시 자녀들에게 어떻게든 이 '주류'를 선택하도록 권유하고 유도합니다. 벤처기업에 다니는 사위보다는 안정적(?)인 대기업에 다니는 사위를 선호하는 것처럼.
기존세대든 취업세대든 이 틀을 깨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는 대부분 공감하는데 막상 이를 실천에 옮긴다는게 그리 쉽진 않겠지요. 상황에 맞춰 자기가 잘 하면 되는데 남을 신경쓰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왜 굳이 다른 세대와도 비교하는지... 비교심리가 강한 한국은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두드러지게 체감할 수 있는 나라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저도 풍족하게 자란 세대들은 생활력이나 인내력, 강인함 등 부족한 점이 많다고 보지만 잉여의 세대의 생각에 나름 공감하는 편입니다. 저성장 시대에 취업을 준비하는 세대들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적은 건 사실이니까요. (궁금해서 방금 관련 까페글들을 찾아보았는데 몇몇은 정말 무개념한 투정이네요. 지난 세대가 편했다니...)
그래도 각 세대별 자라온 환경과 당면한 현실이 정말 많이 다른 점은 조금 감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 회사를 다녀보면서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을 보면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의 기대치도 높은 동시에 오랜 시간 많은 지원을 받은 데에 대한 부담도 커보입니다. 일례로 2년 전 보험사에 와보니, 예전에는 계리사 자격증이 있기만 하면 기본적으로 부장 이상은 갔는데 지금은 신입사원 상당수가 보험계리사 자격을 미리 갖추고 입사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계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도 자리가 없어서 영업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하다못해 자격증 수당도 안나오는데 왜 굳이 그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가며 바보처럼 레드오션을 택하는거냐' 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오게 되겠으나 한국 사회의 통념을 깬다는 게 아직까진 쉬워보이지 않습니다.
신림동 뿐만 아니라 노량진 공시촌에도 장수생들이 즐비할 정도로 모두가 천편일률적인 방향을 바라보는 상황은 분명 바뀌어야 하는데... 새로운 세기를 맞아 앞으로 교육과잉이 별 의미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과도한 대학진학률을 비롯 무리한 교육투자나 대기업 일변도의 시선이 어쩔 수 없이 저절로, 그리고 조금씩 줄어들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나는 사양산업에서 성장 종사했읍니다. 남들이 겪고 있는 것을 더 일찍 봤다고 할 수 있죠 농업이 사양산업이지만 그 안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형태가 작용합니다. 똑 같이 농사 짓는데 왜 이렇게 소득격차가 벌어지는지..... 영양만 해도 대도시에 집 몇채씩 소유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소득도 그때 월급쟁이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였지만 세금은 거의 없었죠. 솔직히 무엇을 보다는 어떻게가 월등히 중요하죠 그러나 대부분은 무엇에 열중하죠
그리고 사양산업에 있다보면 사업축소로 인해서 득을 보기도 합니다. 나도 운이 좋았던 경우입니다.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로 농업의 위기의식이 높아졌고 그 대안으로 지역 특산물을 특산화시키는 연구소나 시험장을 늘리기로 결정했고, 그때문에 연구인력이 왕창 필요하게되었고, 그전까지 석박사 특채로 몇명 뽑던 것을 공채로 몇십명을 3-4회 채용하였읍니다. 그리고 그이후에는 다시 문이 닫혔읍니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후배가 내가 다니던 곳에 취업해 온 것은 그후 10년이 지난시점이었읍니다. 그래서 운좋게 연구공무원으로 취업하게 되었죠
그리고 내 동기들이 전공살려서 취업한 비율이 10%정도입니다. 그것도 우리동기들이 좀 특별해서........ 내 지도교수자리에 동기가 왔고, 연구공무원으로 두명 진출했는데(나를 포함) 둘 다 그만두어버렸읍니다. 그리고 한명이 다른 곳에 종사하고 있읍니다. 그러면 나머지는 무엇을 할까요
대학을 입학할 때는 그 당시에 인기 있는 학과를 선택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 실제 취업해서 돈을 좀 벌만한 시기는 입학 이후 10년 정도 지난 때입니다. 10년 뒤에 지금 선택한 학과가 잘 나가리라는 보장도 없거니와 심지어 본인의 전공대로 취업하리라는 보장조차 없죠.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직업을 택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하기 이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교육 환경을 만들어 줘야된다고 봅니다.
지금 20대의 젊은이들이 한쪽방향으로 몰린 것은 부모세대의 잘못이 큽니다.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형성되기도 전에 이쪽 방향이 옳다고 결정을 지어놓고 아이들을 몰아갔으니까요. 정말 똑똑하거나 현명한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아마도 제 갈길을 찾는 '각성'을 했을지 모르지만 그 수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도 고등학교 때는 전교 등수를 신경쓰던 나름 공부하는 학생이였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인생의 방향에 대한 생각은 많이 못했습니다. 그냥 시험만 잘보는 학생이였죠.
우리 사회의 쏠림 현상은 지금 초등학교 이하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세대가 아이들이 진정하고자 하는 일을 지원해 주는 식으로 교육 방식을 바꿔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할 겁니다. 물론 동시에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20년 후를 생각하고 사회 제도도 지금부터 바뀌어 가야겠죠. 이건 아마도 지금의 기성세대가 해주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