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긴 추석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소위 주식쟁이들은 이렇게 긴 휴장이 찾아오면

핸드폰을 뺏긴 중딩처럼 왠지 불안하고 허전한 금단증상이 오기마련이지요.

저도 예외는 아닐겁니다.

8~9월에는 올해 상반기 동안 줄기차게 달려온 시장이 조정을 받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조정은 결코 즐겁지 않지요.

'조금만 더 하면 올해 목표달성인데' '좀 더 올랐으면 수익이 얼마인데' 하는 마음에

목표주가에 도달한 종목을 좀 더 가져가고, 이미 수익이 많이 난 종목에 더 돈을 넣다보면

어느새 조정이 도둑처럼 다가오지요.

바로 이 "조금만 더" 하는 심리가 소비/투자를 촉진하고

시장의 버블과 폭락을 가져오는 자본주의의 원초적인 힘인 것 같습니다.

부동산 처럼 일단 오르면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주식시장은 먹고, 먹은 걸 토하고, 또 토한 것을 줏어먹는 좀 더러운 시장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원래 주식시장 속성이 그런걸.

주가가 잘 올라가서 좀 더 벌 수 있을 것 같을때, 더 벌고 싶은 욕망을 참고 부분 매도하고

갑자기 폭락해서 다 팔고 잊어버리고 싶을때, 팔고 싶은 욕망을 참고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고

잘 올라가는 것을 보며 신났다가 다시 미끄러져 오히려 손실나서 열받을 때, 열불나는 심정을 누르고 추가매수할 수 있을 때

수익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슬러야 성공할 수 있는 주식투자는 참 어렵지요.

8~9월에는

대원미디어, 삼보모터스, 팜스토리, 대신증권우를 매수하고

많이 오른 다나와를 좀 줄이고 한국금융지주우를 매도했습니다.

7월경에 하이트진로를 줄여 크라운제과를 더 샀는 데

크라운제과는 계속 내리고 하이트는 오히려 오르더군요.

크라운제과는 아직 싼 것 같은데 계속 내리고 있어 좀 더 사야할지 고민입니다.

지난주 발표된 9월 수출입동향을 보니 수출은 계속 호조이고

반도체, 철강 등이 엄청 달리더군요.

경상수지에 동행하는 주가지수를 감안하면

글로벌 경기회복이라는 분위기는 참 좋은 것 같은데

Little Rocket Man 때문에 한반도 안보문제가 더 좋을 수 있는 우리 시장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항상 '불안의 벽'을 타고 올라가니 4/4분기에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가져봅니다.

한국은 긴 추석 연휴를 즐기느라

인천공항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린다고 합니다만

해외에 나와 있으면 추석이라고 특별한 감흥은 없습니다.

친구, 친척들과 강제로 몇 년간 이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치 2~3년짜리 군대복무를 한 번 더 간다든지

힘든 나라의 경우 담없는 감옥에 수용되는 느낌마저 들지요.

요즘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개인 투자자(또는 전업투자자)들이 성공적 투자의 결과로 해외 여행을 많이 가시는 것 같고

그 분들중에 일부는 한, 두달에 한번씩 혼자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 사진을 올리시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경치나, 이국적인 풍경의 사진을 보면 일단 부러운 마음이 많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렇게 많이 다니면 정말로 재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저는 1990년 겨울 대학시절 친구와 둘이서 45일간 유럽배낭여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자유화가 된지 얼마 안된 시기인데다가 처음 해외여행이라 가슴도 설레였지요.

비행기가 파리에 도착했을 때 영화에서나 보던 샹젤리제 거리와 개선문, 그리고 에펠탑에 광분하고

몽마르뜨 거리나 노트르담 성당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스위스, 스페인 등을 다녔는 데

한 열흘쯤 지나고 나니 대부분의 도시가 비슷비슷하고

매번 보는 성당, 비슷하게 생긴 광장, 박물관에 식상했었습니다.

피카소, 고호 등 세계적인 화가가 그렸다는 그림을 봐도

달력에서 보던거와 별반 다르지 않아 큰 감흥이 없고

박물관에 들어가면 다리만 아프고

그러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면 '내가 왜 여기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오랜 여행으로 몸도 마음도 지쳐갈 무렵에

보르도에서 공부하던 친구가 생각이나서

다른 여행계획을 취소하고 밤차를 타고 그리로 내려갔습니다.

한국에서 절친은 아니었는데

외국에서 만나니 얼마나 반갑던지.

좁은 월세방에서 끼여 잤지만

오랜만에 김치찌개도 먹고,

친구의 안내로 쎙테밀리옹 포도밭도 구경가고

저녁에는 싼 현지 중국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으면서 늦게까지 이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45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니

아직도 가장 기억이 많이 나는 것은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스위스도 아니고

수백년 역사와 유적을 간직한 파리나 로마도 아니고

밤늦게까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보르도의 허름한 중국집이었습니다.

똑같은 일상을 벗어나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한국과 다른 이국적인 풍경, 아름다운 자연환경, 세계적인 맛집에서 식사하는 즐거움은

삶의 활력소가 되지만

여행의 백미는 이국적 환경에서

나와 친근한 사람들과 함께 정을 나누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경치가 있어도

같이 다니고 즐기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이 

나 혼자 가서 즐기면 껍데기만 보는 것 같고 공허하지요.

첫번째 배낭여행 이후에

저는 여행을 갈 때마다 무조건 친구나 지인이 있는 곳을 반드시 여정에 넣었습니다

저도 나중에 여행할 시간이 생긴다면

같이 투자하시던 분들과 '꽃보다 가치투자' 여행을 다니고 싶군요.

아니 배낭여행이 아니라 '배당여행'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