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의 신 혼마'라는 책을 읽었다.
에도 시대의 쌀 거래로 명성을 떨쳤고
소위 말하는 봉차트를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어떤 분야건 그 쪽에서 대가가 된 사람의 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대가끼리는 서로 통하는 걸까?
혼마의 책에서 코스톨라니의 책을 느낄 수 있었다.
심리가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를.
코스톨라니의 경우 달걀의 상하단부에 해당하는 것이고
혼마의 경우 가격의 천정과 바닥에서의 적삼, 흑삼으로
나타나는 봉챠트의 움직임이 바로 대중의 심리이다.
선수들은 매처럼 날카로운 눈을 통해 대중의 심리와
정확한 변화의 시점을 읽을 수 있었고 그를 통해 부자가 되었다.
지금까지 주식투자를 해오면서 내가 써온 방법은
기본적 분석을 통해 PER와 PBR 그리고 분기별 실적을 통해
그해말의 수익을 예측해보는 방법을 통해
나름의 적정 주가를 예상한 다음
기술적 분석을 통해 매수, 매도 시점을 판단해 왔다.
혼마의 가르침은 소위 기본적 분석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쌀 이라는 것은 절대적 가치는 없다.
그야말로 생활필수품이므로 굶어죽을 정도로 쌀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금반지라도 팔아서 쌀 한줌을 사야하므로 수요는 매우 경직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급의 변화에 따라 오늘 한되에 1만원하다가 다음달
공급이 부족하면 10만원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혼마는 기술적분석, 궁극적으로 공급과 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의 흐름을 읽으려 노력을 했고 그당시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봉차트를 만들어 냄으로써 부자가 된 것이다.
그러면 요즘 가치투자자들이 신봉하는 가치의 기반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상대적 가치이다.
물론 청산가치를 논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청산가치보다 훨씬 높은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기때문에
청산가치로만 기업의 성장성 등을 무시하고 기본가치를 논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기본가치라고 하는 것은 순익과 기업의 성장율을
국채에 기반한 기업위험지수를 할인하여 산출해낸다고 볼 수 있다.
즉. 무위험 수익이라고 할 수 있는 국채수익률과 비교한 가치인 것이다.
EVA, 현금흐름 계산법, PER 등 가치투자자가 흔히 사용하는 가치의
잦대들의 기본에는 국채수익률과 비교한 기업의 위험성에 비례한
리스크 프리미엄만큼의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예컨대 100만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무위험자산인 5% 국채,
ROE가 7%인 밀가루회사, ROE가 10%인 IT회사중에서 IT회사의 주식을 산다면
이사람은 최소한 IT회사가 리스크프리미엄 5%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실제로 IT회사의 경우 밀가루 회사보다 수익률 변동폭이 심하지만 수익의 상승률이
크며 따라서 같은 연간 순익을 올리는 밀가루회사보다 높은 PER를 적용받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밀가루 회사의 경우 부도 가능성이 낮고 수익증가율도 낮지만
민간기업이므로 국채에 비해서는 부도위험률이 존재하며, 국제 밀가루가격,
동종기업들과의 경쟁에 따른 순익감소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국채보다 높지만
IT회사보다 낮은 ROE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으며 IT기업보다 낮은 PER를
유지하게 된다.
어쨌든 가치투자가 말하는 기업의 가치라는 것이
국채수익률을 기반한 상대가치이며, 할인률의 기본이
국채수익률이므로 거시경제의 흐름을 반영하는
이자율과 무관하지 않게된다.
그런데 이자율이라는 것은 결국 모든 경제주체의 수요와 공급을
합한 경제활동의 총체가 아닐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산보다 많이 진작되어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방지한다. 반대로
수요가 침체되어 생산량보다 덜 소비되면 가격은 떨어지고
고용은 악화되면 정부는 이자율을 낮춰 소비를 진작시킨다.
당연한 말이지만 큰 수요와 공급의 보이지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는
거시경제의 흐름은 주식시장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고
가치투자의 기본이 되는 이자율을 바꾸는 변수이므로
거시경제나 수요공급의 흐름을 무시한채 가치투자만 고집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든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러면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느냐이다.
변화무쌍한 수요 공급의 흐름을 읽는 것이 어렵고
불가능하다면 실전에서는 차라리 이러한 변화를 무시하고
기본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면?
아니 모든 변화를 감지할 수는 없지만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추세를 본인의 경험으로
터득하여 알고 대응할 수 있다면
기본적 분석만 고집하는 것보다는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변화를 가미하는 것이 아주 현명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