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박철상이란 친구 때문에 투자자 사이에 시끄럽다.

어떤 분들은 이 친구가 실제 보유자산보다 좀 부풀리긴 했지만 기부를 했지 사기친 것 아니지 않느냐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명세를 위해서 직, 간접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은 지탄받아야 한다.

가투소에 수 많은 글들이 갑론을박.

각종 글들이 올라오고 수많은 댓글을 올라오는 것에 좀 놀랐다.

"왜 이렇게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많을까?"

"젊은 친구가 수백억을 벌고 기부도 한다니 내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것일까?"

수년 전부터 이희진 처럼 유사투자자문 행위를 통해

개미투자자들에게 각종 자문료, 가입료를 받아서 돈을 벌고

비싼 외제차, 호화로운 집 앞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사기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요즘도 광고를 하고 있는 *재성도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바뀐 것은 몇 년전 이분의 광고카피는 "개미투자자를 불쌍히 여겨서 고급정보를 나눠준다"는 식이었는데

요즘은 많은 기부를 하는 자선가로 둔갑한 것이 차이점인 것 같다.

거짓말을 한 박철상도 잘못한 것이 있지만

누군가 절묘한 투자기법을 가진 '주식도사' '초절정 고수'가 있다고 믿으려 하고

그런 사람을 찾아다니며 우상을 만들고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싶은 우리 심리가 더 문제이다.

박철상의 경우 흙수저에서 가치투자로 성공을 했고

수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다수의 가치투자자가 닮고 싶은 롤모델 즉 히어로가 될 만했기에

다들 일부 네티즌이 지적한 것들이 사실이 아니길 바랬고

박철상의 거짓말이 드러났을때 충격도 컸던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철상을 허언증 환자로도 보도하는 것 같다.

박철상 사건을 보면서

예전 재수시절 같이 학원을 다녔던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머리가 매우 명석했지만 처음 대입시험에 실패했고

집안이 매우 가난했기에 장학금을 주는 우리 학원에 들어왔었다.

학원에서 거의 항상 1등을 했었고,

전국 모의고사에서는 전국 1등도 몇 번하고, 전국 10등에 몇 번 들어갈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에

새로운 문제집이 나오면 사지않고

서점에 매일 가서 한 두시간씩 서서 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 친구는 자신감이 항상 넘쳤고 예상대로 그 해 겨울 대입에서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꿈 많았던 대학 1학년 시절

서울로 올라가서 기숙사에 같이 지냈기에

그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냈고

돈이 없었지만 미팅도 같이하고 

주말이면 같이 학교 주위에서 돌아다니면서 즐겁게 보냈다.

그러다 여름 방학이 되어서 부산에 내려갔는데

연세대에 다니던 친구와 같이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 장소를 정해야 하는데 그 친구가 이러는 거다.

"종호야 너 부페란데 가봤나?"

"거기에 가면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던데 거기 같이 가면 안되겠나?"

"그런데 내가 아직 돈이 없으니 니가 좀 내주면 다음번 갚을께"

90년대초에 부페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기에

나는 흔쾌이 '그러마' 하고 그 친구와 셋이서 동래에 있는 부페에 가서

한 10바퀴씩 돌면서 배가 터지도록 실컷 먹었었다.

2학년이 되어 이 친구는 가정 형편상 과외를 하느라 바빠져서

한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는데,

하루는 갑자기 연락이 와서 

서울에 좋은 식당에 불러내서 밥을 사주었다.

"oo야, 너 돈도 없을텐데 이렇게 비싼 식당에서 밥을 사줘도 되나?"라고 물었더니

그 친구가 "야 임마 걱정마라. 내 이제 돈 잘 번다" 

"이번에 큰 과외하나 들어왔는 데 한달에 7백만원을 받기로 했다" 라는 것 아닌가?

그 당시 서울대 학부생이 한달에 받는 과외 평균액이 30만원이었는데

700만원이면 엄청나게 큰 돈이었다.

반신반의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같이 그 친구 자취방으로 갔는데

이상하게 팩스기가 있었다.

"야, 니가 팩스기가 왜 필요하냐?" 라고 물었더니

과외하는 학생이 지방에 있어서 매주말 비행기타고 가서 과외를 하고

주중에는 팩스를 통해서 숙제도 봐주고 지도를 한다고 했다.

그 때 전화가 울렸는데 이 친구가 이렇게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서울법대생 ooo입니다." 

나는 1년도 안되어 완전히 돌변한 친구의 태도에 놀랐고

또한 대학생이 한 달에 천만원 가까운 돈을 벌면서

어려서부터 돈 맛을 느낀 것이 걱정이 되었다.

사실 같은 학원을 다니면서

흙수저지만 명석하고 항상 자신감이 넘치던 그친구를 보면서

언제가 이 친구가 사법시험을 치든 사업을 하든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갈 사람으로 성공을 해서

흙수저도 노력하고 열심히하면 잘 살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후 1~2년만에 돈 밝히는 학원강사가 되어버린 친구의 모습과 

'얼마나 돈에 한이 맺혔으면 저렇게 변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우울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형편이 좀 나아지면 정신차리고

공부 열심히 해서 사법고시를 합격하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 사이 나는 군대를 갔고,

군대 후에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해서

졸업 후 지금 다니는 직장에 들어와서

신입 직원으로 정신없이 지내고 있을 때였다.

한 2000년 쯤이었나?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른 친구를 통해서 그 친구가 그 때 유행하던 벤처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9시 뉴스에 그친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손에 쇠고랑을 차고.

소위 서울대 벤처동아리를 하면서

투신사로부터 거액을 투자를 받았는 데

나중에 알고 보니 사업 아이템만 있고 실체는 전혀 없는 사기로 판명되었고

수백억 고소를 당해 구속된 것이었다.

가까운 친구가 TV 뉴스에 나온 것이 충격이었고

또 엄청난 사기 액수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다.

그 후 그 친구는 몇 년 복역 후 풀려났으나

정상적인 생활은 하지 못하고

지방에서 학원 강사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초라해진 자기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박철상씨 사건이 20여년전 명석했던 그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잘 풀려서 흙수저의 희망이 되기를 바랬었는 데

영화속의 주인공처럼 영웅이 되기에는 현실이 참 가혹한 것 같다.

그 친구는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