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우려와 달리 한미FTA 협상에 따른 제약업계의 피해는 예상외로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언론에서 잇따라 협상 내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정부가 5일부터 직접 해명에 나서면서 그간 찬반논란이 팽팽했던 제약업계 피해관련 의문들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한미FTA 체결에 따라 연간 최대 1002억원, 최소 576억원의 피해를 예상했다. 관세철폐로 인한 피해액 144억원, 의약품 특허-허가연계로 인한 피해액 368억원~794억원,  신약의 품목허가 자료 5년간 보호에 따른 제네릭 출시 지연에 64억원 등이었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의약품 허가와 특허연계 부분이었다.  이 제도는 특정 신약의 특허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른 제약사가 제네릭을 개발해 식약청에 시판허가를 요청했을 때 원개발자(특허권자)가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면 소송 기간만큼 허가를 연기하는 것이다.  

이를두고 국내 제약업계 특히 한국제약협회는 이 조항이 제네릭 출시를 지연시켜 업계 피해가 예상된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하지만 이는 특허권자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 9개월 동안은 복제 약을 팔 수 없다는 가정하에 나온 것으로 이번 협정에서 이 기간이 3개월로 줄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따라서 피해가 거의 없을 뿐만아니라, 국내 제약시장 규모(8조9000억원)에 비하면 거의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제약협회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약값 인상론도 사실과 크게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적용 의약품의 경우 협상을 통해 내릴 수 있고 비아그라와 같은 비보험약은 관세인하 효과가 있기 때문에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제약협회 주장 과장된 측면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제약업계 내부에서마저 한미FTA에 따른 피해규모를 한국제약협회(회장 김정수)가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5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네릭은 출시가 지연되면 되는만큼 오리지널 보유 제약사들이 시장파이를 그만큼 키운 이후에 진입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더 이익"이라며 "특허연장에 따른 피해가 클 것이라는 한국제약협회의 주장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이자사의 노바스크(고혈압치료제) 시장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이것을 개량해 만든 한미약품의 암로디핀이 연간 400억원대라는 높은 매출은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한미FTA는 제약기업들에 오히려 플러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보험약가 협상에 따른 약값 인하와 포지티브 리스트(보험의약품 선별등재목록) 시행에 따른 경쟁력없는 약물의 시장퇴출 피해를 한미FTA에 따른 피해로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제는 국내사와 다국적사를 따질때가 아니라,  경쟁력없는 제약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본격적인 경쟁의 시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한미FTA에 대한 제약업계의 관심은 피해규모가 아니라,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생존유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