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학에서는 노-폰지-게임(No-Ponzi-Game)이라는 조건이 있다. 1920년대 미국에서 일종의 ‘다단계’ 방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가 결국은 감옥에 가게 된 찰스 폰지(Charles Ponzi)라는 사람의 이름을 딴 조건이다. 앞에 ‘No’가 붙어 있으니, 폰지와 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노-폰지-게임 조건을 보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부채를 이자율보다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시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부채를 이자율보다 빠른 속도로 계속 늘릴 수만 있다면, 빚을 내서 이자를 갚으며 자신은 아무 비용 없이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은 몰라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이 세상에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이 공짜점심은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 대가 없이 얻는 것은 없다.

IT(정보통신) 거품이 한창이던 시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이렇게 이야기했다. “IT를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기존의 경제원칙을 넘어서는 풍요로운 사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여기에서 기존의 경제원칙은 ‘공짜점심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수익률 이상으로 자금이 계속 유입되게 할 수는 없었다. 역시 거품은 꺼졌고 공짜점심은 없었다.

부동산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금융상품들이 각광을 받던 시기에 많은 사람들은 또 다시 이렇게 이야기했다. “금융공학을 통한 새로운 금융상품의 개발은 기존의 경제원칙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공짜점심은 없었다.

근본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두지 않은 가치의 증가는 결국 거품이다. 그리고 모든 거품은 예외 없이 무너졌다. 사람들이 기존의 경제원칙을 넘어서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등장했다고 이야기할 때, 그때를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그때는 바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경제위기를 걱정하고 대비할 시기인 것이다.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정보통신도 중요하고 금융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 어떤 분야도 ‘공짜점심은 없다’는 경제원칙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지금 세계 경제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걱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진원지에는 미친 듯이 가격이 올랐던 미국의 부동산시장이 있다. 또한 거기에 기반을 둬 각종 금융상품을 만들었던 미국의 금융기관이 있다. 위기가 전개되면 다음 수순은 경제당국이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역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연 3%에서 2.25%로 0.75%포인트 인하했다. IT 거품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다행히 IT 거품 때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완화시키고 미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역시 ‘공짜점심은 없었다’. 그 풀려나간 유동성은 미국의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했고 현재의 위기를 촉발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다시 지목된다.

물론 현재의 유동성 공급이 충분한 효과를 발휘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겠지만, 여기에 금융시장이 반응한다면 그래도 좋은 소식이다. 만약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내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위기의 정도와 깊이는 상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발 격랑에서 우리 경제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당국이 나서서 경제위기이니 국민에게 공황(Panic)상태에 빠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는 말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을 안심시키기에는 그들의 불안이 너무 크다. 더구나 이러한 해외 충격의 문제를 우리가 지닌 국내 정책수단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다. 경제정책당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다.

대가 없이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정책당국이 무엇을 선택할지는 모르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최소한 어느 하나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역시 ‘공짜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