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출범하기 훨씬 이전부터 메이저 언론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대통령후보 경선을 치를 때에는 적대적인 보도가 줄을 이었고, 그 내용도 거의 대부분 창작적인 수준이었다. 대통령선거라는 본선이 치러질 때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 이처럼 참여정부는 출범 전부터 메이저 언론에 큰 피해를 입었던 셈이다. 이렇게 피해를 입었다면 메이저 언론의 보도에 경각심을 가지고 대비할 만했건만, 출범 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되었다. 다만, 그 양상이 다를 뿐이다.
출범 후에는 메이저 언론의 보도를 열심히 추종하였고, 그 결과가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가계부채가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것처럼 언론이 떠들자, 가계대출 비율을 대폭 축소시킴으로써 경기를 죽였다. 신용불량자가 또 국가경제를 위기로 몰아갈 것처럼 언론이 떠들자,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대폭 축소시킴으로써 경기를 더욱 죽였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이 메이저 언론의 보도에 휘둘리면서 이런 결과를 빚었던 것이다. 물론 이런 경기하강의 피해는 국민들이 누구보다 직접적으로 겪어야 했지만, 참여정부도 간접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경기부진의 여파로 참여정부의 국민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던 것이다.
그 뒤로도 메이저 언론은 틈만 있으면 우리 경제가 비관적인 것처럼 보도해왔다. 그리고 이것이 경기부진을 장기화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비관적인 분위기가 심화되면 심화될수록, 소비자는 지갑을 더욱 닫을 수밖에 없고, 생산자는 설비투자를 기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경기회복이 참여정부의 당면과제라면, 경제정책의 첫 번째 목표는 비관적인 분위기를 해소하는 데에 두어야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메이저 언론이 조성한 비관적인 분위기를 그저 먼 산 쳐다보듯이 방관했을 뿐이다. 최근에는 정책당국이 앞장서서 비관적인 분위기를 더욱 부추겼다. 메이저 언론을 지금도 열심히 추종하고 있는 셈이다.
혹시라도, 비관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동원된 의제들이 진실이거나 경제 원리에 부응하는 것들이라면, 정책당국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가 진짜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의 모든 것들이 거짓이거나 경제 원리에 반하는 것들이었다. 이 문제는 그동안 지나치다고 할 정도로 너무 자주 거론해왔으므로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우리 경제가 얼마나 낙관적인가,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한 번 더 강조해두고자 한다.
첫째,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아주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잠재성장률이 무엇이던가? 지속가능한 최고의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이다. 즉, 경제성장을 지속가능하지 않도록 만드는 경제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의 가장 높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인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을 지속가능하지 않도록 하는 경제현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악화를 들 수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물가불안과 국제수지 악화가 나타나지 않았던 최고의 성장률이 곧 잠재성장률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경제는 1999년 9.5%, 2000년 8.5%, 2002년 7.0%의 성장률을 기록했을 때에도 물가불안이나 국제수지 악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최소한 7%는 넘는다고 해야 한다.
둘째, 국제경쟁력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수출은 벌써 3년째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이렇게 수출이 장기간 호조를 보였던 적은 최소한 1990년대 이후에는 없었다. 1960년대나 1970년대에나 가능했던 일이지만, 당시에도 항상 나타났던 현상은 아니었다. 1980년대 이후만 따지면 소위 ‘3저 호황기’라던 1980년대 말이 유일했다.
그렇다고 최근에 해외시장의 경기가 특별히 좋아졌던 것도 아니다. 약간 좋았던 때도 있지만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특히 2002년의 경우에는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직전으로서 세계경제가 모두 불안에 떨어야 했었는데, 우리나라 수출은 그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호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과거와 다르게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다. 2001년 말 달러당 1,326원이던 것이 한 때 1,000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고, 지금도 1,000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수출기업이 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가격은 2001년 말보다 30% 이상 올라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환율이 줄기차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우리나라 수출가격이 줄기차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장기간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원인은 오직 높은 국제경쟁력에 있었다고 해야 한다. 국제경쟁력이 높지 않으면 이런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과거에는 환율 하락 속에서 수출이 크게 증가했었다).
셋째, 성장 동력산업이 과거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다만,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산업이 커가는 현상을 굳이 외면하려고 했을 뿐이다. 실제로, 성장 동력산업이 얼마나 왕성하게 커가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다음과 같은 결정적인 사례가 있다.
지난해 11월 딜로이트라는 세계적인 회계 법인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500대 기업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109개나 포함되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규모가 7배나 더 큰 일본은 70여개의 기업이 포함되었을 뿐이고, 세계에서 최대 인구를 자랑하고 가장 빠르게 성장한다는 중국도 80여개 기업이 포함되었을 뿐이다.
넷째, 원천기술에 점점 더 접근해가고 있고, 소재부품산업도 왕성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세계적인 학술지에 실리고 해외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이제는 일상화되었다. 황우석 교수의 성과는 재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고, 이런 기사가 한 달이 멀다하고 언론보도를 장식한다. 그러나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세계적인 학술지에 우리나라 과학자의 논문이 실리는 일은 1년에 한 건도 구경하기가 어려웠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해왔던 부품이나 소재들을 개발하려는 열풍이 지금처럼 강하게 분 적이 없었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 결과,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들인 핸드폰과 반도체 등에 사용하는 부품과 소재의 수입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각종 기자재 등 생산 장비의 수입의존도까지 낮아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물론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말이다.
다섯째, 특수가 지속되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국특수는 이미 10여년 이상 지속되었고, 앞으로도 최소한 10년 이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는 아직 엄청난 산업예비군이 대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성장잠재력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중국은 이미 2년 전에 미국을 앞질러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시장으로 올라섰고 그 격차를 더 키우고 있다. 또한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는 1999년 50억 달러 미만에서 5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특수에 이어 베트남특수가 이미 일어났다. 여기에 동남아 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동남아에 대한 수출이 일본에 대한 수출을 앞질렀고, 그 격차를 점점 키우고 있다. 이것으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인구 10억의 인도가 경제적으로 깨어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인도라는 거대시장이 하나 더 우리에게 도전하라고 손짓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러시아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러시아는 외환보유고가 이미 1천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경제가 튼튼해졌고 본격적인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동유럽 경제는 러시아보다 더 빨리 살아났으며, 중앙아시아 경제도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석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것도 위와 같은 세계적인 특수에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 한다. 석유가 급등이 그렇게 우려만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든, 우리 경제의 앞날에는 위와 같이 여러 개의 특수가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다. 이런 일이 과거에 언제 있었던가? 1960년대 베트남 특수는 3년여에 불과했고, 1970년대 중동특수나 해외건설 특수도 멀리가지 못했으며, 1980년대 말의 소위 ‘3저 호황’ 특수도 기껏해야 3년을 넘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는 경제 체력도 튼튼하고 경제여건도 양호하다.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 경제는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는 기회일 뿐이다. 기회에 도전하여 붙잡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회라도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 아니, 하늘은 기회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잡지 않은 자에게는 꼭 재앙으로 응징한다는 역사적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 그럼 따져보자. 참여정부의 경제성적표는 어떠한가? 2003년 성장률은 3.1%에 불과했고 지난해에는 3.8%에 불과했다. 2003년 성장률은 이전 정권이 남긴 성적표라고 하더라도, 지난해의 성적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수출증가율이 3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이렇게 낮다는 것은 경제정책이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이지만, 역사적으로 수출증가율이 10%만 넘더라도 성장률은 7% 이상에 달하는 호경기를 맞곤 했던 것이 우리 경제였다.
참여정부는 올해에 들어선 뒤에도 경기부진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살아나던 경기를 죽여 버렸다. 경기부진을 장기화시키고 있을 뿐이다. 우리 경제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정책당국은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기에, 현재처럼 경기부진이 장기화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다음에 자세하게 따져보도록 하자.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성격은 정책당국자들의 이력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것 같다. 경제정책을 주도할 정도의 지위는 학자 출신이거나 관료들이 거의 모두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부분 화려한 학력을 자랑한다. 학자 출신은 물론이고 관료들도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일부 학자 출신은 외국 유명대학에서 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이들이 참여정부에 발탁된 배경에는 이런 화려한 학력과 이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그들은 자신이 배운 이론과 자신이 믿는 이념에 충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들이 자신의 출세를 불렀기 때문이다. 어쩌면 참여정부에서 원리주의적인 경제정책이 난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론이나 학문은 현실을 이길 수 없다. 현실은 이론과 이념의 출발점일 뿐만 아니라 자연(또는 신)의 섭리가 만들어낸 것이지만, 이론과 이념은 인간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이론이나 이념도 완전한 것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국가경제의 명운을 쥔 정책당국자로서는 이념이나 이론을 앞세우기에 앞서서 현실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경제학이란 학문은 스스로 결정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사회과학으로서의 경제학은 반복적인 경제현상에서 법칙성을 찾아내고 그 법칙성을 바탕으로 이론을 구성한 것에 불과한데, 경제현상 중에서 반복적인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더욱이, 이런 극히 일부분의 현상을 대상으로 구축된 경제이론마저 여전히 불완전한 수준이다(우리 연구소가 추구해온 CNF경제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 경제학은 아직 천동설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이런 사실조차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정책당국이 이론을 앞세우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만 들어보자.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책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엄청난 국고를 쏟아 부었다. 환율을 안정시키지 못하면 수출호조를 지속시킬 수 없고, 이 경우에는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국내경기는 더욱 하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현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경제정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4년 전에 이것을 철저히 거부한 바 있다.
2001년 성장률은 3.8%에 불과할 정도로 경기부진이 극심해지자, 정책당국은 수출을 촉진시켜 그 돌파구를 열고자 했다. 그래서 환율을 올리는, 즉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정책을 펼쳤다.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면 수출가격이 떨어지고, 그러면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원화가치를 12.4% 떨어뜨렸는데, 수출은 오히려 그 비율보다 더 크게 12.7%나 감소해버렸다. 환율을 올려서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경기를 부양하고자 했던 정책은 처절하게 실패했던 것이다.
물론 2001년에는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환율이 계속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나 가능했던 높은 증가율을 지금까지 3년이나 기록 중이라는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이 기간 중에는 세계경기가 다소 좋았던 적도 있지만, 나빴던 적도 있었다. 특히, 2002년 하반기에는 이라크 전쟁이 터지기 직전으로서 불안감이 고조되던 때였는데, 이때부터 우리나라 수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간단히 말해서, 원화가치를 상승시킬 때에, 즉 수출가격을 올려야 할 때에, 수출은 급증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경제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가격이 내리면 수요는 증가하고,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한다는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이 틀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왜 우리나라 수출은 가격이 상승할 때에 오히려 증가하는 것일까? 현 경제학으로서는 이런 현상을 결코 해명할 수 없다. CNF경제학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현 경제학의 가격이론에는 품질이 없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수요는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 일류제품일 경우에는 가격보다는 품질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곤 한다. 우리나라 수출이 가격상승 속에서도 급증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정책당국은 이런 엄연한 현실을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전히 천동설 수준에 불과한 현 경제학의 이론에만 매달려 있다. 그래서 지금도 환율방어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경기를 죽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경기가 살아나려면 설비투자가 살아야 하는데, 환율방어정책이 그것을 막아버리는 것이다. 정책당국이 환율방어를 통해 수익성을 보장해주는데, 어떤 기업이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고 위험부담도 큰 설비투자에 나서겠는가? 오히려 새로운 설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 설비로는 수익을 올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즉,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환율을 내려서 설비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경제학을 철석같이 신봉하는 참여정부 정책당국자들로서는 이런 정책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보자. 풍년이 들면 농민에게도 좋을 것 같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난다. 수확량이 너무 늘어나면 가격은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환율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크게 늘어났던 최근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참여정부 정책당국자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론보다는 현실을 숭배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정책당국자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참여정부의 당면과제로 등장한 경기회복도 마찬가지다. 이론적으로 또는 이념적으로 접근할 문제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에 입각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거의 역사에서는 어떤 경우에 경기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것으로 부족하다면(실제로도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경기부진에서 탈출하는 데에 성공한 나라들은 어떤 경제정책을 펼쳤는가를 먼저 연구해야 한다. 특히,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졌거나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가 살아난 나라들을 조사하여, 이런 나라들이 펼쳤던 경제정책을 우리나라에서도 시행해야 한다.
이런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 병’을 이겨냈던 1980년대의 경제정책과 경제번영을 다시 불러온 1990년대의 경제정책, ‘네덜란드 병’을 이겨냈던 1980년대의 경제정책, 1980년대 장기 불황과 1990년대 초반의 금융위기를 극복했던 스웨덴의 경제정책, 장기침체에 빠져들던 미국경제를 살려낸 1980년대와 1990년대의 경제정책 등을 들 수가 있을 것이다. 강조하거니와, 이런 나라들의 경제정책의 공통점이 무엇이었던가를 찾아내서 우리나라도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거론해왔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아니, 자세하게 언급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참여정부 정책당국자들은 내 제안이라면 무조건 거부하거나, 받아들이더라도 효과가 의심스러운 모습으로 변형시켜버리곤 했으니 말이다(재산세의 국세화가 부동산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정책인데, 이것을 종합부동산세로 변형시킨 것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특히, 종합처방일 경우에는 약재가 하나만 빠지거나 바뀌더라도 그 효과는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데 말이다(행정수도 이전방안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어떻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은 성공적인 나라들의 경제정책을 팽개쳐버리고, 실패한 나라들의 경제정책만 뒤따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산업경쟁력을 자랑하던 독일경제를 장기침체에 빠뜨리고 실업률도 10% 가까이까지 올라가게 했던 1990년대의 경제정책, 독일과 비슷한 상황으로 몰고 갔던 1990년대의 프랑스 경제정책, 1990년대에 초장기 불황을 불러왔던 일본의 경제정책 등의 공통점만 열심히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니 국내경기가 어떻게 살아나겠는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참여정부가 출범한지도 거의 2년 반이 지났지만 경기부진은 좀처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정책실패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만, 그런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지금까지 실패했던 길을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이론과 이념은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자세다. 자신들만이 우리 경제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세다. 이것은 또 얼마나 오만한 짓인가? 자신들이 경제학의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런 정책당국자를 둔 우리 경제의 앞날이 걱정이고, 국민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더욱 걱정스런 일은 야당들마저 국내경기를 살릴 경제정책에는 관심도 없고, 국가경제를 위기적 상황으로 몰고 갈 일들만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경제는 지금 절호의 기회를 맞았는데, 그것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 경제를 한번 둘러보라. 지금처럼 성장잠재력과 국제경쟁력이 뛰어났던 적이 근래에 있었던가? 성장 동력산업과 부품소재 및 기계장비산업이 지금처럼 왕성하게 일어난 적이 있었는가? 과학기술이 원천기술에 지금처럼 접근한 적이 있었는가? 각종 특수가 계속 이어지는 등 지금처럼 경제여건이 좋았던 적이 역사상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이런 호기를 왜 살리지 못하는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