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거품은 급속히 빠질까, 천천히 걷힐까? 어떤 변수에 의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은 없을까?

이 세 가지 변수는 주택 소유자나 무주택자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많은 언론이 ‘부동산 급락기 부동산 투자법’을 다루고 있지만 대략 “내년 상반기까지는 관망하라”는 쪽으로 결론이 난다.

그렇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부동산 침체가 끝나고 다시 활력이 붙는다는 것인가? 실수요 구매자가 내년 상반기면 싼값에 사서 추가로 향후 기대수익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인가?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이번 부동산 침체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복잡한 변수들을 모두 떼어놓고 그동안 올라도 너무 올라버린 집값만 봐도 그렇다. 2000년 이후 빚 잔치와 투기심리로 터무니없이 올라버린 아파트 값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PIR(Price Income Ratio)이란 게 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이다.

몇 년 벌어야 집을 한 채 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PIR은 6.6배다. 서울 강남은 12.3배, 강북은 7.9배다. 평균소득 근로자가 강남에 집을 한 채 사려면 12년 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 아파트에 투자해 대박을 얻는 시대가 또 오리라는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매도 보고서를 쓰지 않듯, 부동산 경기가 좋아야 먹고사는 상당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항상 ‘침체가 오래갈 것이니, 당장 집을 처분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 낀 거품만큼 빠진다. IMF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979년 이후 10년간 350% 올랐고, 이후 10년간 365%가량 하락했다.

영국은 1983년부터 6년간 150% 올라, 이후 4년간 86% 하락했다. 이렇게 세계 16개국의 자산 변화를 조사했더니 상승폭 대비 하락폭 비율이 89%였다. 100원이 올랐다면 떨어질 때는 89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2007년 초까지 두 차례의 폭등을 포함해 꾸준히 올랐다. 서울·수도권에는 200~400% 이상 오른 곳이 허다하다.

거꾸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하락폭도 오른 비율에 근접할 만큼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시장은 이미 매수자 우위의 시장으로 바뀌었다. 팔려는 사람은 쏟아지고, 사려는 사람은 부족하기 때문에 매수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당연히 할인 요인이 생긴다. 김종창 리얼부동산 팀장은 “매도자가 금리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던지는 물건을 매수하는 사람은 제시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낼 수 있다”며 “값을 더 깎을 수도 있고 잔금 지급일을 길게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변했고, 이제 선택을 해야 한다. 다주택자라면, 거품이 많이 낀 주택부터 처분해야 한다. 원하는 가격에 안 팔리면 가격을 더 낮출 생각을 해야 한다. 부채가 많은 1주택자라면 가능한 한 빨리 손절매를 통해 자산 건전화에 들어가든가, 허리끈을 졸라매고 이 위기를 참아낼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중대형으로 갈아타거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무주택자는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여름 이후 집을 장만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 기회에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란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철저히 실수요 위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전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집값 안정=부동산 활성화’라고 잘못 인식한 채 막대한 재정을 퍼붓는 경기 부양책을 쓰고, 일부 지역 개발을 미끼로 강력한 부동산 투기 세력이 준동한다면, 시장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빠져야 할 거품이 더 부풀어 올라 향후 더 큰 버블 붕괴가 온다. 그 고통은 서민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