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나왔죠? 2억원이요? 제가 잘 아는 중소기업이 있는데 거기 딱 3년만 묻어 둡시다.”

최근 인기리에 상영 중인 영화 ‘작전’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사다. 600억원 규모의 조직적인 작전주에 휘말려 산전수전을 다 겪던 개인투자자 강현수(박용하 역). 그가 결국은 가치투자로 ‘대박’을 낸 후 외제 승용차에 유유히 오르며 자신의 프라이빗뱅커(PB)와 통화하는 대목이다.

영화 속에선 인생 역전을 위한 온갖 작전 수법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 ‘가치투자’다. 억지성 결말이란 의견도 일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든 감독도 결국 믿을 건 ‘기업 가치’와 ‘시간’뿐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현재 국내 증시는 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05년부터 3∼4년 후의 장기 투자 수익을 바라본 사람들에겐 기다림이 무색해졌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여전히 가치투자, 장기투자를 외친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투자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절대 망하지 않을 것 같은 회사의 주식을 사서 오래 묻어 두는 것’. 말은 쉽지만 가장 어려운 투자 원칙이다.

■5년 묻어 둔 주식·펀드 수익률은

국내 업종 대표주들의 지난 5년간 수익률은 어떨까.

지난달 27일 포스코는 3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며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하지만 5년 전인 2004년 포스코 주식을 사들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4년 2월 27일 포스코 주가는 17만3000원. 5년 후인 2009년 2월 27일 종가는 31만5000원으로 올라 82%의 수익을 냈다.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POSCO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은 무려 481%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년간 수익률이 407%, 10년간 수익률은 무려 794%에 달한다. 대표적인 경기방어주로 꼽히는 KT&G는 지난 5년간 무려 196%나 상승했다. 신세계는 5년간 63%, 10년간은 1691% 올랐고 LG도 5년간 265%의 상승률을 보였다. 동양제철화학은 5년간 1213%, 10년간 2346% 의 수익을 올렸다. 5년간 10배, 10년간 20배 수익을 올린 셈이다.

펀드도 마찬가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99년∼2004년 2월 설정된 298개 펀드 298개의 수익률을 분석 해본 결과 5년간 전체 92%인 274개 펀드가 플러스(+) 수익을 냈다. 그 중 53개(18%) 펀드 수익률은 40%를 넘어섰다.

하이운용의 하이VISION포트폴리오금융주식1은 지난 2002년 이후 3년간 수익률이 12%에 그쳤지만 5년 후 6922%로 늘어났다. 신영엄브렐러중소형주식1은 2000년 설정 후 3년 수익률은 11%에 그쳤지만 5년 후 191%의 수익을 냈다.

가치투자 펀드로 유명한 신영마라톤주식(A형)은 3년간 -6% 수익을 낸 반면 5년 후 수익률이 95%로 급증했다. 신영밸류고배당주식도 3년 후 수익은 0.98%, 5년 수익은 90%였다.

한때 펀드 열풍을 일으켰던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주식형 펀드는 3년간 6%에 그쳤던 수익이 5년 후 107%로 늘었고 미래에셋드림타겟주식형(99%),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 1(78%), 미래에셋솔로몬주식 1(68%)도 5년 후 큰 수익을 냈다.

■불안할수록 ‘시간의 힘’을 믿어라

가치투자자들은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말한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채원 부사장은 “경기 침체와 금융위기 우려로 1000선 이하로 한번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남아 있어 바닥을 예측하기 힘든 고통스러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시장이 안정되고 환율이 안정될 때쯤이면 이미 증시는 1400∼1500으로 올라 투자시기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자 종목은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사장은 “본질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서 부채비율이 낮고 차입금이 적은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들 즉 업황이 좋아질 때에는 업계를 리드할 수 있는 선두기업들을 5∼10개 정도 선별해 투자해야 한다”면서 “1000선 이하로 증시가 한번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 30%씩 나눠 분할 매수할 것”을 당부했다.

다만 기간은 길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펀드에 투자한다면 장기 적립식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적립식펀드는 주가가 오르거나 떨어져도 매월 특정일에 일정금액을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투자가 시작되면 수익률에서 한 발 물러날 것을 당부했다. 단기 수익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투자 목적을 망각한 채 환매 충동을 쉽게 느끼고 수익률로 인한 스트레스에 쉽게 노출된다.

이 부사장은 “주식을 샀다면 그 후 최소 3년간은 잊어버리고 묻어 두는 것이 장기투자”라며 “그 전에 빼야 하는 자금이라면 투자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 명확한 투자 목적과 투자 기간을 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재테크 전문가인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차장은 “자녀의 교육비, 내집 마련, 노후생활 자금 등과 같이 5∼15년 자금 목적과 기간을 명확히 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투자 자산 간 배분도 필요하지만 투자 시점 간의 배분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투자 기간을 길게 본다면 적립식펀드 납입일이나 매수 시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이 지난 2002∼2008년 6년간 한국 주식시장 움직임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주식시장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며칠 동안의 기간을 놓친 경우 전체 수익률이 상당부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그 기간 내내 투자를 유지하는 경우 수익률이 훨씬 높았다.

2002년 1월 1일 한국에 1만 달러를 투자했을 때 2008년 1월까지 이를 그대로 유지한 경우 자금은 3만6438달러로 증가해 264% 이상 수익을 냈다. 반면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인 10일을 놓친 경우 투자자산은 2만447달러로 증가율이 104%에 그쳤고 40일을 놓친 경우 투자자산이 6301달러로 줄어 37%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투자는 타이밍보다 기간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피델리티 자산운용 데이비드 프라우드 대표는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은 투자가들이 주가하락에도 굴하지 않으면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시간의 힘을 믿고 시장의 호황과 불황시기를 견디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는 것이 투자의 요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