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돌아오는 겨울에는 독감 백신을 어디서 맞아야 할까? 필수 예방 접종사업을 민간 병의원으로 이양시켜야 한다는 의사들의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어 의료계의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돌아오는 겨울에도 개선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같은 논란이 재현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독거 노인이 독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장은 보건소에 가면 무료로 맞으실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독거노인은 보건소 가기를 꺼려했다. 그 이유로 예전에 독감 예방 주사를 맞으러 갔더니 하루는 사람이 너무 많이 그냥 돌아왔고, 또 다른 날은 예방주사를 맞긴 맞았는데 보건소 밖에서 추위에 시달린 게 후유증으로 작용했는지 오히려 며칠 앓아누웠었다는 것이다.

걸음이 불편한 노인에게 있어서는 버스 및 기타 대중 교통수단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택시를 타고 왕복하다보면 결국 비용은 마찬가지라는 것.

이처럼 해마다 독감 예방의 시기만 오면 흔히 발생되는 풍경이다. 돌아오는 겨울에도 이 같은 모습이 재현 될 것인가? 필수 예방 접종사업을 보건소에서 민간 병의원으로의 이양 문제에 국민의 바램은 무엇일까.

정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금년 1월까지 6개월간 대구광역시와 경기도 군포에서 필수 예방 접종을 민간 병의원에서 시행 후 그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민간 병의원 접종비 국가지원 시범사업을 벌였다.

종전처럼 지역 보건소에서만 무료 접종을 시행할 때보다 접종률이 50%에서 85%로 크게 향상되는 의미심장한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 필수 예방 접종사업을 민간 병의원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잇따른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 '소아과개원의협의회'가 대구지역 시범 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한 소아과 방문 환자 또는 보호자 939명을 대상으로 조사에 따르면 '필수 예방 접종을 보건소에서만 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단 1명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민간 병의원에서 접종을 받고 싶은 환자 또는 보호자의 45.6%는 그 이유를 전문의의 진찰과 상담을 근거로 했으며 27.6%는 육아 상담 등을 병행할 수 있기 때문에, 또 24.6%는 집과 가까워서 라고 편리한 접근성을 이유로 들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서 국민의 대다수가 필수 예방 접종을 민간 병의원으로 이양하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종전처럼 보건소에서만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도 필수 예방 접종을 보건소에서만 하는 것은 민간 병의원을 이용하는 것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다고 제기됐으나 최근까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은 보이고 있는 실정.

그러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없을까. 한 개원의는 " 지금 각 지방 자치단체에 속해 있는 보건소를 보건복지부 산하로 옮기고 건강보험 재정을 통해 운영해 관리하면 필수 예방 접종을 보건소에서 하건 민간 병의원에서 하건 차이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또 그는 "과거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기 전에는 지금보다 병의원 숫자도 적고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각 지역마다 있는 보건소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건강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들의 거의 없는 만큼 각 보건소들은 원래의 설립 취지에 맞게 전염병 예방이나 홍보 등 공중 보건 사업과 건강보험 사각 지대의 빈민계층,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료 서비스, 좀 더 나아가 무의탁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방문 의료 서비스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단기간 내에 이러한 개편이 어렵다면 우선 필수 예방 접종 사업만이라도 국민의 편의를 위해 민간 병의원으로 이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각 해마다 전쟁처럼 치르는 독감 예방 접종에 대해 제대로 사전 진찰도 하지 않고 적은 인력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접종을 하는데 있어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개원의는 "지방 자치 시대가 되면서 자치 단체장들의 선심 행정의 대표적 사례가 보건소의 신축, 확장 등인데 비교적 부유한 지자체의 보건소는 필요 이상으로 예산이 낭비가 된 경우가 많고 반대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의료 보호 환자들의 진료비를 몇 달씩이나 연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작년의 시범 사업이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한 이유는 보건소를 관할하는 지자체 마다 입장이 다르고 재정 자립도의 격차도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필수예방 접종 사업 제도가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민간으로 넘겨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돌아오는 겨울에도 재현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기 위한 냉철한 인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돌아오는 겨울에는 국민의 편의가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