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지난 2009년 1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리스 북부 지역에 사는 마타 존슨(Martha Johnson) 목사는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한 후 전기 요금이 거의 2배로 인상됐다고 주장하며 전력회사인 PG&E(Pacific Gas and Electric Company)를 고소했다. PG&E는 당분간 스마트 기기 보급을 중단해야 했다.

# 사례 2

천연가스 공급업체 서던캘리포니아가스(Southern California Gas)도 지난해 스마트 미터 도입을 추진했지만, 소비자들의 반대에 직면했다. 소비자들은 200달러에 달하는 스마트 미터 설치 비용이 부담되고 에너지 절감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스마트 미터 보급에 나선 미국은 소비자들의 각종 오해 때문에 스마트 미터 보급에 진통을 겪었다. 이 때문에 ‘똑똑한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 구현에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참여와 신뢰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스마트그리드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PUC)는 스마트 미터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일자, PG&E가 설치한 스마트 미터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 확인키로 했다.

PUC의 의뢰를 받아 스마트 미터 점검에 나선 업체는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스트럭처 그룹(Structure Group). 스트럭처 그룹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750대 스마트 미터와 147대 기계식 미터를 점검했다.

점검 결과, 스마트 미터는 제대로 작동했다. 요금 청구도 정확했다. 전기 요금 인상과 계속된 더운 날씨 때문에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PG&E 주장이 맞았던 것이다.

소비자들이 스마트 미터의 사용에 만족하지 못하고 오히려 전기 요금이 많이 나왔다고 착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사를 맡았던 스트럭처 그룹은 ‘밀어붙이기’식으로 스마트 미터 보급에 나선 PG&E의 고객 대응과 서비스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고객들이 스마트 미터의 편의성에 대해 문의해도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일부 소비자에게는 요금 청구서를 두 번 보내는 실수까지 저질렀다.

스트럭처 그룹은 “스마터 미터의 오작동은 없었지만, PG&E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면서 “고객을 상대로 에너지 절감 방법을 안내하고 교육도 진행해야 했지만, 사전 작업이 스마트 미터 보급에만 매진해 소비자의 불만을 키웠다”고 결론 내렸다.

비슷한 사례는 텍사스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지역 전력회사인 온코(Oncor)도 스마트 미터를 보급하던 도중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바람에 소비자의 불만에 직면했다. 이 경우에도 온코가 설치한 계량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조사에 결과가 나온 후 PG&E는 “스마트 기기 설치에 따른 이익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새롭게 만들겠다”면서 “고객 서비스에 더 많은 예산을 쓰겠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국장은 “지난해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스마트 미터 설치를 중도에 중단할만큼 큰 논란을 겪었다”면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전 교육을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전력 측은 “캘리포니아 스마트 미터 보급 사례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전기를 똑똑하게 쓰는 소비자의 의지와 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전은 “스마트 미터 보급 활성화를 위해 무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면서 “교체해야 하는 노후화한 기존 기계식 미터부터 스마트 미터로 교체한다면 무료 공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