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은 오는 7월 개설 15주년을 맞는다. 96년 시가총액 8조6000억원으로 출발한 코스닥은 이제 101조원(3월 31일 기준) 규모로 성장했다. 상장법인 수도 343개에서 996개로 늘어나 1000개를 넘본다. 그러나 16년 차에 접어든 코스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 시각은 곱지 않다.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원이라는 중대한 임무를 띠고 탄생했지만, 테마주 열풍에 병들었다는 평가다.

97~98년 IMF 외환위기를 수습하던 김대중 정부는 벤처를 경제의 돌파구로 정했고 IT 벤처기업 육성정책을 내놓았다. 이게 화근이 됐다. 99년 5월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자 IT를 중심으로 테마주가 횡행하기 시작했다. 코스닥에 투자하면 떼돈을 번다는 허황된 인식도 생겼다. 이때 새롬기술, 장미디어, 터보테크, 로커스, 다음 등이 등장했다.

99년 8월 2575원에서 시작한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2월 30만8000원까지 1만1861%나 올랐다. 다음은 1만1200원(99년 11월)에서 불과 2개월 만에 40만6500원까지 3만6194% 치솟았다. 그러나 2000년 초 전 세계적인 인터넷 붐이 꺼지면서 거품은 일순간에 사라졌고 새롬기술 주가는 2000년 12월 5500원으로 급전직하했다. IT 버블 이후 코스닥은 단 한 차례도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2000년 A&D(인수 후 개발)가 테마주 바통을 이어갔지만 역시 불신만 안겼다. A&D는 굴뚝기업을 인수해 첨단 IT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이르는 말. 관련주로 리타워텍, 신안화섬, 바른손 등이 떠올랐다. 리타워텍은 1760원이던 주가가 36만원까지 2만% 넘게 올랐으나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1년도 안 돼 사라졌다.

2004년 노무현 정부가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이후 게임,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등의 테마주가 탄생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로 촉발된 바이오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엔터테인먼트주로 각광받았던 팬텀엔터테인먼트도 폭삭 주저앉았다. 이후 나노와 로봇, 자원개발주 등의 테마주가 또 부각됐으나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탄 테마는 거의 없다. 한때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어섰던 기업도 35개나 됐지만 다 옛날 얘기다. 현재는 12개사에 불과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코스닥은 주가 변동이 지나치게 크고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차익을 노리는 단타매매만 성행하는 시장으로 변질됐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시장으로만 남았다. 현재 코스닥에서 개인의 거래대금 비중은 90%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의 경쟁력도 떨어졌다. 소액주주사이트 네비스탁은 코스닥 상장사 945곳이 다시 심사받는다면 45.2%인 427개 업체가 요건에 미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2009년 65개가 퇴출됐고 지난해도 74개가 시장에서 쫓겨났다. 올해도 50개 이상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이를 합치면 코스닥 전체 기업의 20%가 넘는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01호(11.04.13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