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부자' 롯데, 자산재평가..."차익만 수조"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부자 그룹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자산재평가에 들어갔다. 재평가 차액이 수조원 이상으로 국내 그룹 최대가 될 전망이어서 재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 자회사들은 28,29일 국제회계기준(IFRS)도입에 따른 간주원가 적용을 위해 자산재평가를 결정했다. 평가 기관은 제일감정평가법인이 맡았다.

유통 부문에선 롯데쇼핑 (311,500원 12500 4.2%)이 서울시 중구 소공동 1번지 등 장부가 3조2243억원의 자산을 재평가한다. 롯데미도파 (11,450원 250 2.2%)도 노원구 상계동 토지 등 장부가 1616억원의 토지를 평가한다.

'음식료 3인방'도 자산재평가에 들어간다. 롯데칠성 (815,000원 13000 -1.6%)음료가 서초구 서초동 물류창고 등 장부가 3842억원의 토지를, 롯데제과 (1,222,000원 16000 -1.3%)가 영등포구 양평동 물류센터 등 장부가 2642억원의 땅을, 롯데삼강 (240,000원 0 0.0%)이 영등포구 문래동 공장 등 장부가 468억원의 토지를 각각 재평가한다.

석유화학 계열사인 호남석유 (110,000원 2500 -2.2%)화학과 케이피케미칼 (7,450원 340 -4.4%)도 각각 장부가 2777억원의 여수공장과 335억원의 울산공장을 재평가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말 기준 롯데그룹(54개사)의 보유토지 공시지가는 12조7825억원으로 10대그룹 중 최고다. 롯데그룹의 보유 토지 규모는 전체 10대 그룹이 보유한 전체 토지 규모의 23.6%.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처럼 롯데가 '땅부자'로 자리를 잡은 것은 식음료 계열사의 서울시내 공장과 유통부문의 도심 백화점 등 노른자위 땅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삼강의 경우 천안공장으로 생산거점이 이전하면서 영등포공장 부지의 개발이 가시화되고, 롯데제과의 영등포 물류센터 역시 개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부동산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소유부지의 현 용도는 공장, 물류센터 등으로 신고돼 있어 장부가는 시세 대비 턱없이 낮다.

롯데가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장부가로 반영된 부동산을 공시지가 수준으로 재평가할 경우 단순 재평가 차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실제로 지난 1월21일 자산재평가 결과를 발표한 한국전력은 토지 부문 재평가 차액(자회사 제외)이 4조2661억원에 달했다.
롯데 계열사 중에 가장 먼저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한 롯데손해보험은
2008회계연도에 677억원의 평가 차액을 기록한바 있다.

자산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면 주가 상승 요인이 돼 자금조달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또 회사 지분가치가 높아지면 유리한 조건으로 공격적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수 있다.

강성부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자산 재평가를 하면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 개선 효과를 본다"면서 "재평가 차액이 상당할 것으로 보여 롯데의 기존 우량 자산가치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표적 부동산 자산주로 꼽히는 롯데칠성은 지난달 29일 급락장 속에서도 자산재평가 발표 효과로 1.22%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1만200평 규모 서초동 물류센터의 장부가는 1110억원이지만 인근 상업용지 가격이 평당 1억원에 거래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치만 1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2011년 도입 예정인 IFRS는 토지 등 유형자산의 장부가격을 평가할때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재평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자산재평가를 통한 자기자본 확대가 유통업체 바이 더 웨이 인수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롯데그룹의 외형확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후 올 1월까지 두산주류BG, 기린, 중국 대형마트 체인 타임스, 국내 편의점 바이 더 웨이를 차례로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