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이 아닌 경기주기상으로 보면

 

이번 불황은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가 단초를 제공한 것은 틀림없지만 더 큰 그림을 볼 필요가 있다. 경기사이클 측면에서 보면 60년, 30년, 10년, 4년 사이클이 동시에 충돌하는 흔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에 미국경제는 -6.1%를 기록했다.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지만 기대와는 달리 경기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불황을 서브프라임이라는 금융사건의 측면이 아니라 장단기 경기사이클을 보면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이유가 나온다.

 

콘트라티에프 60년 장기 사이클과 한 세대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30년 주기 사이클, 10년 주기 투자사이클, 그리고 정권교체기와 맞물리는 4년 주기 사이클의 경기바닥이 동시에 맞부딪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경기 사이클은 60년 콘트라티에프 사이클로 보면 겨울의 막바지에 들어와 있다. 강대국 미국경제로 보면 1920년 이후 이어져오는 30년 주기의 붕괴(Disruption), 회복(Rrecuperation), 혁신(Innovation)사이클의 단계 중 붕괴단계에 들어가 있다. 90년대 일본, 2000년대 미국증시에서 보여졌던 10년 단위 경기호황의 후유증이 최근 중국 증시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이번 불황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를 보면 4년 주기의 선거 사이클이 있다. 선거를 의식한 집권당의 금리와 통화조절로 4년 주기의 경기변동이 생긴다. 이번에도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교체과정에서 큰 혼란이 일어났다. 돈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들어갔고 이런 상황이 오면 주가와 경기는 어려워진다.

 

 

 

강대국은 제조대국으로 일어서 금융대국에서 끝이 난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지금 미국은 100년간 지속되어온 세계의 패권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강대국의 흥망을 보면 제조대국으로 일어서서 군사대국으로 융성하고 금융대국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강대국은 기술혁신에 의해 또는 내재적인 체제변화를 통해 제조대국으로 일어선다. 제조대국 다음에는 외국과의 무역증가로 무역대국이 되고 그러면 그 돈으로 군대를 강화시켜 동시에 군사대국이 된다.

 

그러나 한 두 세대가 지나면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던 아버지 세대와는 달리 부유하게 자란 아들 세대는 일하기 싫어한다. 제조업의 쇠퇴와 소비의 증가에다 주요 산업의 국제적인 이전으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가 늘어난다. 그러나 여전히 잘 먹고 잘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한 방법은 전쟁이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 놓은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가끔 전쟁을 일으키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 나서는 가격을 멋대로 정한 첨단 무기를 전쟁국 인근 주변국에 팔아서 돈을 챙긴다. 또 한 방법은 아버지 세대가 벌어 놓은 돈을 가지고 돈놀이를 하는 것이다.

 

 

아버지 세대가 쌓아 놓은 돈과 군사력 덕분에 통화는 기축통화로 부상하고 그러면 바로 금융강국으로 일어선다. 돈과 힘이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전세계 돈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대국의 끝은 아버지의 돈 마저 다 써 버리고 나서,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신용으로 돈을 빌려서 쓰는 시절이 오면서 끝난다.

 

고대 로마가, 중국이 쇠퇴하는 말기에는 가짜 돈이 판치고 화폐유통질서가 무너지면서 망했다. 해가 지지 않는 제국, 영국도 공업혁명의 효과가 사라지고 소비가 경제의 주축이 되면서 기축통화로서 파운드화가 자리를 잃어버리면서 초강대국에서 멀어졌다.

 

 

 

아버지 세대의 신용으로 먹고 사는 미국

 

저축은 없고 빌려 쓰기만 하다 보면 결국 사고를 치게 된다. 부잣집 아들이 사기죄로 감옥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대 로마시대 말기에도 엄청난 재정지출 때문에 금이 모자라자 99.999%의 순금이 아닌 불순물을 넣은 금화를 제조하다가 주변국들이 더 이상 로마의 금화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로마는 망해갔다.

 

1930년대 제조대국으로 일어선 미국이 냉전 이후 군사대국으로 우뚝 서고 그리고 제조업이 떠난 자리에 기축통화와 군사력을 바탕으로 금융대국으로 일어섰다. 하지만 지금 미국이 저물어 가고 있다. 저축률이 1-2%대이고 재정, 무역적자는 조 단위를 넘어섰다.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고 망가진 기업을 살리기 위해 신문사가 윤전기로 신문을 찍어 내듯이 달러와 국채를 찍어 내고 있다. 그 돈을 구멍 난 월가의 금융가에 퍼붓고 있다.

 

대형 채권자들은 이미 “종이 사자”가 마구잡이로 내보내는 배설물이 영양가가 없다는 걸 알아챘다. 달러가 불순물이 든 금화라는 걸 눈치챈 이들은 작년 말부터 미 국채 매입을 줄이고 있다. 미국은 겉으로는 큰소리치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자기네 재정사정을 잘 안다. 강대국의 새로 취임한 “검은 황제”의 특사로 전임 황제의 부인이 선임되어 방문한 곳은 200년 동지이자 외갓집인 유럽이 아니다. 미국 달러와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이었다

 

 

 

제조대국에서 군사대국의 꿈을 꾸는 새로운 강대국 후보 중국

 

지금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기반으로 전세계 달러를 끌어 모으고 있다. 부시도 힐러리도 취임 이후 아시아의 큰 손, 중국의 후진타오를 만나러 오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 각국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취임하면 미국을 방문하지만 큰 손 중국에는 이제 미국이 인사를 하러 오는 상황이 되었다.

 

중국은 국민의 저축률이 50%대를 달하고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로 미국을 대신해 아프리카의 못사는 “검은 동생”은 물론이고 미국이 관리하는 금고, IMF에까지 뒷돈을 대고 있다. 그리고 이젠 한 술 더 떠 세계의 큰 형님, 미국의 눈치를 보면서 슬슬 군사력을 확장하고 있다. 군사대국의 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 4월20일에 세계 평화를 외치면서 중국해군 창설 60년 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여 중국의 해군력을 전세계에 과시했다.

 

 

 

 

한국 조선업의 대호황은 중국에 해군이 없었기 때문?

 

중국이 공군도 육군도 아닌 해군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양대국 중국은 명 나라의 “鄭和”장군(명나라 환관출신 장군, 중국해군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정복해 해양대국 중국을 만든 이) 이후 해군을 없애버렸다. 명나라 다음 중국을 지배한 나라는 청나라다. 바다를 본 적이 없는 기마민족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해양대국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엄청난 유지비가 들어가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군을 없애버렸다.

 

중국이 해군에 강한 애착을 보이는 것은 해군이 없었던 1800년대 청나라 시대에 중국이 서양 해양세력에 완벽히 유린당하고 아편전쟁을 겪으면서 동부지역 연안도시 전부를 서구열강에 바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의 조선업이 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것도 길게 보면 제조대국 중국에 배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조대국 무역대국으로 일어선 중국은 조선업이 낙후되어 있어 그 많은 물동량을 실어 나를 배들을 해외에 용선하고 주문하다가 보니 전세계 조선소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국의 조선업의 호황은 유럽에서 일본, 한국으로 넘어오는 조선업의 국제적 이전 과정에서의 타이밍과 제조대국 중국의 부상에 한국 조선업의 생산능력이 딱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10년 전의 한국의 조선업을 되돌아보면 경영부실과 노사문제로 엉망이었고 더 이상 희망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러 박스로 다시 주목 받은 이유는 큰 그림으로 보면 제조대국 중국의 부상과 중국 조선업의 낙후 때문이다.

 

 

이번 사이클 30년만의 위기? 투자기회?

 

증시를 보면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아시아 시장을 문둥병 환자 내버리듯이 내동댕이 치고 꽁지 빠지게 도망쳤던 외국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중국시장은 금년 들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한국시장도 다시 바닥을 치고 반등했다.

 

폭락 뒤의 반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쪽에 서는 이도 있고, 더 이상 지하실은 없어 이젠 시간이 문제이지 상승의 방향을 잡았다는 쪽도 있다. 전세계 정부가 작년 말부터 엄청나게 퍼부은 돈이 주식시장의 유동성 공급원이 되었고 세계의 공장 중국이 최근 6개월간 재고가 바닥나면서 재고를 채워 넣는 과정에서 실물지표도 바닥에서 탈출하고 있다.

이제 2분기 들면서 그간 풀어 놓은 돈들이 주식시장에서뿐 만 아니라 실물경기를 얼마만큼 자극했을까가 관심사다. 이미 일부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서 “맛보기 답안”이 나왔지만 기업들의 2-3분기 실적에서 그 답이 나올 것 같다.

 

위기라는 말은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미국 발 경기불황의 공포가 중국으로부터 시작해 전세계를 한번 휩쓸고 지나갔다. 그러나 다시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작은 경기회복의 바람이 “나비효과”처럼 아시아 시장으로 퍼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유동성 효과든, 재고소진 효과 때문이든 간에 반등의 실마리를 잡은 상황이다. 긴 그림을 보면 증시는 30년 만에 오는 불황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놓고 보면 30년만의 투자기회가 왔다. 작년에 주가가 왕창 빠져 새가슴이 된 투자가들에게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아직 본전도 멀었는데 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역사는 항상 같은 똑 같은 모양은 아닐지라도 비슷한 모양으로 반복된다.

 

(그림7)의 상단 그래프는 30년 단위로 오는 경기불황과 주가수익률 추이다. 감각적으로 보더라도 지금 국면은 매도보다는 매수할 국면이다. 그 아래의 분포도 그래프는 1876년 이후 2008년까지 100여 년 이상 기간 동안 미국의 연도별 주가상승 율 분포를 당해 년도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2008년의 수익률은 1876년 이래로 최저다.

 

증시는 빠지지 않으면 오른다. 평형이라는 기능이 없는 시소 같은 것이다. 100년만의 최악의 수익률은 지났다. 그러면 투자전략은? 태양이 완전히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던지 아니면 먼저 태양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초강세장에서 장기 투자하면 꼭지를 잡을 확률이 높지만 100년만의 불황의 끝자락에서 장기 투자를 하면 돈을 잃을 확률은 거의 없다.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주식에 장기투자 하자”는 전략이 딱 맞는 시점이다. 

 

 

 

 

불황의 끝자락에서 투자전략: 사두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들

 

장기 경기사이클의 바닥국면에서 투자의 우선순위는 금과 미 국채 그리고 상장주식이다. 반대로 피해야 할 것들의 순서를 매기면 중소기업, 부동산, 장외주식이다.

최근 달러가격이 주춤하면서 금값이 속등을 했다.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 헬리콥터로 뿌린 달러의 가치는 값이 속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당연히 실물자산과 인플레 헤지를 위한 자산의 수요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금융위기에 몰린 나라는 통상 화폐가치가 폭락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미국의 달러는 이번 위기에서 오히려 그 가치가 올라갔다. 역사를 되돌이켜보면 금융위기 때마다 항상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는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국제은행의 대출잔액의 54%가 달러표시 대출이기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기면 자본잉여국들이 자본부족국에게 투자한 돈을 돌려 받는 과정에서 달러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기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안정된 달러 표시 채의 수요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경기하강이 이미 1년 반 이상 경과한 지금 시점에서 보면 금과 미 국채에 대한 투자를 할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지금은 상장주식에 투자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