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장세는 2001년 9.11 테러 직후와 유사해 보인다. 예기치 못했던 돌발 악재의 발생으로 경제 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격적 금리 인하와 적극적인 재정 지출이 나타났고, 실물 경기도 바닥을 통과해 반전하기 시작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전 세계적인 저금리 환경 하에서 나타났던 외국인 투자가들의 공격적인 주식 순매수도 비슷하다.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단적으로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재고를 소진한 후 재차 늘렸던 패턴도 비슷하다.

9.11 테러 직후 경기의 움직임도 현재와 유사하다.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책 효과가 약해지면서, 이후 경기 회복의 강도는 약화됐다. 주가 역시 경기의 탄력적 회복 국면에서는 빠르게 상승했지만, 경기 회복 속도가 정체되는 국면에서는 조정을 나타냈다.

최근 발표치인 3월부터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상승으로 돌아섰다. 앞으로 확인하게 될 4~5월 수치도 상승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최근의 주가 상승은 이를 반영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분기별 GDP와 주가도 비슷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9.11 테러 직후 KOSPI는 6개월 동안 정확히 10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라는 바탕 위에서 한국에서는 더 강력한 정책적 자극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카드 경기 부양을 통한 내수 버블 정책이 그것이다. 버블에 힘입어 KOSPI는 6개월의 굵고 짧은 반등세를 나타낸 이후, 곧바로 고점 대비 50% 가까운 급락세를 나타냈다.

최근에도 경기 부양을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2001년과 같은 버블을 만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01~02년에는 대우그룹의 해체와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지나면서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은 일단락됐던 상황이었다.

또한 가계의 재무 건전성도 현재보다는 훨씬 높았다. 현재도 공격적인 구조조정의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07년까지의 레버리지 과잉 시대의 뒷치닥거리(선택적인 구조조정)는 불가피해 보인다. 무조건적인 모르핀 투여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생각이다.

2002년 초 내수 버블 장세보다는 약한 반등세, 그리고 주가 고점 통과 이후의 급락보다는 완만한 조정 정도가 앞으로 예상되는 주가의 경로이다, 우리의 예상보다 강하게 올라온 KOSPI의 단기 고점을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현재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싸지 않다는 점(기업이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 기인한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기업이익의 탄력적 회복을 염두에 둔 밸류에이션으로도 부담), 정부 재정 지출의 효과가 1분기에 집중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금은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