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나라의 앨리스 中에서
'더 빨리'를 외치는 붉은 여왕과 함께 한참을 달리던 앨리스는
여전히 같은 풍경 같은 나무 아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놀라서 붉은 여왕에게 얘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한참 동안 빨리 달리면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쏘아부친다.
"느림보 나라 같으니! 자, 여기에서는 보다시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단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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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는 대다수의 개미들이 그렇듯이 아무 생각없이 (생각한다고 하는게 지나고 나면 아무 생각 없는거였죠)
투자란걸 - 사실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었죠 - 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권수로는 50여권이 되는군요.
한 다섯권 읽으니까, 어디가서 "나는 가치투자자다" 라고 제법 큰소리도 치게 되더군요.
한 스무권 읽으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제법 종목도 추천도 하게되고
니 투자방식은 이래서 안돼, 라고 제법 선생 흉내도 내게 되고,
그 와중에 시장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고,
앨리스처럼 쌩쌩 달리는데도 제자리거나, 오히려 뒤로 역주행(?)하는 불상사가 (- -)
이제 한 서른권쯤 읽고 나니까, 좀 조용해집니다.
아니, 회의론자가 되었다고 할까요?
모든 것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거울나라에서는 "결과가 먼저 있고 사건은 나중에 생긴다"고 합니다.
주식시장도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결과를 가지고 갖가지 원인을 갖다부치고,
워낙에 말들이 많은 곳인지라 "핑계없는 무덤이 없고" 처녀가 애를 낳아도 이유가 있는 곳, 인지라
그 속에서 나는 뭘 해야 할지가 고민스럽습니다.
그런 혼란속에서 이렇게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가 참석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쩌다 거울나라에 떨어져
모든 것이 이상하게만 느껴지는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자뭇 설레입니다.
토끼처럼 이 세계로 인도해준 [아이투자] 운영진 여러분께도 늦게나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