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모색일지도]

 

  

 

변명일테지만, 돌이켜 보면 투자하는 인생이라는 게 주류의 삶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들이 가는 길, 남들이 선호하는 대상에 마음이 편할 수 없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 곳에는 이미 먹을 게 없음을 몸으로 체득한 뒤라 더욱 그런가 보다.

 

청약 건으로 회사를 방문했을 때, 나 말고 몰려든 사람이 많은 경우 왠지 낭패다. 남들이 본 것을 나도 보았을 뿐이라는 자각이 그 하나이고, 의당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없겠구나 하는 예상이 또 하나이다.

경매를 할 때도 그러하다. 한 물건에 열 명이 넘게 덤벼들었다면 그 물건에 나도 도전했다는 게 참으로 민망해진다. 남들 다 보는 거 나도 본 거 아닌가. 이런 반복으로 수익을 얻기란 쉽지 않다.

 

 

그렇지. 아무도 입찰하지 않고 단독으로 낙찰 받았을 때가 불안하다면 초심자인 까닭이다. 남들이 보았는데 내가 보지 못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지. 초심자인데도 단독입찰이 마음 편하면 안 되지. 하지만 많은 경험칙이 쌓인 뒤에는 되려 다른 이들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이 내 마음을 참으로 흐뭇하게 한다. 가격을 두고 망설임은 있었을 테지만, 적어도 내가 본 것을 다른 이들이 보지 못했다는 것에 마음이 즐겁다.

 

같은 의미에서 청약 건에서 다른 사람들이 전혀 오지 않았음으로 불안하다면, 역시 나는 그 게임을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 채 하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그 게임을 한다는 게 이미 넌센스이다. 계산이 서지 않았다면 애초 하지를 말았어야지. 또, 계산이 분명하다면 주위 정황은 문제되지 않는다. 내가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아무도 오지 않았다는 것이 되려 즐거웠다.

 

실제로 그러했다. 어떤 분야건 사람들이 몰려든 것 경우치고 제대로 된 수익을 가졌던 경우가 드물다.

 

주식을 매입할 때도 그러하다. 내가 매입한 종목이 설사 가격이 오르더라도 그 주된 창구가 키움이나 미래에셋 같은 개미들의 몰리는 창구라면 아주 씁쓸하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는 것은 내게 어떤 혜택도 남아있지 않다는 증명이다. 그러면 주저할 것 없이 팔아야 할 시점을 모색해야 한다. 언제고 개미가 몰려서 가던 종목이 있던가.

 

 

 

내게서 투자란 이러할진대, 대개의 사람들은 그와 달리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어야 안심하는가 보다.

 

길 가다 두어사람이 올려다 보고 있으면 같이 멈추고 올려다 보는 게 사람인가 보다. 오른쪽으로 갈지 왼쪽으로 갈지 헷갈린다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으로 가는 게 속 편한가 보다. 모두가 예라고 하면 함께 예라고 해야 마음 편한가 보다. 몰리는 곳에 같이 몰아주는 게 좋은가 보다. 되는 사람 찍어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기는가 보다. 모두가 선호하는 학과로 진학을 하고, 모두가 선호하는 직장으로 원서를 낸다. 그리고 남들이 투자하지 않는 건에 투자하기를 주저하고 모두가 다 몰려드는 건에 나 역시 마음이 내몰린다. 곁에서 격정을 토로하면 그걸 함께 해 주어야 살아있는 양심인양 여겨지나 보다. 남들이 거리로 나가면 나도 나가야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졌다 여기나 보다. 오호라~

 

의당 주류의 삶이 편하다.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일수록 그 주류의 삶이 더 편하기도 하겠다.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처지에서는 반역을 꿈꾼다. 혁명을 꿈꾼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난 처지라면 왕족과 귀족의 이야기 보다는 혁명의 이야기에 더욱 마음이 쏠리는 법이다. 하여 아웃사이더가 된다.

  

2년 전인가 전형적인 한 주류의 인사가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훌륭한 학벌을 갖추고, 또 훌륭한 시험을 여럿 치뤄 훌륭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TV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책을 냈는데 또 베스트셀러가 되고. 주식을 한다며 강의도 하고. 전형적인 주류의 코스로만 밟았던 인사가 있다. 하도 세간에 인기가 좋아 그 학교 출신자들 가운데는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밀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다는.

그 인사가 투자회사를 만든다니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데) 800억이래나 뭐래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몰아주니 안전하다는 마음이었을까.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전에 그 대부분의 자금을 상승에 배팅한 까닭에, 크게 잃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인지 그가 야심차게 시작했던 사이트도 개점휴업상태다. 그의 신도들만 가끔 흔적을 남길 뿐이다.

  

작년 크게 돈을 모았던 채권 공모 건이 있다. 금호, 대우차판매 등의 전환사채. 몇 천억을 모집하는데 몇 조가 몰린. 그 많은 돈이 몰려들었으니 나도 역시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을까. 당시 많은 기관들이 투자를 권했고 또 많은 기관들이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 회사들이 지금은 부도네 퇴출이네 매각이네 아주 곤란한 시절을 겪는 중이다. 만일 그 회사들 채권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긴 해도 밤잠 설친 지가 꽤 되었을 듯 하다.

이렇듯 대중이 함께 했다 하여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오래 된 친구. 재작년인가, 송도에 아파트인지 주상복합인지 엄청난 경쟁을 뚫고 분양에 당첨되었다고 축하해달라고 문자 보내고 난리도 아녔다. 내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은 짐작하듯… 나는 그런 투자를 만류했다.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투자는 줄곧 반대하는 바다. 오랜 옛날부터 그 친구는 내 말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

지금은?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되었고, 자신의 형편에 너무도 벅찬 중도금에 어쩔 줄을 몰라라 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정작 떨어진 사람들이 행운아인 셈이다.

  

청약하기 위해 방문한 회사에서 간혹 청약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의당 회사 관계자에게 얼마나 청약 되었냐고 묻는다. 그리고 경쟁률이 낮다고 하면 아주 불안해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확인하고 따질 것 다 따졌는데 나 혼자 왔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계산하고 따지는 방법은 모른 채로 눈치만으로 그 게임을 어떻게 하나. 입시 준비도 아니고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기회를 찾아야 하는 투자에서 어떻게 눈치로 하나. 인생이 눈치 작전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다른 이가 없다는 것만으로 그들을 충분히 주저하게 만든다.

 

 

아하, 그렇구나. 그렇구나.

내가 그들을 이해 못하겠노라 하듯이, 저들 역시 내 모습이 이상했겠구나.

“아무도 안 와서 이번 공모 건은 불발로 처리하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되려 난 쾌재를 부르며 금감원 운운 하며 억지로 청약을 하고서야 나온다. 실제로 금감원에 공모를 공시하고서 청약을 받지 않으려 한다고 전화를 했던 적도 몇 번 있었고. 회사 담당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때로 금감원 담당자도 우려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런 회사 조심하셔야 할 텐데요…”

(아무 회사나 붙잡고 이렇게 해서야 안 된다. 따질 것 다 따지고서 걸러진 회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구나, 그 동안 내 모습은 여느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갔던 게 아니었구나.

 

많은 급여가 나오는 직장 보다는 배울 게 많은 직장을 선호했던가 보다.

성공한 분야가 있음에도 그 혜택을 극대로 누리기 보다는 성공한 곳에서 떠나기를 계속 모색했던가 보다.

언감생심 테헤란로에 있는 그 많은 빌딩들을 올려다 보며 갖기를 소원했던가 보다.

개뿔도 없는 상황에서도 한껏 시건방지게 세상을 호기롭게 외치며 살았던가 보다.

 

 

그게 몸에 배였을까.

남들이 가는 길, 그 주류의 길에 대한 동경이 없지 않으나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인생에게는 그 길이 동경의 대상은 될 지언정 흉내를 낼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아웃사이더의 삶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야 없겠지.

어쨌거나 성을 뺏어야 하는 공성전와 성을 지켜야 하는 수성전은 다를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주영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같은 식으로 사업할 수는 없는 거지. 이병철 회장이 하는 방식과 이건희 회장이 사업하는 방식이 같아서도 곤란한 거 아니겠는가.

 

그렇게 내 다음 대는 이 못난 아웃사이더인 아빠와 달리 주류의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것으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대한 모색, 그 외로움에 대한 위안으로 삼는다.

 

 

죠수아 201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