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하반기는 전세계적인 IT 버블과 한국의 코스닥열풍으로 기억될만 한 시기였다.
주식으로 돈 좀 벌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죄다 코스닥으로 몰렸다.
알루 또한 그랬다. 화끈하고 섹시하지 못한 거래소주식은 아예 투자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애널리스트 친구에게 묻고 물어 코스닥의 숨은 진주(?)를 발견하기 바빴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돈이 벌리질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 안되는 기간이었지만 당시엔 너무나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
잇단 손절매속에 슬슬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큰 돈은 고사하고 얼마간의 이익이라도 좀 났으면 하는 심정이 되어갔다.
남들보다 더 고수익을 올리겠다고 코스닥 중소형주를 찾아헤메다 잔고가 슬슬 비워지던
무렵 SK텔레콤과 한국통신 , 데이콤등은 오히려 거래소에서 기세좋게 상승을 하고 있었다.
비록 거래소 종목이었지만 IT 주로 취급되었던 것이다.
견디다 못한 알루는 그해 12월 27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이래도 깨지고 저래도 깨지는데 차라리 대장주에 붙어 약간이라도 확실하게 먹는게
낫지 않을까? 코스닥이 확실히 문제가 있긴 있나본데 그럼 거래소 주식이 낫겠지?
SK텔레콤은 너무 비싸니까 제끼고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으로 몰빵으로 하면 10% 정도는
확실히 먹지 않을까? "
하지만 알루는 고민고민하다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이유는... 수익이 너무 적은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코스닥으로 계속 밀어붙였다.
그렇게 결정한 다음날 1999년 12월 28일 납회일, 그 날이 한국통신과 데이콤 주가의 대 천정이었다.
( SK텔레콤은 조금 더 오랫동안 상승했다. 그리고 당시 SK텔레콤은 주당 500만원을 넘어가는
초 고가주여서 개인투자자들은 최소단위인 10주를 사기가 무척 어려운 시절이었다.)
시간이 흘러보니 한국통신이나 데이콤에 투자하나 코스닥에 투자하나 매한가지의 결과가 나왔다. ^^
고민의 결과가 투자수익의 차이를 만들어내진 못했으나 당시의 꽤 심각한 고민덕택에 이후 통신주가
그야말로 장기간 조정받는 걸 볼 때마다 그 때 생각이 나곤했다.
급격한 주가하락이야 대천정이후 2년쯤 지나 마무리가 되었지만 통신주는 그 이후 어떤 일이 있어도
오르질 않았다 ^^
데이콤이 유일한 예외이긴 하지만 꼭지에서 하락한 것에 비하면 사실 상승폭은 조족지혈 수준이다.
SK텔레콤과 KT 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남들 다 돈 벌때 이 주식의 주주들은 배당수익을 유일한
위안삼아 쓰린 속을 달래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2007년 말 , SK텔레콤과 KT 의 신상에 뭔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장기조정과 그에 따른 싼 가격, 그리고 군중의 비관론속에서 늘 무언가가 잉태되는 법이다
더우기 이들이 새롬기술이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훌륭한 경영실적을 올린 기업이란 점을 감안하면
뭔가가 나올 때가 되긴 되었다고 본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루도 잘은 모른다.
SK텔레콤이 하나로를 인수하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루는 잘 모른다. 솔직히 감이 잘 안잡힌다.
IPTV 가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알루는 잘 모른다.
그러나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으로 분리되어 영향을 끼치던 두 회사가 이제 SK텔레콤의 하나로 인수로
인해 직접대면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예의 그 뛰어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판을 주도하려 할 것이고 KT는 강력한 경쟁자가
수면위로 부상한 이상 체질강화에 전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싼 주식에 돈을 묻어놓는다는 투자전략을 가끔 이야기한다.
SK텔레콤과 KT가 싸다고 생각한 많은 사람들이 배당과 안전마진을 생각하고 투자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화려한 주가상승에서 소외된 상당수의 투자자들은 이미 짐을 쌌다.
그리고 최근 이 주식들의 급상승이 시작되었다.
든든한 수비진으로 파상공세를 막은 후 공격으로 전진해 나가는 양상에 가깝다.
우리는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잘 모른다.
필립 피셔가 모토롤라에 투자할 때 과연 그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그는 모토롤라의 저력에 대해 연구했을 것이다.
미래의 사건을 예측한게 아니라..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통신주에 주목할 때다.
( 알루를 믿지 마세요.. 믿거나 말거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