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 이 글은 현재 증시의 시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언젠가 아이투자관계자 정석모님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정확한 타이틀은 기억이 안나지만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회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사진까지 찍어서 웹사이트에 올려주셔서
자신없는 얼굴까지 공개된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2000년 신세계주식을 놓친 아쉬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주변에서 이마트가 속속 생겼고 월마트나 까르푸보다 훨씬 장사가
잘 되는 현장을 수없이 목격하고도 그 상황을 주식투자와 연결시키지
못해 크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가치투자자로서의 마인드와 실력이 너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 바꿔 말하면 투자마인드와 실력이 뒷받침되면 두 번
같은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당시 인터뷰를 한 곳은 집 근처의 스타벅스였다.
주식으로서의 가치는 잘 모르겠지만 스타벅스처럼 독특하고 수준높은
무형의 가치를 창조하는 기업에는 호감이 늘 간다.
하지만 나는 커피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다방커피도 잘 마신다.
그래도 스타벅스커피가 다른 커피전문점 커피보단 월등히 낫다고봤다.
요지요지마다 생기는 스타벅스점포를 아주 흥미롭게 지켜보며 저건
대리점인가 아니면 직영점인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저런 커피점 하나만 소유할 수 있으면 10년은 편안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해외직접투자엔 지금도 당시도 자신이 없기에 스타벅스 주식을 직접
사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물론 이 정도까지 사세를 확장한 기업의
주식이라면지금은 가격메리트가 전혀 없을 것이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내가 진작 알았어야 할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까페라떼에는 우유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이다.
까페라떼라는 것이 에스프레소원액을 참새눈물만큼 넣은 후 나머지는 죄다
우유로 채운다는 것을 얼핏 느끼기는 했지만 확실히 이해는 못했다.
라떼뿐 아니라 스타벅스의 주메뉴들은 에스프레소를 제외하면 죄다 우유를
들이붓는다는 것을 몰랐다.그래서 커피맛을 잘 아는 사람들은 우유범벅인
스타벅스류의 음료를 좋아하지않는다. ( 어느 분야나 매니아와 사업가는 분리된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우유가 별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일우유라는 것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스타벅스에선 우유를 매일 들이붓는다는 사실과 그 매일 들이붓는 우유가
매일우유라는 사실,  두 가지를 캐치했다면 다시 신세계의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내 눈에 몇 년간 보인 것은 스타벅스의 눈부신 국내확장세였고
머릿속에 들어와있었던 것은 실현가능성도 없는 스타벅스운영권에 대한 공상이었다.

존경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 인간은 자신이 보고싶어하는대로 보고 그것을
현실이라고 믿는다.“ 고 했는데 나라고 다를 것이 없었다.


음... 다시 보기 싫긴 하지만 매일우유 차트를 보면 2004년 2월이 대바닥이었다.
내가 지금 집으로 이사한 것이 2003년 11월이었으니  아이투자 정석모님과의 인터뷰는
 분명 그 이후가 될 것이다. ( 더운 날은 아니었다.)
거의 매일유업주가의 대바닥시기에 나는 스타벅스에서 인터뷰를 한 것 같다.
그 전에도  그 이후에도 나는 스타벅스의 아이스까페라떼를 참 많이 사먹었다.

 
조금 변명을 하자면 당시 나는 우유산업에 관심이 좀 있었다.
출산율의 저하로 우유소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줄곧 들어왔다.
어떤 산업의 전망이 매우 우울해지면 나는 관심을 가진다.
( 그래도 그간  투자에 대해 잘 배운 부분이다.)
또 어떤 축산업자가 우유를 아예 길바닥에 들이붓는 시위를 했다는 소식도 들었었다.
이 사건도 그 즈음이었을듯하다.
( 인터뷰보다 좀 전 일인것 같다. )
이런 상태에서 까페라떼의 정확한 실체를 파악했더라면 지금쯤 내 자산은 훨씬 더
불어났을 것 같다.
( 보자... 그 동안 내가 실패한 종목이 뭐가 있는지..?)


지나간 일은 되도록 적게 후회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매일우유주식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다.
하지만 늘 부족한게 사람이다. 알아도 알아도 부족한게 또 주식이다.
스타벅스에 바친 돈은 전혀 건지지 못했지만 또 내가 부족한 점을 알게 되었다.
신세계는 암것도 모른 상태에서 놓쳤으나 매일유업은 그래도 우유산업에 주목이라도 했다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그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기회라는 음성신호는 여전히 들리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