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너무 거창하다. 이 글에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지금 한국의 주가 하락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투자 심리 측면이 아니라 최대한 경제 현상으로서 이론적으로 접근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요약>

 

세계 무역 불균형의 확대는 바로 국제 유동성의 과잉 공급이다. 유동성의 과잉 공급은 생산능력을 키우고, 물가를 낮추고, 기업이익을 낮추고, 자산 가격을 올린다. 그러나 결국에는 유동성 과잉 공급이 줄어들면서 자산 가격이 떨어지고, 물가나 더 낮아지는 디플레이션을 만난다. 즉 거품이 터진다.  

 

과연 지금 세계 경제는 과잉 유동성 공급이 줄어드는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는가? 나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 그럼 언제쯤이냐고? 그것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고 본다.

 

 

 

 

세계 통화제도가 어떠하냐에 따라서 경제의 진행 방식이 달라진다. 금 본위제아래서는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 확대될 수 없다. 어느 나라가 계속 무역에서 적자를 보면 그 나라의 금이 흑자나라로 흘러간다. 적자 나라는 금의 양이 줄어들면 즉 통화량이 줄어들면 물가가 내려가고 경제 성장 속도가 낮아진다. 물가가 낮아지면 다시 대외경쟁력이 생겨서 수출이 늘어나서 무역은 균형으로 돌아간다.

 

한편 흑자 나라는 금의 양이 늘어난다. 즉 돈의 양이 늘어난다. 물가가 올라가고, 경제가 과열상태로 들어간다. 물가가 올라가므로 대외가격 경쟁력이 낮아져서 수출이 줄어 무역은 균형으로 돌아간다.

 

이 시스템이 깨진 것이 제1차 세계 대전이 터진 1914년 이었다. 교전국들은 전쟁 비용을 금으로 조달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금과 금을 기초로 발행한 지폐의 교환을 중단해버렸다. 즉 전쟁에 필요한 물건을 마련하기 위해서 금의 보유량과는 상관없이 정부 부채를 발행했다. 이때 늘어난 과잉 유동성은 결국 1920년대의 신경제를 낳았고, 1929년에 터졌다.

 

 

1980년대 일본으로 달러가 몰려왔다. 이렇게 몰려온 달러는 일본의 통화량을 늘리고, 늘어난 통화량은 일본의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자산 가격을 올렸다. 물가는 떨어지고, 갈 곳이 없는 자금은 주식시장으로 몰려갔다. 주가는 올라가고 기업 이익을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주가 거품은 터졌다.

 

 

일본으로 자금이 몰려오고 엔화가 강세로 가자 일본은 이 돈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태국이다. 이 당시 태국과 한국은 무역 흑자로 달러 자금이 늘어난 것이 아니고 투자 달러의 증가로 달러 자금이 늘어났다. 이렇게 들어오 달러 자금은 당연히 아시아 국가의 신용을 늘렸다. 늘어난 신용은 생산 능력, 부동산으로 흘러 갔다. 그리고 주식시장으로도 갔다. 마찬가지로 물가가 떨어지고, 디플레이션이 찾아왔다. 들어온 자금이 이번에는 밀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거품이 터졌다.

 

 

지금 미국은 엄청난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국내총생산액의 약 7%인 8000억 달러 정도다. 이 적자 달러는 당연히 흑자 나라로 들어간다. 그리고는 흑자 나라의 신용을 늘린다. 흑자 나라는 이 달러를 다시 미국의 달러 표시 자산에 투자한다. 이렇게 미국으로 들어간 흑자 나라의 달러는 신용 창조 과정을 거쳐 미국의 신용을 늘린다. 즉 세계 중심통화인 달러 생산국인 미국에서 큰 규모의 무역 불균형이 발행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세계적인 과잉 신용 창조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세계적인 과잉 신용 창조는 공급 능력 확대로 물가를 낮추고, 기업 이익을 낮춘다. 즉 디플레이션을 만들어 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부터가 중요하다. 그럼 이런 불균형의 확대는 무한정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정답은 "아니다"이다. 그럼 언제까지 가능한가?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흑자국이 물건을 주고 달러를 계속 받아야 한다. 만약 달러를 받지 않겠다고 하면 게임은 거기서 끝이다. 2) 미국이 적자 확대를 계속 별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만약 미국이 적자가 문제라고 본다면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즉 국내 지출을 줄일 것이다. 금리를 올릴 것이다. 경기를 죽일 것이다. 흑자국은 미국 수출이 줄 것이다. 흑자국이 내수에서 수출 부족분을 메우지 못하면 흑자국에도 경기 하강이 올 것이다. 전세계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것이다.

 

그럼 이 두 가지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가? 일부는 있다. 중국의 물가는 아주 낮다. 중국 기업의 이익은 아주 낮다. 그래서 중국 주식시장은 계속 약세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2008년에 올림픽도 있다. 중국에게는 계속 미국이라는 거대 소비 시장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려면 물건을 수출하고 달러를 계속 받아야 한다.

 

미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서 경제 성장 속도를 희생하려고 할까? 즉 경기 후퇴의 조짐이 보이면 후임 미국 중앙은행 총재인 버낸키가 금리를 내리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신용을 확대하지 않을까? 나는 그럴 것으로 본다.

 

 

시장 참여자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할 때 얼마나 큰 위험을 느끼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위험 프리미엄(risk premium)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말로 더 풀어서 말하면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댓가로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국채처럼 위험이 없는 자산의 시장 수익률은 예를 들어 5%이고, 회사채의 수익률은 7%라고 할 경우 그 당시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은  7%에서 5%를 뺀 2%가 된다.

 

이것을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주가이익배수(per)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것은 주가를 기업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이것을 거꾸로 하면 이익/주가가 되어 주식에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된다. 만약 지금의 주가이익배수가 10이라면 이것을 거꾸로 한 주식투자수익률은 10%가 된다. 그래서 지금 국채의 수익률이 5%라고 하면 10%-5%=5%가 되어 시장에서 주식이라는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때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이 5%가 된다.

 

위험 프리미엄은 나라마다 다르고, 시기마다 다른다. 보통 위험 프리미엄이 낮은 경우는 시장이 미래를 아주 밝게 보는 경우다. 위험 프리미엄이 낮다는 것은 지금 자산의 가격이 높다는 말이다. 반대로 위험 프리미엄이 높은 경우는 시장이 미래를 아주 불안하게 보는 경우다. 위험 프리미엄이 높다는 말은 지금 자산 가격이 낮다는 말이다. 그래서 투자의 좋은 시기는 위험 프리미엄이 높은 시기이고 주식을 팔기에 적당한 시기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은 시기다.

 

과거에 위험한 일이 자주 일어나고 그래서 자산 가격이 크게 내려간 경험을 한 나라는 보통 위험 프리리엄은 높게 요구한다. 그러나 과거에 위험한 일이 일어났지만 결국은 큰 자산 가격의 하락없이 이를 잘 지내온 경험을 한 나라는 위험 프리미엄은 낮게 요구한다. 미국은 지금 위험프리미엄이 아주 낮다. 위험 프리미엄이 낮다는 것은 자산 가격이 높다는 의미이므로 자산 가격에 거품이 끼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고, 그만큼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말도 된다.

 

개인 투자가들은 그렇다치고, 한국의 기관 투자가들은 왜 그렇게 미래을 불안하게 보는 것일까? 아직도 외환 위기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인가? 아니면 이들이 무슨 비밀을 본 것인가? 며칠 전까지 그렇게 사서 올리던 사람들이 지금은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고 그렇게 애를 쓰고 있는가?

 

만약 이들이 무슨 비밀을 보고 미리 시장에 노출을 줄이는 전략이라면 나는 이들을 아주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들을 다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의 주가 하락은 너무 길어지지만 않으면 무시해도 좋다.  너무 길어지면 그것이 다시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낼 수도 있고, 그 사이에 무슨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투자 방법으로는 가능만 하다면 이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안정된 가치를 가진 회사을 찾아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