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대조표
대차대조표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관계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필자는 앞에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관계가 재산과 연봉의 관계라고 설명한 바가 있다. 이러한 예도 적절하지만 좀 더 쉬운 예는 사람의 몸을 대차대조표로 생각하는 것이다. 대차대조표가 사람의 몸에 정보를 제공한다면 손익계산서는 먹은 것(수입)과 사용하고 배설한 것(지출)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결국 먹고 남은 것이 다시 몸을 구성한다. 가장 좋은 기업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기업이다. 먹은 것에 비해 좋은 효율을 가지고 성장하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이듯 좋은 기업인 것이다.
대차대조표는 차변과 대변으로 구성된다. 차변은 자산을 나타내고 대변은 부채와 자본을 나타낸다. 자산은 자원을 의미하며 대변은 부채와 자본은 재무구조로서 자산에 대한 소유관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2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8000만원 부채를 안고 구입하면 자산은 아파트이며 아파트의 소유관계는 은행과 소유주(주주)가 각각 8000만원과 1억2000만원 가지게 되는 것이다. 자산은 수익성에 따라서 ROA, ROE, ROIC를 중심으로 평가되며 부채와 자본은 WACC(가중평균자본비용)으로 평가된다. 재무관리에서 자산을 연구하는 부분이 투자론(CAPM(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이고 부채와 자본을 연구하는 부분이 자본구조론(MM이론)이다. 자산은 수익을 발생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현재의 GAAP하에서는 자산을 유동자산과 고정자산으로 구분한다. 가치평가목적에서는 자산을 사업자산과 비사업자산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적절한 방법이다. 사업자산은 영업을 위한 자산과 생산을 위한 자산으로 구분된다. 영업을 위한 자산은 현금,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을 의미하며 운전자산이라고도 한다. 반면 생산을 위한 자산은 토지, 기계장치, 구축물 등을 의미하며 설비자산이라고도 한다. 협력회사의 투자주식도 사업성 자산의 일부로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가증권과 사업과 관련 없는 부동산은 비사업자산으로 구분하여 별도의 평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사업자산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평가의 정확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자판기 한대와 100만원 현금으로 구성된 200만원 규모의 A 자판기 회사와 100만원짜리 자판기 두대로 구성된 B 자판기 회사가 동일한 20만원의 이익을 낸다면 두 회사가 동일한 가치가 있을까? A와 B는 ROA와 ROE는 동일하지만 사업용 투하자본으로 산출된 ROIC는 A사가 두 배나 높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자산과 비사업자산을 구분하는 것은 필요하다.
부채는 이자성 부채와 비이자성 부채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이자성 부채는 매입채무, 이연법인세대, 퇴직급여충당금 등이 있다. 이자성 부채와 비이자성 부채로 구분하는 이유는 정확한 자기자본비용의 산출때문이다. 자본비용이 0.1%만 차이가 나도 산출가치는 큰 차이를 발생시킨다.
자본 역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환사채의 영향을 고려하여 평가를 할 필요가 있기때문이다.
또한 동일한 대차대조표 항목일지라도 몇 가지 중요한 논점이 있다.
첫 번째 논점은 자원의 소유와 통제 그리고 미래의 경제적 효익 측정 가능성이 있느냐는 문제이다. 이는 자산과 비용의 차이를 논하는 문제이다. 자산이냐 비용이냐의 문제는 회계학의 영원한 문제이다. 너무나 방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간략하게 논지만을 언급하면 비용을 공격적으로 계상하는 기업이 훌륭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논점은 장부가액과 공정가치와의 차이이다. 장부가액과 공정가치가 차이가 발생할 경우 적절하게 재평가를 해주어야 한다. 특히 비사업자산의 경우 공정가치로 평가하는 작업이 더욱 필요하다.
두 가지 논점을 고려하여 대차대조표를 평가할 때 자산의 질이라는 개념으로 논할 수 있다. 즉 자산의 질이 높은 기업과 낮은 기업으로 분류해서 PBR을 적용하면 된다. 자산의 질이 높다는 점은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예로서 매출채권과 대여금의 충분한 대손충당금, 가속상각에 의한 고정자산 감가상각, 토지의 역사적 원가, (인플레이션 시) 후입선출법에 의한 재고자산, 풍부한 현금성 자산으로 특징지어 질 수 있다. 반면에 자산의 질이 낮은 기업은 낮은 충당금 설정, 과다한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과도한 연구개발비 자산, 고평가된 토지와 건물 등을 들 수 있다.
대차대조표를 통해 주당순자산(BPS)이 산출되면 주가와의 관계를 통해 저평가와 고평가를 논하기도 한다. 주당순자산 이하에서 주가가 거래되면 저평가 된 것이고 주당순자산 이상에서 주가가 거래되면 고평가 되었다고 한다. 주당순자산과 주가의 관계를 지표화 한 것이 바로 PBR이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주당순자산은 기업의 가치를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재무지표였다. BPS만으로 기업가치에 대한 설명력이 50%에 육박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설명력이 하락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적자산이나 브랜드 가치와 같이 기존의 자산으로 설명하기 힘든 자산들이 가치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가치를 무형자산가치 혹은 프랜차이즈 가치라고 한다. 무형자산가치나 프랜차이즈가치에 대한 연구는 지금도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초과이익이라는 형태로 회계학에서는 정의된다.
예를 들어 자판기 3대가 있다고 가정하고 재무적 상황과 실제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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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Case 1 |
Case 2 |
Case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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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기 시세 (주가) |
300 |
200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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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S |
200 |
200 |
2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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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
1.5 |
1 |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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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설명 |
50% 프리미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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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디스카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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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IC |
15% |
10%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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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CC |
10% |
10% |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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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
5% |
0% |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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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가치 |
100 |
0 |
-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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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이익 가치 산출근거 |
[ROIC – WACC] X IC (여기서는 BPS) / WACC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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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상황 |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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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1 |
학교나 회사 복도에 있는 자판기 |
삼성전자, SK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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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2 |
집 앞에 있는 자판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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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3 |
인적이 드문 곳에 있는 자판기 |
섬유주 |
Case 1의 자판기는 장부가액이 200만원이지만 학교 복도라는 특수한 상황이 창출하는 초과이익으로 인해 복덕방(증권거래소)에서는 300만원을 주고 매수 가능하다. 즉 50%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바로 학교의 복도라는 상황이 무형자산이자 프랜차이즈 가치인 것이다. 학교의 복도라는 무형의 가치는 초과이익의 영구가치와 같다. 다시 말해 학교의 복도이기 때문에 우리가 초과로 버는 돈은 전체 벌어들인 돈(30만원)에서 일반적으로 버는 돈(20만원)을 초과하는 10만원이다. 즉 학교의 복도라는 상황은 바로 우리에게 매년 10만원의 가치가 초과 발생된다. 이를 영구히 계속된다고 가정하면 영구연금의 현가를 통해 산출할 수 있다. 바로 그 가치가 10만원(초과가치) / 10% 인 100만원이다. 결국 학교의 복도라는 상황 때문에 우리는 매년 10만원씩을 더 벌며 100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자판기를 구매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좀 더 친숙한 개념이 EVA이다. 바로 EVA가 초과이익이며 무형자산의 가치인 것이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 처럼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들의 상황이 case 1과 유사하다.
Case 2는 일반적인 경우이다. 은행 금리 수준만큼 수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은행에 투자한 경우나 사업을 하는 경우 동일한 수익이 확보된다.
Case 3은 자판기의 장부가액(200만원)보다 낮은 가격(100만원)으로 판매 가능한 경우이다. 극히 수익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 자판기 사업을 포기하고 자판기를 따로 매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액 현금화해서 은행에 예치하는 것이 더 수익이 높은 상황이다. EVA가 음인 상황이다. 섬유주가 대표적이다.
기존의 가치투자 관점에서는 디스카운트된 case 3의 경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필자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진보한 가치투자자는 case 1에 투자하는 것을 즐긴다. 워렌 버펫의 코카콜라 투자가 그러했고 윌리엄 밀러의 아마존닷컴의 투자가 그러했다.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의 가치는 중요하다. 그러나 대차대조표이외의 자산(인적자산, 고객자산, 협력업체자산)의 가치도 중요하다. 기업도 진화하고 진화하는 기업에 따라 가치를 판단하는 시각도 진화하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