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으로 본 동방아그로

1. 사양 속 성장형 기업

우리나라에서 농업은 1차 산업으로 구분되는 전형적인 사양산업이다. 단적인 예로 쌀소비량과 경작지의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투자자들은 농약산업도 사양산업일 것이라 오해를 한다. 하지만 실제 농약시장은 최근 5개년도 동안 10.8%라는 높은 시장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값싼 중국농산물 등의 수입개방에 대비하여 국내 농업 시장에서 농산물 품질 제고와 생산성 확대를 지향하면서 오히려 농약에 대한 수요가 다양화되고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방아그로도 분제와 입제(가루나 입자 형태)의 판매는 감소하고 있으나, 유제와 수화제(액체 형태, 효과 빠름)의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다. 즉 고가의 농약제품 비중을 늘림으로써, 시장자체의 크기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는 농약업에서 동부아그로는 지난 5년간 6~7% 대의 꾸준한 매출과 이익증가를 이루고 있다. 2002년 상반기기준 동부아그로는 시장점유율 8.0%로서 동부한농(23.7%), 신젠타코리아(14.4%), 경농(12.6%), 삼공(9.8%)에 이어 5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상위업체들이 매출이 정체에 머무르거나, 수익성의 변동이 심한 것에 비해 동방아그로가 보여주는 숫자는 매우 놀랍다. ROE는 3년간 약 20%를 유지했고,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들보다 약 10%가량 높은 19%(01년도 기준)를 기록한다. 농약산업에 속해있다는 것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웬만한 IT업종에 비해서도 뒤쳐지지 않는 수익성이다.

재무적 안정성에 있어서도 부채비율이 2002년 반기실적 기준 58% 정도로써, 차입금대비 단기차입금이 20%대, 매출액 대비 이자비용이 2% 정도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보이고 있다. 농약이라는 산업의 특성이 동방아그로의 가치를 희석시키고 있지만 동방아그로 스스로가 보여주는 기업의 실적은 그 어느 기업보다도 견실하다고 할 수 있다.

2. 동방아그로 숫자의 비밀

동방아그로의 숫자들을 여타 업체와 비교를 해보면, 그 숫자의 우위가 잘 나타난다. 다음그래프는 동방아그로와 여타 농약업체와의 수익성비교그래프이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동방아그로의 숫자의 비밀에 대한 단초를 얻을 수 있다. 타업체들에 비해 매출대비 약 10%정도 매출원가 비율이 낮다는 것이다. 동방아그로의 제조원가율이 타업체에 비해 낮은 이유는 동방아그로가 지난 84년 일본 스미모토 그룹(주우 그룹)과의 합작을 통해 20년 가까이 원제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약 원료의 9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농약 업계의 실정상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를 확보함으로써, 환율변동의 영향을 비교적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또한 적절한 비용관리체계와 고성능 원재료의 원활한 수급으로 타기업에 비해 우월한 수익성을 견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동방아그로가 규모는 훨씬 크지만 해외에서 원제를 조달받는 동부한농과 경농보다도 낮은 제조원가율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다.

더불어 선진 기술과 다양한 원료 수급에 힘입어 업계 선두권 기업에 못지 않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봄/여름에 집중되는 수도용 살균, 살충제 (벼농사용 농약)에 집중되지 않고 이른 봄과 가을철까지 사용범위가 확대되는 원예용 살균, 살충제나 제초제까지 다양한 제품 구성을 갖고 있다. 또한 특수 도열병 농약 등 업계 내에서 동방아그로 단독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비중이 높아 비교적 자유롭게 가격을 결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폭을 가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원가 비율이 타사에 비해 낮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3. 농약 산업의 미래와 동방아그로

현재 경작지의 감소, 유기농 농업의 확산이란 시대의 흐름을 볼 때 농약산업에서 성장성을 말한다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분명 농업에서 고기능성 농약은 꼭 필요한 존재이다. 농촌인력감소로 인한 제초제 수요의 증가와 바이오 농약, 환경친화적 농약 등 생명공학기술 도입을 통한 고기능성 제품출시 및 가격인상으로 매출은 지속적으로 신장될 것이다.

하지만 농약완제품 수입자유화와 관세인하조치로 인해 해외 대형업체들의 국내 시장진입이 예상된다. 현재까지는 한국 농약시장은 제품의 기술적 우위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영업망을 확보한 자가 이기는 싸움이었다. 상위 3개사(동부한농, 경농, 신젠타코리아)는 영업망을 확보하여 약 50%의 과점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나머지 시장을 하위 10여개 사들이 완제품 농약시장을 나눠먹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 농약시장은 기술력과 자금력, 영업력을 갖춘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한 합병과 해외업체와 국내업체간의 합병 등 농약산업내의 산업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하위업체들의 가격경쟁력으로 인한 수익성 감소와 대형업체의 규모의 경제 실현, 해외업체의 영업망 확보라는 서로의 취약한 부분을 매우기 위한 전략적 차원의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의 변화가능성은 동방아그로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주고 있다. 산업 내 중위권 업체로서 경쟁격화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합작법인으로서 이미 일본의 거대 화학기업과의 든든한 파트너쉽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 유수 업체의 진출로 상위권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을 때 점유율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것이다. 동방아그로에서 농약시장환경의 변화를 기회요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유통망을 더욱 넓혀, 시장점유율을 더욱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동방아그로의 영업은 농협과 도/소매상 비중이 1:9로 도/소매상위주의 영업을 펼치고 있다. 지금까지 농협과의 거래는 가격결정 과정에서의 주도권이 농협에 있기 때문에 도/소매상 위주의 영업이 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는 수익성만큼이나 점유율을 높이 것도 중요하다. 작지만 강한 기업에서 ‘강하고 커가는 기업’으로의 변신이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인 영업망을 가질 수 있는 중앙농협과 단위조합으로의 영업망을 확대하여, 새로운 환경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여러가지 미래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업종 내 최고 수준의 재무적인 견고함과 안정적인 수익성에 비해 현재 주가는 지나친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된다. 동방아그로는 농약 산업의 구조조정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는 역전타가 준비되어 있다. 주당 순자산가치(5,032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현재 시점이야 말로 매력적인 매수시점이 될 것이다.

정석모 stonet@itooza.com

강대권 spemana@itooz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