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에 직면한다. ‘내재가치의 결정에 미래의 현금 흐름과 이에 대한 할인율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과연 기업의 향후 실적을 어떻게 예측할 것인가?’
3. 잘못된 분석 1 - 3R
[2001년 2월 8일에 발표된 G증권사 H애널리스트의 3R 리포트내용]
• 세계 DVR시장의 연평균 성장률 120%
• DVR매출 호조, 신규출시제품 등으로 인해 2001년 폭발적 매출 신장 예상
• 부채비율 19%, 유보율 493%의 안정적 재무구조
• DVR및 신규사업군의 성장성이 우수하고 향후 실적 대비 현주가가 현저히 저평가 되어 있어 적극매수를 추천
• 적정주가 82,000
그래프는 2001년 1월 1일부터 2002년 5월 3일까지, 3R과 경쟁 업체인 아이디스, 코디콤의 주가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붉은 선은 이 리포트의 발표일을 나타낸다. 애널리스트의 판단과는 달리 3R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면 새로이 상장된 업체인 아이디스나 코디콤의 경우 주가가 빠르게 상승하여 3R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3R의 재무제표를 보면 2001년의 경영 성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에 ‘폭발적인 매출증가’가 예상된다는 의견과 달리 오히려 매출은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기업분석은 어디에서 잘못된 것일까?
그것은 이 리포트가 DVR산업 전반의 성장세를 근거로 그 참여자중 하나인 3R의 실적을 무리하게 예측한데 있다. 2001년의 DVR산업관련 보고서를 보면 실제로 이 산업이 큰 폭의 성장을 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아이디스나 코디콤등 DVR업계의 다른 회사들의 실적이 향상되고, 주가가 상승한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 호황에도 불구하고 3R의 주가가 15000~20000에 머무른 것은 결국 이 호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만한 능력을 3R이 결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내재가치 평가에 있어 거시적 환경의 호조를 근거로 산업내의 개별업체의 성과를 성급히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태도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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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예측과 분석이 정확한 리포트 – 태평양
[2001년 1월 19일에 발표된 H증권사 L애널리스트의 리포트 내용]
• 동사는 00년 EPS가 86.6% 증가했음에도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PER이 4 수준의 저평가다.
• 01년 동사의 매출을 브랜드 강화 전략을 통해 9.5% 성장할 전망이다.
• 01년 실질적 무차입 경영을 하게될 전망이다.
• 코스닥상장기업,외국기업,역사적 PER밴드 분석을 평균하여 6개월 목표주가 65,600을 설정하며 적극매수를 추천한다.
주가변동 추이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놀랍도록 정확한 주가 예측을 보여주는 레포트이다. 정확한 예측을 해낸 리포트라고 해서 앞서 살펴본 예측에 실패한 리포트와 그 출발점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 레포트 발표시점에서 분석 대상 기업의 매출이 증가한 것을 근거로 삼는다던가 재무구조가 좋아졌다는 점에서 기업의 긍정적인 면을 찾는 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다. 그러나 이 레포트가 앞서 분석한 실패한 레포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인 현 상태의 좋은 실적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근거를 실질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레포트의 구성을 살펴보면 일단 태평양이 속해 있는 화장품 산업의 국내외 동향을 살펴서 기업 내부와 외부를 아우르는 균형적인 시각을 확보했고 국내 경쟁 업체와의 교차분석을 통해서 태평양이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출 것을 증명한 다음 구체적으로 ‘브랜드 경로별 차별화 전략’과 ‘브랜드 강화전략’이 어떻게 시행되고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확인하여 태평양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순한 신제품의 출시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적 전망이나 기업 처한 여건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고 앞으로의 cashflow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찾아낸 것이다.
8. 정확한 Valuation의 요건
앞서 살펴본 예측이 부정확한 리포트의 4개의 유형을 정리해 보면,
3R - DVR시장의 성장세를 근거로 개별 기업의 경쟁력에 관계없이 성장을 낙관
한원마이크로웨이브 – 신제품 출시가 무조건적인 매출 신장을 유도한다는 가정
타프시스템 – 기술력에만 집착. 영업여건과 구조에 대한 분석이 없음
쌍용정보통신 – 기업의 내용이 좋다고 해서 외부 요인을 지나치게 낙관함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은 현 시점까지의 기업의 가치가 무엇이다라고 규정하는 현재완료형의 작업이 아니라 향후 기업이 투자자에게 가져다 줄 cashflow를 예측하는 미래 전망의 작업이다. 정확한 예측에 실패한 리포트들은 공통적으로 리포트 발표 시점 당시의 기업의 좋은 입지와 영업의 개선을 근거하였으나 그러한 성장세와 경쟁력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인가를 분석해내는데 실패하였다. 이는 현재 가치가 유지되고 성장할 유인을 집어낸 태평양의 기업 분석 리포트와 비교해 예측에 실패한 리포트들이 갖고 있는 결정적 약점이다.
기업 분석을 하다보면 자주 범하게 되는 실수가 기업의 좋은 한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그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해 다른 좋지 않은 부분들 까지도 인위적으로 포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정말 좋은 기업에서 발견되는 약간의 결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안타까운 대상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묵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요소는 될 수 없다. 반복되는 기업 분석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작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원칙이 필요하다. Valuation Model의 창출 문제가 다시 한 번 제기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