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4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한 슈퍼마켓에 생산품의 코드를 읽는 판독기가 최초로 설치됐다. 바코드의 탄생이다. 이후 3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 유통산업은 차세대 바코드의 탄생에 주목하고 있다. 주인공은 ‘스마트태그’라 불리는 무선 주파수 인식(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RFID)기술이다. 좁게는 바코드를 대체하는 유통 혁명의 총아로, 넓게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는 핵심 관문으로 지목되는 기술이다. 21세기 신천지를 향한 국내외 기업들의 ‘골드 러시’도 줄을 잇는다. 황금 시장을 향한 ‘터치 다운’을 꿈꾸며….
사진 : 이주노기자
RFID를 이용, 도서 자동 대출 및 반납 서비스를 구축한 서울 은평구립도서관
2010년 세계 시장 규모 90조원 전망…정부 전방위 지원, 민간 참여 본격화
“메모리 반도체가 지난 20년간 한국을 먹여 살렸듯, 지능형 복합칩(SoC)이 앞으로 20년간 우리를 먹여 살릴 것이다.” 지난 8월 초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이 한마디로 깨알만 한 반도체 칩에 거는 정부의 태산 같은 기대를 대신했다. 진대제 장관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SoC 가운데서도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지능칩인 RFID다.”
RFID가 앞으로 나라를 먹여 살릴 핵심 기술로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따라붙는 수식어도 화려하다. ‘정보통신부 지정 IT839 전략사업’, ‘유비쿼터스 핵심 기술’ 등등. 실제로 정부는 8대 신규 서비스, 3대 첨단 인프라, 9대 신성장동력으로 이뤄진 ‘IT839’ 전략을 추진하면서 8대 신규 서비스 안에 DMB, 텔레매틱스 등과 함께 RFID를 포함시켰다. RFID는 3대 첨단 인프라 중 하나인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USN)와도 밀접한 관계다. 사람과 사람 또는 사람과 사물, 심지어는 사물끼리도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유비쿼터스 사회’를 만들려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 즉 RFID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를 순방하면서 적극적인 세일즈 공세에 나섰던 기술도 바로 RFID였다.
유비쿼터스 시대로 가는 핵심 관문
RFID는 일종의 반도체 칩을 이용해 대상을 무선으로 인식·판독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칩과 안테나로 이뤄진 ‘태그’를 물건에 부착한 뒤 이를 판독기(리더기)가 읽어들이는 방식이다. RFID는 바코드와 달리 무선으로 인식할 수 있어, 물건을 감지기에 일일이 갖다댈 필요가 없다. 한 번에 여러 태그를 동시에 읽을 수 있어 빠르고 편리하기도 하다. 일단 구축하고 나면 생산·유통·판매에 있어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뿐 아니라 비용도 훨씬 줄어든다.
활용분야도 유통이나 물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품과 화물, 유가증권 등 모든 물건에 부착할 수 있으며, 심지어는 동·식물에 붙여 경로 추적이나 축산관리에도 활용 가능하다. 아직은 단순한 정보 판독기능에 국한돼 있지만, 센서가 소형화되고 통신기능이 추가되면 활용 범위는 무한히 확대된다. 조그만 칩 하나로 촘촘한 정보 신경망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RFID 기술이 처음 도입된 것은 90년대 초. 하지만 15년이 지나도록 RFID는 여전히 먼 미래에나 가능한 기술로 인식돼 왔다. 그동안 관련 기술이 실생활에 응용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던 탓이다. RFID 도입 효과에 대한 ‘성공사례’도 없었다. 민간 차원에서 도입 효과를 검증하고, 관련 장비를 한꺼번에 바꾸기엔 시간이나 비용,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기술은 숙성했고, 관련 장비도 속속 출시됐다. 무엇보다 정부가 나서 기술 개발과 보급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정통부는 지난 2월 RFID 보급을 활성화해 유비쿼터스 사회를 앞당긴다는 ‘USN 구축 기본계획’을 발표, RFID 활성화를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후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한국전산원 내에 ‘USN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과 표준화, 시범사업 등을 지원키로 했다. 요약하자면 △산업 활성화의 토대인 기술 표준 구축 △관련 법·제도 정비 △시범 사업을 통해 초기 시장의 수요 창출을 위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본격적인 산업 육성의 토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RFID를 민간 차원까지 확산시켜 ‘RFID 보급 원년’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 조그만 전자꼬리표 하나에 정부가 이처럼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RFID가 폭발할 것이 확실한, 아직은 열리지 않은 ‘황금의 땅’이기 때문이다. RFID산업은 아직도 부품 가격이나 성장 규모 등에서 변수가 많은 탓에, 시장조사기관마다 예측 규모가 조금씩 다르다. 그럼에도 앞으로 5년 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데는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올해 1월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RFID시장은 72억달러, 우리돈으로 8조6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0년에는 그 규모가 768억달러(90조2천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SoC산업이 10년 안에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예측과도 들어맞는다. 정통부의 야심대로 세계 시장의 5~7%를 한국이 차지한다면, 2010년께 국내 RFID산업은 6조3천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시장을 형성하는 셈이다.
재정 지원도 든든하다. 정통부는 올해 13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626억원을 RFID산업 육성에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07년까지 세계 RFID시장의 5%, 2010년에는 7%를 점유하겠다는 각오다. 정통부는 이 경우 18조2171억원의 생산 유발효과와 4조729억원의 수출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FID산업 육성에 따른 고용 창출효과도 11만3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실업자 7명 가운데 1명이 RFID산업 활성화에 따라 구제되는 셈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민간 기업들의 참여도 본격화되는 추세다.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지난 2월 설립한 한국RFID/USN협회 www.karus.or.kr의 경우 출범 당시 51곳에 불과하던 회원사가 9개월 만에 140여곳으로 늘었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 CNS 등 대기업을 비롯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등 국책기관, 세연테크놀로지, ECO 등 전문 업체와 한국hp, 한국오라클 등 외국계 기업 등이 총망라돼 있다. 시장이 열리기 위한 토대, 즉 정부가 받쳐주고 기업이 참여하는 모양새가 갖춰지는 것이다.
항공·물류 등 5대 분야 1차 시범 사업 올해 완료
이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대목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한 5대 시범 사업이다. 한국전산원이 주관하는 이 시범 사업은 공공기관이 우선 RFID 시스템을 도입해 성공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고 확산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다. 지난 5월 사업내용을 공모하고 조달, 항공, 축산, 국방, 물류 5대 분야와 사업자를 선정했다. 모두 35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번 1단계 시범 사업은 올해 12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표> 참조).
정부가 이 시범 사업에 거는 기대는 크다. 지금은 단순히 5개 분야에 국한돼 있지만, 도입효과가 입증될 경우 산업 전반으로 확산 가능한 대표적 모델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산원의 송석현 선임연구원은 “시범 사업이 성공할 경우 민간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RFID 도입효과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고 시범 사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른바 수요 확산에 불을 댕길 수 있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다양한 환경에 RFID 시스템을 적용하는 실증 실험도 병행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재료, 어떤 위치에 태그를 붙이느냐에 따라 인식률과 효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특정 주파수를 쓰는 RFID 태그의 경우 물이나 쇠, 자석 등 주변 물체에 영향을 받는 등 약점을 지니고 있다.
실증 실험은 민간 기업이 RFID을 도입하려 할 때 해당 시스템이 자신의 환경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표본이나 다름없다. 민간이 하지 못하는 실험을 정부가 대신해서 다양한 환경에서 테스트해 보는 셈이다. 한국전산원은 우선 올해 말까지 △유아 안전관리 △보세창고관리 △의료관리 등 3개 과제를 진행한 다음, 내년부터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수입 컨테이너에 RFID 태그 부착 의무화
우리보다 앞선 외국에선 이미 다양한 실험을 거쳐 RFID를 물류관리나 국방분야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0월 이후 계약한 군수업체를 대상으로 오는 2005년 1월부터 배달하는 모든 군수물자의 케이스와 팔레트 및 일부 값비싼 장비에 FRID 태그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방침을 지난 9월 확정했다. 세계적인 유통업체 월마트도 내년 1월부터 100여개 공급업체에 대해 납품시 팔레트에 RFID를 반드시 부착하도록 했다. 이 밖에 미국 델타항공은 수화물 분실사고를 막기 위해 155만~2500만달러를 투입해 RFID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리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이는 항공사 가운데 RFID 본격 도입을 선언한 첫 사례다.
일본은 이미 2002년부터 RFID 태그 도입을 본격화했다. 전통적인 전자, 물류뿐 아니라 식품 유통기한의 관리와 같은 식품분야와 의류 등에도 확대하는 추세다.
독일에선 세계 4위 유통업체 메트로가 RFID 결합 매장인 ‘퓨처 스토어’를 개설하겠다고 밝혔으며, 영국의 폭스바겐도 자동차 제작공정과 유통과정에 RFID를 적용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여권에 RFID칩을 넣어 생체정보를 이용한 신원관리에 이용하거나 유로화에 칩을 넣어 위폐 감별에 활용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이에 비하면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수준의 시범 사업이 대부분이다. 한국전산원이 주도하는 5대 시범 사업에 따라 조달청, 아시아나항공, 국방부 등이 일부 시스템에 RFID를 시범 도입했다. 산업자원부는 자동차 부품의 수출 물류에 RFID 시스템을 적용해 부품 추적관리에 이용하겠다는 방안을 지난 10월에 발표했으며, 이보다 앞선 4월에는 삼성테스코 부천 상동점에서 RFID 시범 사업을 위한 실증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은평구립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서 대출·반납 시스템을 RFID 기반으로 전환했으며, 한국타이어와 파주출판문화단지 등도 생산라인과 물류 시스템 등에 RFID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태평양은 일부 고가 화장품에 RFID 태그를 붙여 재고 및 유통관리에 활용 중이다.
하지만 상용화가 마냥 늦춰질 경우 경제적 불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강화된 보안방침에 따라 내년부터 자국으로 반입되는 모든 컨테이너에 RFID 태그를 부착하도록 하고, 이를 어기면 일일이 물품을 조사한 뒤 통관하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이제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컨테이너에 RFID 태그를 부착하지 않으면 통관 시간이 평균 3일에서 14일까지 늘어나는 등 당장 금전적 피해가 예상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뒤늦게 유관 부처가 협력해 항만분야의 컨테이너에 RFID 태그를 적용하기 위한 기본 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비싼 칩 가격, 사생활 침해 위험 등 해결돼야
하지만 RFID를 산업계 전반에 확산하는 일이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높고 험하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바코드의 5~10배에 이르는 태그 가격이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가 올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RFID 태그 가격이 그리 쉽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이에 따르면, 간단한 정보를 읽기만 하는 태그라 하더라도 올해 0.47유로(589원), 2010년에도 0.33유로(413원) 정도를 유지할 전망이다.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는 태그는 올해 1.21유로(1516원), 2010년에도 0.94유로(1178원)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좀 더 복잡하고 많은 정보를 넣고 자체 전원을 내장한 태그의 경우 가격이 2만~3만원대로 훌쩍 뛴다. 업체 입장에선 한동안은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운 RFID를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내년 1월 RFID 시스템 가동을 앞둔 월마트도 값비싼 태그 가격으로 인해 납품업체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최근 알려지고 있다. RFID가 당분간은 바코드를 대체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RFID가 소비자 유통단계까지 확산되려면, 최소 300원 이상인 지금의 태그 가격이 적어도 5센트(50~60원)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고 내다본다. 이를 위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RFID칩을 국산화해 가격을 낮추고 수요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이미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태그 가격을 5엔(50원) 수준까지 낮추는 ‘히비키 프로젝트’를 2006년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900MHz 칩 생산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나서서 RFID 시스템 도입을 위한 실험실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강석현 RFID코리아 사장은 “RFID가 확산되려면 몇몇 선두 업체뿐 아니라 산업 전반의 수요를 일으켜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각 사업장이 도입하려는 RFID 시스템을 미리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센터를 정부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아직 진행 중인 표준화 작업과 보안성 강화도 상용화에 앞서 마무리 지어야 할 과제다.
최근 업계의 화두인 환경 문제도 잠재적인 위협요소다. 현재 RFID 태그에 들어가는 안테나는 모두 구리선으로 제작된다. RFID가 생활 속에 자리 잡게 되면, 길거리에 마구 버려지는 수백억개의 과자봉지와 볼펜, 화장지 등에 박힌 태그는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칩의 안테나를 구리 대신 전도성 있는 친환경 잉크로 제작해, 태그 비용을 줄이고 환경 문제도 예방하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런 이유들로 당분간은 RFID 도입효과가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서비스를 확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RFID/USN협회가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RFID를 초기에 도입하기에 유망한 시장으로 물류와 유통, 조달 등이 꼽혔다. 이와 함께 공청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기술적 장치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전산원 주관 5대 RFID 시범 사업 및 3대 실증 실험] <시범 사업> 기관/사업명/사업자/사업내용/적용범위/기대효과 조달청/물품관리 시스템/LG CNS 컨소시엄/물품 등록·보관·취득·이동을 실시간 관리/본청·중앙보급창·지청·출장소 내 3만7500여개 물품 및 2005년 도입 예정 물품/생산성 제고, 정확한 국가자산 관리, 2008년까지 2천억원 이상의 시장 수요 창출 한국공항공사/RFID 기반 항공 수하물 추적 통제 시스템/아시아나IDT 컨소시엄/승객 항공수하물 추적 통제 및 분실 방지, 도착정보 표시, 고객 확인과 검색 및 분류/아시아나 항공 김포-제주 항공노선/정확한 수하물 처리 통한 비용절감, 보안 검색 강화 및 실시간 승객정보 확인, 보안 강화, 수하물 사고 예방 국립수의과학검역원/RFID 이용 수입 쇠고기 추적 서비스/한화S&C 컨소시엄/수입 쇠고기 이력 및 경력관리, 입·출고 및 원산지 관리, 판매정보 및 소비자정보 조회/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유해 수입 쇠고기 추적 및 잔량 파악 통한 회수처리 속도 개선 국방부/RFID 기술 적용 국방 탄약관리 시스템 시범 구축/LG히다치 컨소시엄/탄약 취득·보관·사용·처분 현황 실시간 파악/팔레트, 박스 단위로 7천여개 태그 부착/탄약 적재관리 자동화에 따른 공간 효율성 증대, 재물조시 비용절감, 신속한 탄약현황 조회 산업자원부/RFID를 활용한 수출입 국가물류 인프라 지원사업/ECO 컨소시엄/EPC네트워크 플랫폼·산자부 수출입 무역망 연계 기반 자동차 부품 수출 물류 파악/GSCM 모니터링, 컨테이너 반출입, 부품출하 지원 시스템 등/수출입 물류 활용도 제고, 추적 고도화, 대외 신뢰도 향상
<실증 실험> 과제명/적용대상/사업내용 원아안전관리/구립 푸른어린이집/RFID 태그 이용한 원아 위치 파악, 태그 적용방식 최적화 연구, 개별 인원 이동경로 및 이동시간 자동인식 테스트, 위험 지역 접근 방지 CFS관리/부산 양산세관 보세창고/중국발 일본행 물품에 태그 부착해 이동경로 및 입출관리 테스트 환자·의료인·의료장비 위치추적 관리/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외래병동/이동 중 의료인 응급호출, 의료용 기자재 위치 파악 및 도난 방지, 환자 위치 추적 서비스 테스트
[연도별 세계 RFID시장 성장 전망](단위 : 억달러) (자료: ETRI·IDTechEx, 2004년 1월) 연도/2003년/2004년/2005년/2006년/2007년/2008년/2009년/2010년 규모/16.1/36.5/72.0/117.6/191.5/294.8/389.8/768.1
우리 생활 속에는 이미 간단한 기능의 RFID 시스템이 도입,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카드다. 교통카드 속에는 13.56MHz 주파수를 쓰는 RFID칩이 내장돼 있다. 이 칩은 최대 60cm 거리 안에 있는 판독기를 인식하고 대중교통 이용 정보를 판독기에 전달한다. RFID 칩이 내장된 교통카드가 도입되면서 탑승할 때마다 승차권을 사거나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이처럼 RFID는 이미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바꿔 나가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 RFID산업에 큰 기대를 걸고 야심차게 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산업에 손길을 뻗치고 있다. 당장 주머니에 현금을 챙겨주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RFID가 가져다줄 엄청난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RFID 사업자는 크게 4개 분야로 나뉜다. △칩, 태그, 판독기, 안테나 등을 개발하는 하드웨어업체 △미들웨어와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개발·유통하는 소프트웨어업체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 △솔루션 및 통신 서비스업체 등이다.
삼성전자, 국산칩 개발 완료
RFID의 핵심 부품인 칩은 아직까지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쓰는 형편이다. 필립스, 매트릭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히타치 등이 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된 칩을 공급하는 대표적인 업체들이다.
국내에선 삼성이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RFID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RFID/USN협회측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미 13.56MHz 대역의 칩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활용도 높은 유통분야에서 주로 쓰는 900MHz 칩도 개발 완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테크윈도 이에 발맞춰 900MHz 칩 양산을 위한 설비를 도입하는 등 RFID 핵심부품의 국산화에 시동을 걸었다.
RFID 관련 정책 포럼을 주도하는 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공식적으로 RFID칩을 생산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양산할 준비는 갖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RFID산업에 발동이 걸리는 내년께면 국산 칩 생산이 이뤄지고, RFID 보급의 열쇠인 칩 가격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RFID산업에 대한 의욕은 LG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LG산전과 LG CNS, LG히다치 등이 대표적이다. LG산전은 최근 사업설명회를 통해 “새 사업으로 정한 RFID부문을 강화해, 오는 2007년까지 매출 800억원을 달성하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이고 나섰다. LG산전측은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의 30%를 차지해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정통부의 조달청 시범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LG CNS는 LG전자와 월마트 등에 RFID 태그를 납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미국 국방부에 RFID칩을 납품하는 사비테크놀로지와도 제휴를 맺고 국내에 칩을 공급하고 있다.
정통부 시범 사업에 참여했던 아시아나IDT는 SI업체로는 드물게 RFID 태그 생산에 직접 나선 사례다. 이를 위해 아시아나IDT는 2005년 1월부터 ‘RFID 기술연구소’를 가동하기로 하고, 10여명 이상의 박사급 RFID전문가를 영입 중이다. 내년 3~4월께는 자체 브랜드를 부착한 RFID 태그를 출시해, 핵심 수요처인 항공 및 화물분야의 잠재 수요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이 밖에 현대정보기술은 지난 6월 유비쿼터스 전담조직인 ‘유비쿼터스 팀’을 신설하고, 용인 데이터센터에 900MHz대 RFID 테스트베드를 설치해 다양한 환경에서 구축 가능한 RFID 환경 실험에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부문에선 현대오토넷이 타이어용 RFID 기술을 내년 중순을 목표로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으며, 현대모비스도 KTF, ECO 등과 손잡고 지난 10월부터 수출용 자동차 부품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수출 물류 효율화 시범 사업’에 착수했다.
통신업체 가운데는 KTF와 SK텔레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KTF는 정통부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시범 사업과 산자부의 수출 물류 효율화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한편, hp와 손잡고 RFID 기반의 유비쿼터스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협력키로 했다. SK텔레콤도 ETRI가 주도하는 RFID 공동 연구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최근에는 국내 SI업체와도 제휴를 추진 중에 있다.
“외국계 기업, 국내 SI업체 위협할 수도”
이런 국내 기업들의 행보 못지않게 흥미로운 곳이 전 세계 IT시장을 주도하는 다국적 기업들이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와 IBM, hp와 오라클 등 세계적인 IT 장비업체들이 최근 들어 ‘RFID 솔루션’을 앞세워 신규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hp의 최근 행보가 가장 눈에 띈다.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은 지난 10월 중순 한국을 직접 방문해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만남을 갖고 한국에 ‘hp 연구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앞으로 5년간 약 500억원이 투입될 이 연구센터의 첫 연구과제는 다름 아닌 RFID. 한국을 시험 무대로 삼아 RFID 관련 산업을 한발 앞서 추진하겠다는 hp의 야심을 드러낸 대목이다. 이 밖에도 hp는 한국hp 내에 별도의 RFID컨설팅팀을 꾸리고 RFID 테스트 솔루션을 내놓는 등 전방위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11월 중순, 유통·제조·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RFID 플랫폼 ‘오라클 센서 기반 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IBM도 앞으로 5년 동안 2억5천만달러(2930억원)를 RFID 솔루션 기술 연구에 투입하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물량공세에 나섰다. IBM은 이 밖에도 올해 안에 자사의 미들웨어 ‘웹스피어’ 기반의 RFID 솔루션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밖에 SAP는 반도체기업 인피니언과 손잡고 RFID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솔루션을 지난 10월 내놓았으며,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RFID코리아와 손잡고 자바 기반 RFID 솔루션의 국내 판매와 컨설팅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외국계 IT기업의 경우 RFID 핵심 부품을 직접 판매하기보다는 아직까지 미들웨어 기반의 솔루션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즉 RFID 태그나 칩, 판독기를 파는 게 아니라, 판독기의 정보를 처음 받아들이는 서버와 이 정보를 전달·저장·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IT기업들은 자기네 제품을 쓰는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RFID 솔루션을 다시 파는 등 기술 경쟁보다는 마케팅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막강한 고객층과 영업력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할 경우, 국내 SI업체들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산원의 송석현 선임연구원은 “상용화의 전제조건인 기술 표준도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며 “올해 말께 주파수 기술 기준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상용화 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준화 작업 급물살
물류 및 유통부문의 RFID 관련 국제 표준을 제정하는 곳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업체 간 ‘사실상의 표준’을 제정하는 EPC글로벌 등 크게 둘로 나뉜다. ISO 내에는 다양한 워킹 그룹이 주파수 규약, 태그 식별, 데이터 프로토콜 등에 관한 표준안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환경에 따라 RFID를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모델을 만드는 ARP그룹이 별도로 활동하고 있다. ARP그룹은 특정 모델에 RFID 시스템을 적용할 때 가장 효율적인 태그 위치와 재질, 판독기 거리와 주파수 범위 등 최적의 구현 환경을 연구해 ‘표준 모델’로 제정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한국전산원이 실시하는 ‘실증실험’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국내 RFID 표준화는 지난 4월 설립된 한국전산원 ‘USN 표준화 포럼’이 주도하고 있다. USN 표준화 포럼은 4개 분과위원회로 나뉜다. 기술, 응용, 네트워크, 정보 보호 분과다.
기술분과는 ETRI를 중심으로 태그와 리더, 미들웨어 등의 표준화을 추진하는 곳이다. 응용분과는 한국전산원이 주축이 돼 RFID 응용 모델에 대한 실증 실험과 이를 바탕으로 ARP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네트워크 분과는 옛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인 한국인터넷진흥원(NIDA)이 주도한다. NIDA는 미국과 일본 등이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RFID용 정보검색 코드를 국내 시스템과 호환 가능하도록 하는 멀티 디렉터리 시스템(MDS)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국가별로 각각 채택해 쓰는 RFID 검색 시스템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모두 검색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검색 시스템인 것이다. NIDA는 최근 MDS 개발을 완료하고 이를 운영할 ‘유비쿼터스정보센터’를 내년께 설립해 국제 RFID 검색 서비스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이 주도하는 정보 보호 분과는 개인 사생활 보호와 위·변조 방지를 위한 암호화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사생활 침해 방지를 위한 ‘RFID 프라이버시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물류 및 유통산업용으로 908.5~914MHz 주파수 대역을 배정하기로 지난 7월 결정했다. 하지만 전파 혼선 방지를 위한 주파수 기술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현재로선 900MHz대 제품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11월 말 워크숍을 거쳐 올해 안에 기술 기준을 확정해, 내년부터는 제품 상용화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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