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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기형기자] 대한전선은 무주리조트, 쌍방울을 인수한데 이어 소주회사 진로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인수.합병(M&A)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게다가 네트워크 업체인 인네트, YTN미디어 등에도 출자하는등 이업종 M&A도 시도해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M&A시장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대한전선의 에너지, 저력, 그리고 비전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년 넘은 구식 건물에 튼튼한 철제책상. 서울 회현동에 위치한 대한전선 본사 사옥에 들어서면 최근 공격적인 기업인수.합병(M&A)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전선이 맞나 싶을 정도다.

마른 수건도 쥐어짜서 쓸 것 같은 보수적인 회사가 어떻게 치밀한 M&A전략을 구사하는 것일까?

　대한전선은 보수적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기업이다.

그 흔한 벤처투자 한번 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최근 M&A전에서 보여준 투자전략은 M&A전문회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상이 다 차려진 후 숟가락을 올리진 않는다

　진로산업 인수전에서 법원은 지난 11일 복수 우선협상대상자였던 대한전선과 LG전선중 LG전선을 최종인수자로 결정했다.

표면적으론 대한전선이 LG전선에 참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후를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대한전선이 거부하면 LG전선은 진로산업을 인수할 수 없게 돼있다.

진로산업 정리채권의 34%, 담보채권의 75.7%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 LG전선이 인수한다하더라도 대한전선은 막대한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초 340억원을 진로산업 채권에 투자, 200억원 가량의 투자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양수겸장 전략을 폈다.

진로산업을 인수하거나 진로산업 채권으로 수익을 내거나 대한전선으로서는 어느쪽이든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이었다.


　
현재 대한전선 앞에 있는 큰 고기는 진로다.

대한전선은 진로 담보채권 71%인 1700억원을 포함 총 7000억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 최권자다.

현재 외국계 금융기관인 UBS, HSBC와 컨소시엄을 구성,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진로산업과 마찬가지로 설사 인수하지 못한다하더라도 채권투자로만 수천억원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전선은 반드시 어떤 기업을 인수해야 하는 상황속으로 들어가지 않쨈? 이 또한 위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충 인수작업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판단한 적정가 이상으로 써내는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진로산업 인수제안서에서 대한전선은 700억원수준을 그대로 고수했고, LG전선측은 100억원가량을 더 써넣었다.



　◆ 외부인들이 M&A물건을 가지고 줄을 선다

　대한전선은 국내에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절에 진로 채권을 인수했다.

당시 골드만삭스가 진로의 채권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액면금액의 10%, 20%에 불과한 헐값이었다.

대한전선은 6개월여간의 연구끝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 지난해 6월께 채권매입에 들어갔다.

골드만삭스보다 높은 가격에 인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과감하게 사들였다.

대한전선은 3500억원이라는 자금을 투입, 최대채권자로 부상했다.



　대한전선이 맨 처음 진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대한전선은 오래전부터 자금이 풍부하기로 유명한 회사였다.

그렇다보니 돈과 관계된 사람들이 자주 찾았다.

진로도 이 과정에서 포착됐다.

요즘에도 M&A 대상물건을 들고 회사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라고 한다.

대한전선은 이같이 다년간에 걸친 외부와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돈이 되는 물건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워올 수 있었다.



　대한전선은 55년2월 창사이래 한번도 적자를 내지않았다.

'50년 무적자 신화'다.

돈 되는 곳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그렇지 않으면 미련없이 손을 뗐기에 가능했다.

수익성을 따져 건설, 가전, 알루미늄부문을 과감히 떼어냈었고, 국제통화기금(IMF)위기 당시 한덕생명도 포기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현금동원능력이 커졌다.

최근 3년간 1500억원의 순이익을 낸데 이어 올해 반기 순이익은 200억원을 넘는다.

지난 6월말현재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88억원, 단기금융상품 1200억원, 단기대여금 960억원이다.

이익잉여금은 1477억원. 게다가 서울 회현동 사옥, 안양공장(8만평) 등 곳곳에 알짜 부동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비전은 간단하다, 돈을 버는 것이다"

　대한전선의 비전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임종욱 사장은 우문현답한다.

"간단하다.

돈을 버는 것이다.

" 기업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고, 그 것 이외의 것은 다음 문제라는 설명이다.

올초 작고한 고 설원량 회장이 대한전선에 남긴 유언이다.

평생 검소하게 살았지만 유가족들이 사상최대 규모의 상속세(1355억원)를 신고토록 했던 설원량 회장이지만 기업 경영에 있어선 냉엄한 생존전략을 강조했었다.



경영전략이 공격적으로 바뀐 것은 외환위기 이후이다.

수차례 컨설팅을 통해 변화을 모색하면서 '변화와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임 사장은 "전선사업의 성장이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판단, 연관사업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수전선업체인 진로산업 인수를 통해 연관산업을 확장하는 한편 또다른 현금창출사업을 모색해왔다.

대한전선은 기존 전선사업에서 매년 영업이익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원래 전선만 생산하던 기업은 아니다.

80년대초까지 TV, 냉장고 등 가전사업을 했다.

하지만 가전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상품이 아주 빨리 바뀌는데 이를 따라갈 수 있는 기업문화가 아니었다.

그래서 소재산업인 전선에 집중했다.

진로 인수를 추진하는 것도 소주는 꾸준히 팔리고 현금이 계속해서 들어오기 때문에 전선과 비슷한 특성의 제품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대한전선그룹은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삼양금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