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기형기자] "신성장동력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의 물줄기는 시대가 만든다. 누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관건은 이 물줄기를 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문제다."(서
정진 셀트리온 대표)

"신성장동력은 이미 등장했다. 성장동력이 없어서 답답한 상황은 아니다. 이미 투자를 하고 있고 사람들이
흘러들고 있다.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지금은 희망을 쌓아가는 초기국면에 불과하다."(이원기 KB자산
운용 대표)

인천 송도에 자리잡은 바이오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대표와 여의도에 자리잡은 KB자산운용 이원기 대표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그들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굳이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기 보다는 현재
의 움직임을 제대로 파악하고 여기에 제대로된 방식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성장동력이 프리미엄 원천= 정보통신의 발달은 거리감을 없앴다. 따라서 국경이 없어졌다. 세계
가 리얼타임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지식도 공유하게 됐다. 이 때문에 글로벌 감각을 갖지 않고서는 사
업을 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패러다임의 변화에 가장 잘 맞는 사업이 바로 신성장동력으로 일컬어지는 산
업이다.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물류, 로봇, 금융 등이다. 이들 산업이 투자자들로부터 각광받는
이유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 상위 20종목을 보면 BT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선진 증시에 다국적 생활용품, 제약회사 등 다양한 업종들이 포진해있는것과 대비된다. P&G 존슨앤존슨 화
이자 등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를 넘는 기업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증시 시총6위인 포스코의 PER
는 5배를 밑돈다. 신세계(PER 21.72배) 등이 새로운 가치를 부각시키면서 약진한 것이 그나마 위안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시장의 근저에는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로의 전환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 이원기 대표는 "IT에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홈쇼핑, 전자상거래(e커머스),
엔터테인먼트, 게임 등 각양각색의 서비스산업이 기존 시스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강조한다. 다만
"기존의 중후장대산업에서 소프트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미미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
적한다.

◇제대로된 고민과 제도적 지원 필요= 이 대표는 대표적인 예로 교육제도를 꼽는다. 기존 산업에 투
입된 인력이 신산업으로 가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와이셔츠를 입고 도
장을 찍는 사람이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데 대학은 계속해서 이런 사람들을 사회에 내놓고 있다"며 "대졸 실
업률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한다.

막연하게 혹은 혼선 속에 진행되고 있는 신성장동력 투자에 대해 더 고민하고 세밀하게 연구하는 자세가 필
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들들면 물류의 경우 부두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국 일본의 기업들
이 한국 부두를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중일 3국의 물동량 정보를 하나로 묶어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고, 업계도 이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금융의 경우 허브로 가기 위해서 금융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땅을 만드는 전략까지도 상정해봐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금융허브를 필요로 하는 돈은 대부분 세계의 블랙머니라는 게 금융전문가들의 얘기다.
BT의 경우에도 학교에서 진행돼야할 연구와 산업으로서 기업이 맡아야할 부분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쓴
소리가 많다. 사이언스나 네이처를 보고 논문을 실은 교수 혹은 학계가 흥분할 수 있지만 온국민이 환호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코스닥시장 활성화, 올바른 투자문화 만들어 가야=신성장동력의 원천인 코스닥시장의 활성화도 중
요하다. 이미 코스닥시장에서 신성장동력별로 테마주가 형성돼 돈이 모여들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나름대
로 큰 의미가 있지만 제대로 된 방향으로 돈이 흐를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도 갖춰야 한다는 게 시장참여
자들의 목소리다.

2000년 벤처버블이 NHN , 엔씨소프트 같은 기업을 만들어낸 것은 인정하지만 너무나 큰 손실을 입었다. 돌
이켜보면 당시 벤처붐에는 이를 부추긴 사람, 들러리를 선 사람, 그리고 이를 악용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 지금 2006년 증시에서 각 경제주체는 벤처붐 당시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었는지를 생각해보고 똑같은 누를
범하지 않는 지혜를 보여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의 당부다. 제대로된 투자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힘을 모
아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현대차도 신성장동력=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리증시 디스카운트를 해소해온 기존 기업들
은 신성장동력이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이채원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은 이제 유가나 환율 등 외생변수에 충격없이 수익을 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 상무는 "자사주 매입 등의 소극적 주가정책보다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퀄컴이나 소니방식이 아닌 삼성방식, 현대차방식을 적용
한 제품을 만들어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유두영 튜브투자자문 대표도 "벤처기업 투자가 새로운 성장동력의 원천인 것은 인정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대기업의 체질개선이 상당기간 성장을 이끌어갈 것"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글로벌 대기업의 출현에 여전히 목말라했다.


이기형기자 lee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