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오래 지켜와본 편이다.
서프의 처음은 건강했던것으로 기억한다. 모든 사람이 열정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다.
물론 여기 있는 다른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노하우와 서프라이즈 중간에 필진이 교체되고 데일리서프가 분화되어 나가는 동안에도 틈틈이 눈팅을 하고 한두편의 글을 올렸고 대문에 올라가는 과분한 영광을 누리기도 했었다.

나는 생존해 있는 인물로 존경하고, 닮고 싶은 인물로 노무현 대통령과 안철수 안연구소 전 사장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은 자신이 가진 꿈의 실현을 위해 절차적 정당성을 외면하지 않았다. 
 안철수 전사장은 돈과 명예를 지키는 가장 간결한 방법을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돈을 쫓지 않고 명예를 쫓지 않고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대중적인 신뢰를 얻고 그 사명감과 희생정신때문에 잘나가던 의사자리도 때려치고 회사를 차리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는 겸손할 줄 알았고,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잘 분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노통은 다들 잘 알고 있는것과 같이 5공청문회, 명패사건, 3당통합반대, 부산시장출마, 후단협, 탄핵등의 일반인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역경을 딛고 지금의 여정을 지나오고 있다. 나는 그가 한 수많은 약속중에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라는 말을 으뜸으로 치고 싶다.

황박사 사건을 보면서 한때는 위대하게까지 보이던 서프의 논객들과 이곳의 현명한 눈팅족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는건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었다.
황박사가 한 빛나는 약속들을 덤덤하게 생각해보았다.
황박사가 그 약속을 지키기위해 한 일을 생각해 보았다.
그 일과 대마불사라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병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박정희 시대를 옹호하는 이야기만 나오면 부들부들 떨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성장주의의 신화와 그의 빛나는 약속에 눈이 먼 시민사회에 대해, 성찰을포기한 과학적 통찰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황박사의 사업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몰아주는 사업은 대기업위주의 개발주의와 어찌나 빼닮았는지. '변두리 연구실'에서 상식이하의 처우를 받으며 고단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가난한 과학자들을 생각해 보았는가. 중소기업에서 싸구려 임금을 받고 철야와 잔업을 밥먹듯 하는 노동자를 생각해 보았는가.
국익이란 이름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몇년간의 전쟁을 치르는 미국에 대한 비판은 밥먹듯 하면서 국익이란 이름으로 절차적인 정당성을 무시하고 국가예산 수천억을 쏟아붓는 사업에 대한 언론의 검증을 미친듯이 비판하는 이곳의 광기..

싸우면서 닮는다고 했던가..
독재와 싸우면서 독재와 닮고, 성역에 싸인 전통적 권위주의를 비판하면서 과학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했던 황박사에 대한 모든 문제를 국익이란 이름으로 덮어두고 가려는 "이상한 관용"을 지켜보는 중이다.
불임을 일으킬 수 있는 난자채취가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인가..
논문의 결정적인 성패요소인 수율문제인 몇 천개의 난자에서 단 몇 개의 줄기세포가 나오는가에 대한게 문제가 아니란 이야기인가..
논문조작이 업계에서 흔히 있는 일인데 재수없이 황박사가 걸렸단 이야기인가..
윤리위원회 구성이 검증자에 의해 구성되는 일이 정상적인 것인가..
검증을 요구하는 여론을 거부하고 병원에 드러누운 그가 한때의 김영삼과 겹쳐지기까지 한다.

원칙과 상식을 지키기는 어려운 일이다.
절차적인 정당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어떤결과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삼풍백화점 붕괴를 통해서, 대우그룹의 붕괴를 통해서, IMF를 통해서 왜 원칙과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왜 안되는지 뼈저리게 배웠다.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
황박사 사건은 국익의 훼손과 한국 과학계의 명예실추가 아니다.

아직 우리에게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확립하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노통의 꿈처럼 원칙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로 가고 있단 반증이란 사실을..

서프에서도 냉철한 지성으로 사건을 보는 시각을 달리하면 좋겠단 생각으로 끄적거려 본다.

(서프라이즈에 올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