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휴대폰 공중파 광고를 보면 “Is Something New?” 란 광고 문구가 나온다. 어떤 새로운, 하지만 그 기저에는 새로운 것 이상의 의미가 부여될 때 보통 “Something” 이란 표현을 쓰게 되는데 소디프신소재는 그런 면에서 적절하게 부합되는 회사다.
대백신소재로 잘 알려진 소디프신소재는 1982년에 설립되었는데 원래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CRT 등 브라운관과 PC 모니터의 표면 연마재를 제조해 온 회사였다. 하지만 1990년 대 후반 들어서 브라운관 TV의 성장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판단해 과감히 관련사업을 대폭 축소하기에 이른다. 그리고는 국내 대기업들조차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NF3란 특수가스 개발에 집중하면서 아예 주력업종 자체를 바꾸어버렸는데 급기야는 2004년 4월에는 사명까지 소디프신소재로 바꾸었다. “소디프”는 “Something Different”의 약자로 소디프신소재가 걸어왔던 20여 년 업력 동안의 모든 변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소디프신소재의 영업이익률은 2001년 8.9%를 기점으로 계속 증가해 3년 연속으로 두 자리 수의 영업이익률을 보이면서 작년에는 32.1%까지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변화의 시발점이 된 2001년은 국내 최초로 NF3 제1공장을 준공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NF3가 도대체 어떤 물질이길래 수익성의 레밸업까지 가능하게 했을까? NF3는 반도체 및 LCD 제조공정에서 CVD 챔버의 세정가스로 쓰이는 특수가스다. 일반적으로 CVD 챔버에 반도체 웨이퍼나 LCD 원판을 넣고, 특수가스를 주입하면 화학반응이 발생해 전도막이 형성되는데 문제는 이 전도막이 반도체 웨이퍼나 LCD 원판뿐만 아니라 쳄버 벽에도 막이 생겨 다음 공정을 위해서는 “반드
시” 깨끗이 세정해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 필요한 특수가스가 바로 NF3인 것이다.
하지만 소디프신소재가 NF3를 양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쪽 시장은 모두 해외업체가 주도하다시피했다. 미국의 Air Product를 비롯해 일본의 간토덴카 공업과 미쓰이 화학 등이 주요 업체들인데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충분한 CAPA가 가능한 제조업체들은 7개 업체 정도 밖에 안 돼 완벽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향후 성장성이 뛰어난 반도체 및 LCD 관련 디스플레이 산업을 최전방산업으로 두면서 반복소비 제품인 NF3를 공급하는 사업구조가 매력적이다. 연간 한 라인당 소요되는 NF3의 물량은 약 70톤에 이른다고 한다. 한마디로 반도체 및 LCD 관련업체들을 신규 거래처로 뚫기만 하면 단순히 가스만 공급해주는 단순한 네트워크형 BM인 것이다.
그 외 NF3 제조를 위해 소요되는 원자재인 HF와 NH3 그리고 T/P Powder 등은 대부분이 국내 조달이 가능하고, 생산량 역시 풍부해 원가구조에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재료비 중 약 15% 비중만 차지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기존의 연마재 사업의 주재료인 Graphite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매출액 기여는 NF3가 75.7%, 연마재는 17.1%를 차지해 수익구조가 견조해졌다. 2001년 NF3 제1공장 준공을 계기로 원가율이 급속히 감소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전량 해외업체에 의존하던 NF3의 국산화에 성공한 소디프신소재의 파워를 여실히 보여준 게 작년 4분기 때다. 일반적으로 국내시장은 직영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고, 해외시장은 중간 도매상을 끼고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작년 4분기 소디프신소재의 NF3 출하량은 당시 시장 예상을 하회한 79톤 수준이었는데 이는 소디프신소재가 2002년 NF3 매출이 발생한 이래로 처음으로 전분기와 비교했을 때 감소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출하량 감소는 NF3 단가인하를 요구한 해외시장 중간도매상의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데 중간도매상으로의 물량을 대폭 축소하면서 출하량 감소가 불가피했다고 한다. 당시 환율하락과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의 실적악화의 영향으로 전방산업의 단가인하 요구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분기의 영업이익률은 32.5%로 오히려 전분기 대비 2.4%가 개선됐다.
소디프신소재는 2001년 NF3 제1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2003년 5월에는 NF3 제1공장 증설 및 2005년 3월에는 NF3 제2공장을 준공해 기존의 CAPA를 300톤에서 900톤까지 확장했다. 이는 업계 1위인 Air Product의 1,900톤 다음으로 세계 2위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CAPEX가 불기피했으나 2004년 LG필립스 파주공장의 6세대 라인 가동과 2005년 삼성전자 탕정공장의 7세대 라인 가동 그리고 대만업체들이 올해 들어 7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전방산업의 수요증가가 여전히 예상돼 지속적인 CAPEX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에 따라 소디프신소재는 매출규모 증가가 예상되고, 고정비 부담이 크게 감소해 견조한 실적기조는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소디프신소재는 NF3뿐만 아니라 WF6 및 SiH4 등 기타 특수가스에 대한 투자도 병행하고 있다. 이미 WF6 공장은 지난 3월에 준공된 상태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WF6와 반도체/LCD 공정에 쓰이는 SiH4는 향후 NF3에 집중된 소디프신소재의 매출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방산업의 수요 증가에 맞춰 전 세계 NF3 제조업체들의 생산설비 증가가 대규모로 계속되고 있어 이에 따른 공급과잉의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방산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가인하 요구압력은 예전과 같지 않게 강력할 수 있다는 점은 점검해봐야 할 리스크다. 또한 작년 2월에 발행한 무보증 해외전환사채의 미전환된 전환사채 44만 3836주(발행주식 수의 5.4%)와 스톡옵션 39만2000주(발행주식 수의 4.8%) 등에 대한 물량부담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는 점도 관찰대상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