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치투자라고 하면 가격과 가치를 따져서 투자하는 것을 말하곤 한다. 가치에 비해 싸게 거래되는 가격의 주식을 매입하는 것을 가치투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가격과 가치를 따져라’라는 말은 ‘열심히 공부하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이 말은 하나 아무 말을 하지 않은 것과 같은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과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을 가치로 볼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는 것이다. 무엇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를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것이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책상에 붙어 있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 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 수학을 잘하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 영어를 잘하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인지를 정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것은 공문구인 것이다.

 

우리가 투자라는 행위를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이익을 얻기 위해서다. 투자란 우리가 오늘 지불한 돈을 통해 미래에 더 많은 돈을 얻는 행위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의 일정시간 후에 그 기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돈의 현재 가치이다.

 

쉽게 설명하면 여기 연봉이 일천만원인 두 명의 사회초년병이 있다고 해보자. 그런데 한명은 평범한 샐러리맨이고, 다른 한명은 의대를 졸업한 의사 초년병이라고 해보자. 이 둘의 가치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다를 것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여기 작은 기업에 취업한 연봉 일천만원의 신입사원과 일류 기업에 수석으로 합격한 연봉 이천만원의 신입사원이 있다고 해보자. 이 둘의 가치차이가 단지 천만원일까? 아마 그보다는 훨씬 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가격과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무엇을 가치로 볼 것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가치는 현재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에 그 기업이 벌어들일 미래이익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를 따질 때는 현재의 가치와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미래까지의 미래가치와 비교하는 것이 보다 합당할 것이다.

 

현재가치와 비교하는 지표로 흔히 사용되는 것이 PBR(주당순자산배율, 주가가 1주당 자산의 몇 배인가를 보는 지표)과 PER(주가수익비율, 주가가 1주당 벌어들이는 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는 지표)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샐러리맨초년병과 의사초년병을 동일시 하거나, 일반 신입사원과 수석 신입사원의 차이를 단지 일천만원으로 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미래가치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런데 미래가치에 대한 것은 최근에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근 70여년전인 1938년에 존 버 윌리엄스가 쓴 [투자가치이론]이란 책에 의해 이미 주장된 개념이다. 그는 그 책에서 가치란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미래의 일정시점까지 벌어들일 돈을 현재기준으로 환산한 금액을 가치로 정의한 것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기업의 가치란 ‘미래에 벌어들일 돈의 현재 가치’라는 지극히 정당하고 당연한 주장보다 PER나 PBR같은 현재가치에 더 익숙한 것일까? 그 이유는 역사적 흐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존 버 윌리엄스의 [투자가치이론]이 나온 당시는 1,2차 세계대전과 1929년의 세계대공황으로 모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던 사회풍조에 놓여 있던 시대이다. 그로 인해 그의 이론이 투자자들에게 쉽게 납득되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오히려 당시의 불안한 사회적, 경제적 풍조는 투자자들을 PBR이나 PER같은 현재가치에 보다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현재가치가 완전히 무시할 수 있는 사항이라는 것은 아니다. 기업의 가치는 어느 정도는 현재가치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가치에 의해 더 많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현재가치와 미래가치의 적당한 비율을 찾는 것, 그것이 가치투자자가 항상 고민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땅만 보고 걷는다면 우리는 쓰레기를 줍는 어리석음을 행할지 모른다. 반대로 하늘만 보고 걷는다면 우리는 별을 따려는 무모함을 가질지 모른다. 그러나 약간 고개를 쳐들고 먼산을 응시하고 걷는다면 우리는 좋은 기업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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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솔노트]를 연재하시는 청솔님은 [이제는 가치투자다]란 저서와 [가치투자의 둥근해가 떴습니다]란 가치투자CD가 만들어 가치투자를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솔님은  ‘㈜한국기술평가’ 이사와 ‘㈜플러스게이트’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팍스넷에 [가치투자베이스캠프(청솔클럽) (myclub.moneta.co.kr/91017243443)] 이란 동호회를 운영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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