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효과 -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
Fama와 French는 효율적 시장가설로 노벨상을 받았지만 그들은 1992년 '기대수익의 횡단면 분석'이란 논문을 통해 효율적 시장가설을 부정하는 고해성사를 한다. 1970년대 효율적 시장가설의 기수였던 그들은 20년후 그들의 대업이 부정될 가능성을 열어 두게 된다. 그들은 저PBR에 투자했을 때 무작위로 투자하는 것보다 적은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들은 PBR을 10개 투자 포트폴리오로 구분하여 1963년 7월부터 1990년 12월까지의 월간투자수익률로 비교한 투자성과를 토대로 저PBR 포트폴리오의 우수성을 입증하였다.
최저 PBR 포트폴리오는 월 평균 1.65%의 수익이 발생하는 반면 최고 PBR 포트폴리오는 월 0.72%의 수익이 발생하여 거의 2배 이상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한다. 연수익률로 환산하면 복리수익인 경우 최저 PBR은 21.7%의 수익을, 최고 PBR은 9%의 수익이 발생한다.
뉴욕주립대의 오펜하이머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기법을 검증하는 시뮬레이션을 시도하였다. 1970년 12월 31일부터 1983년 12월 31일까지 13년 동안 주당 순유동자산 가치의 66%이하에서 거래되는 주식에 투자하여 매년 말 기준으로 교체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본 결과 연평균수익이 29.4%로, 시장평균수익률 11.5%보다 18%이상의 초과수익이 발생함을 입증하였다.
저 PBR를 이용한 투자의 의미는 무엇인가?
PER와 PBR은 주가와 재무지표와의 비율을 나타낸 지표이다. PER는 주가와 EPS(주당순이익)의 배수를, PBR은 주가와 BPS(주당순자산)의 배수를 나타낸다. EPS는 손익계산서를 통해서 BPS는 대차대조표를 통해서 산출된다. 결국 PER는 손익계산서에서 PBR은 대차대조표를 통해서 추정이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의 의미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회계정보이용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다. 회계정보이용자 특히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는 기업의 가치를 의미한다. 기업의 가치는 미래의 창출될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로 표현되는데 미래에 창출될 현금흐름을 추정하기 위해서 바로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가 필요하다.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는 경제력의 두 가지 측면을 나타낸다. 독자 여러분의 경제력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상식적으로 개인의 경제력을 부동산과 연봉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상식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상식적인 생각이 반영된 것이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이다.
대차대조표는 우리의 재산(회계적으로는 자산)을 표현하며 손익계산서는 우리의 연봉(회계적으로는 수익)을 나타낸다. 결국 개인의 관점에서도 미래에 누가 부자가 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재산과 그 사람의 연봉을 들어보면 개략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저PBR 전략은 결국 ‘부자에게 투자하라’는 권유인 것이다. 해성산업의 예를 들면 해성산업은 2002년 기준으로 주당순자산이 9400원을 상회하는 반면 2003년 11월 중순의 주가는 2200원이 안된다. 현재 시점의 PBR은 0.23이다.
해성산업의 경우 자산구성이 주로 건물(100억)과 토지(700억) 그리고 투자주식(250억)으로 되어있으며 토지의 비중이 가장 크다. 다시 말해서 PBR이 0.23이란 의미는 장부가치보다 77% 할인된 가격에 거래됨을 의미한다. 해성산업의 경우 장부가치 940억짜리 건물이 주식시장에서 220억에 77% 할인된 가격에 거래됨을 의미한다.
PBR 개념의 투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
첫째는 자산의 질이다. 해성산업의 경우 건물이나 토지 투자유가증권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창투사의 경우 벤처기업들에 투자한 투자유가증권으로 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자산의 변동성은 창투사 자산의 변동성보다 안정적이며 자산의 질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우수한 자산은 벤자민 그레이엄의 생각처럼 현금자산이나 현금자산에 가까운 유동자산이다. 그러나 한국적 상황에서 부동산은 괜찮은 자산이다.
둘째는 수익과의 관계이다.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들은 사실은 장기적으로 자산을 잠식할 수익구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무리 부자라도 현금을 벌지 못하는 부자는 자산을 까먹으면서 생활을 해야 하고 이런 경우 현재 장부가치보다 시장가치가 낮게 형성되는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한 이론이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개념이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부도직전까지 갔던 성신양회나 건설회사들은 그 기업들의 자산을 발판삼아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하고 있다.
투자에도 유행이 있다. 필자의 생각으론 현재의 중심적인 투자 트렌드는 이익중심의 투자패턴이다. 이익중심의 투자패턴은 고액 연봉자를 선호하는 패턴으로 엔씨소프트나 삼성전자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자산중심의 투자패턴은 땅부자를 선호하는 패턴으로 경방이나 해성산업 같은 경우를 들 수 있다. 대표적인 자산중심적 투자자는 벤자민 그레이엄이라고 할 수 있다. 워렌 버펫은 자산중심적 투자에서 이익중심적 투자로 전환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주식투자를 간혹 결혼과 비유하기도 한다. 고액연봉자, 땅부자 아니면 미래가 촉망되는 모험가와 결혼할 것인가. 정답은 시장이 말해줄 것이다. 다만 시장의 마음은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래서 워렌은 고액연봉을 받을 땅부자와 결혼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예기자 이방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