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5여년전쯤 우리 아버지가 하는 슈퍼 앞에 똑같은 품목을 취급하는 가게가 들어섰다. 우리 아버지는 늘 그래왔듯 새벽 6시에 전에 가게문을 열고 주변 길을 모두 다 청소하시고, 새벽 1시이후에 문을 닫으시는 일을 연중 무휴로 계속 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늘 친절하게 동네사람들과 이야기친구로 지내고, 가게는 동네 사랑방이 되었다. 시장에서 신선한 야채를 사놓고, 동네 사람들의 경조사에 늘 찾아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나누시는등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단골고객에 대해 외상거래를 해서 손님의 편의를 돌보아 주었고, 나를 통해 가까운 거리라도 무거운 물건을 배달하는 등의 편의를 아끼지 않았다.
3년후 우리 가게앞 슈퍼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그 가게의 물품을 인수하셨다... 또 오래지나지 않아 또 한번 앞에 가게가 생겼지만,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적어도 이마트가 청주 변두리에 들어오기전까진 우리가게는 그 일대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가게였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우리가게의 핵심 경쟁력은 최고의 성실성과 동네사람과의 끈끈한 유대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거기에 덧붙여 부채비율 0%를 수십년동안 유지할정도로 훌륭한 현금흐름도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

2.

투자는 좀 단순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붓글씨 쓰다 잘못썼다고 개칠을 하면 서예는 커녕 휴지가 되는것이기에..
너무 어렵게 생각말고, 다섯문장안에 상대방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가 있는 투자아이디어, 즉 핵심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가령..
"저 냉면집은 국물맛이 죽여줘."
"저 슈퍼의 채소는 늘 신선하고 가격도 싸단 말이지"
"저 가게는 아저씨가 너무 인상도 좋고 친절하단 말야."
이런 한마디가 그곳의 핵심 투자아이디어이자 핵심 경쟁력이다. 그 핵심경쟁력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면 장기적으로 그 가게는 그 주변의 수많은 가게들을 도산시킬 것이며 자연스레 독과점의 지위까지 가게 될 것이다.
물론, 재무제표는 기본이자 옵션이다.

3.

너무 똑똑한 사람들은 너무 현란하고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고 모두가 손해를 볼 말도 안되는 계획도 탁월한 능력으로 성공시켜 기업을 망하게 하곤 한다. (가령 노벨상 수상자들이 만든 롱텀캐피탈, 미국의 우수인재를 싹쓸이한 엔론의 사례는 유명하다. 이런 기업들은 또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수만명의 실업자를 양산하고 금융시스템을 교란하면서 무너졌다. 왜..넘 똑똑하니까..)
과도하게 똑똑하면 자기자신을 변호하는데에도 능숙하기때문에 왜 망했는지도 모르게 망하곤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지녀야할 핵심 경쟁력을 망각하고 수사와 형식논리의 틀에 갇혀 허우적대다 제풀에 꺾어지는 모습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기업에서 인재를 양성할때 이런 핵심 엘리트보단 그냥 중간만 가는 시니어급이 나을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