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초고압 케이블(전력선) 시장이 3년째 호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케이블 시장의 성대한 잔치는 향후 3∼4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오일머니의 힘에 의한 중동지역의 간접인프라(SOC)망 확충에 따른 초고압 케이블시장이 만개하고 있으며 미국과 호주 대형 정전사태에 따른 노후화된 기존 케이블을 초고압 케이블로 교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과 대만의 지진 영향으로 송전탑에 연결하는 가상망에서 땅속으로 들어가는 초고압 지중 케이블 시장의 성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지만 10년 만에 찾아온 케이블시장의 호황에도 불구, 글로벌 선두 케이블 업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한국의 LS전선이 북미, 중동 및 아시아의 초고압 케이블 시장의 국제 입찰 대형 프로젝트에서 선진 업체들을 잇따라 제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두 3∼5개 업체가 독식하던 하이엔드(고부가가치 상품의 첨단기술 제품)시장에서도 LS전선은 놀라운 사건들을 잇따라 터뜨리며 글로벌 업체 ‘톱5’로 성장의 가능성을 힘껏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고압 케이블 글로벌시장에서 ‘우뚝’

LS전선이 국제 경쟁입찰에서 첫 번째 명함을 내민 것은 지난 2004년 2000만달러의 사우디아라비아 초고압 가교폴리에틸렌(XLPE) 전력 케이블 대형 프로젝트에서 시작했다.

사우디 수주는 세계 1위 케이블 업체인 프랑스의 넥상스, 2위 이탈리아 프리즈미안과의 치열한 국제 경쟁을 펼친 결과다.

그 당시 넥상스와 프리즈의 케이블 관련 매출은 각각 50억달러, 40억달러를 넘어서는 규모였으며 LS전선은 2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세계 7번째 규모의 기업이었다.

매출 규모뿐만 아니라 400㎸ 초고압 XLPE 전력 케이블을 국제입찰에서 수주한 경험도 일천했다.

전 세계 케이블업체들의 질투와 부러움 속에서 진행된 사우디의 초고압 전력 케이블 사업은 2년간 진행됐으며 현재 완전 정상 가동돼 LS전선은 국제 케이블시장에서 강자로 우뚝섰다.

글로벌 케이블시장에서의 LS전선의 행보는 빠르고 놀라울 정도로 전 세계 곳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사우디로 시작된 중동시장에서는 바레인, 카타르, 오만 시장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미국시장에서도 대형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선진 업체들을 따돌리며 국제 입찰에 성공했다.

■기술투자로 홀로서기 ‘성공’

고도의 기술력이 바탕이 되는 초고압 XLPE 전력 케이블의 글로벌 시장은 성장이 가파르다.

LS전선의 이 분야 매출은 매년 100% 가까운 성장세를 달성하고 있다. 지난해 1억2000만달러에서 올해 2억4000만달러, 내년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4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LS전선이 글로벌 케이블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연구개발(R&D) 투자로 통한 ‘기술 독립’이었다.

케이블시장의 호황기였던 90년대 중반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던 LS전선은 히타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잘나가던 시절에 시장도 형성되지 않고 수요도 없는 제품 개발에 착수한 것이다.

홀로서기 없이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을 뿐더러 특히 글로벌 케이블 산업의 10년주기 업황 사이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첫 번째로 LS전선은 400㎸급 초고압 XLPE 전력케이블 및 접속함을 포함한 시스템 개발을 위해 지난 1997년부터 6년간 총 1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

지난 2002년 국내 전선업계 처음으로 개발에 성공했으며 그해 중전기기 분야의 국제 인증기관인 네덜란드 KEMA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

초고압 XLPE 케이블은 송·배전용 지중선로로 사용되는 가교폴리에틸렌 절연케이블(Cross-Linked Polyethylene)로 기존 OF(Oil-Filled)케이블에 비해 송전능력이 높고 전력손실률이 낮은 제품이다.

특히 절연물로 오일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오염 방지와 화재시 방재능력이 강화된 제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345∼400㎸급 초고압 전력케이블시장이 최근 형성되어 향후 점진적인 수요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mindom@fnnews.com 박민철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