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하섭은 두 팔을 휘저으며 울음도 비명도 아닌 소리를 다급하게 지르고 있었다. 흉악한 꿈에 쫗기고 있거나 가위에 눌리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를 깨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팔을 뻗쳤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그의 몸 가까이에서 멈춰지고 말았다. 감히 그의 몸에 손을 댈 수가 없었다. 그가 맨몸이어서가 아니었다. 그는 계속 괴로운 몸부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허공만을 자꾸 잡아쥐며 가늘게 떨렸다. 잡귀에게 잡히면 안되는디...... 혼을 빼았기면 안되는디...... 그녀는 안타까움으로 팔을 뻗쳤다가 자기의 가슴을 뜯다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잡귀를 물리쳤는지 그는 잠시 후에 편안한 잠을 이어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끌어당겨 그의 어깨까지 덮었다. 그러다가 그의 이마 맺혀 있는 땀방울을 보았다. 그녀는 벽에 걸린 삼베수건을 내렸다. 그녀는 돌아서다가 그 수건을 방구석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반닫이로 급히 다가갔다. 흰 광목수건을 꺼냈다. 조심조심 땀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비로소 정하섭이라는 남자의 생김새를 낱낱이 살피고 있었다. 희고 넓은 이마, 숱 많은 새까만 눈섭, 산줄기처럼 곧게 뻗어내린 콧등, 골 깊은 인중 아래 뚜렷한 윤곽의 입술...... 세월은 한 소년을 이렇듯 준수한 남자로 바꾸어 놓았고, 그 남자의 땀을 손수 닦아내고 있다는 사실에 그녀는 그저 목메일 뿐이었다.
식은땀을 다 닦아낸 소화는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그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그 모습은 지치고 피곤해보였다. 이 사람은 어젯밤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새벽녘에 들이닥친 것으로 보아 사람의 눈을 피해 밤새껏 먼 길을 걸어온 것이 분명했다. 「그렇소. 제대로 맞췄소. 내가 바로 빨갱이오. 」서슴없이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귀를 쟁쟁하게 울려왔다. 그는 왜 좌익을 하는 것일까.
영어의 she, he가 일본을 갔다가 우리나라에서 '그녀, 그'로. 본디 우리말인 것처럼 마구 쓰인다고 한다.
한국, 미국, 일본 등이 나오는 역사 소설. 내용을 담는 그릇인 말과 글을 좀 더 신경 쓰면 어떨까.
'황홀한 글감옥'은 인상이 깊었는데 태백산맥 읽으면서는...... 10권이 아니라 5권으로 충분했을까?
2. 정하섭은 두 팔을 휘저으며 울음도 비명도 아닌 소리를 다급하게 지른다. 무서운 꿈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소화는 깨워야겠다고 생각하고 팔을 뻗쳤으나 손이 사내의 몸 가까이서 멈추고 만다. 몸에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사내가 맨몸이어서가 아니다. 계속 괴로운 듯 몸부림을 치는데 여인의 손은 자꾸 허공만 잡아 쥐며 가늘게 떤다. 잡귀에게 잡히면 안 되는디...... 혼을 빼앗기면 안 되는디...... 여인은 안타까워 또 팔을 뻗치다가 제 가슴을 뜯으며 안절부절 못한다. 사내는 잡귀를 물리친 듯 잠시 뒤에 편안하게 잔다. 여인은 이불을 조심스럽게 끌어 당겨 어깨까지 덮어 준다. 그러다가 사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고 벽에 걸린 삼베 수건을 잡고 돌아서려다가 방구석에 떨어뜨린다. 그리고 급히 반닫이로 다가가서 흰 광목 수건을 꺼내서 조심조심 땀을 찍어 내면서 비로소 정하섭이라는 사내의 생김새를 살핀다. 희고 넓은 이마, 숱 많고 새까만 눈섭, 산줄기처럼 곧게 뻗어내린 콧등, 골 깊은 인중 아래 윤곽이 뚜렷한 입술...... 세월이 한 소년을 이렇게 준수한 남자로 바꾸어 놓았고, 자신은 이렇게 그 사내의 땀을 훔쳐 준다는 사실에 그저 목이 멘다.
식은땀을 다 훔쳐 낸 소화는 깊은 잠에 빠진 하섭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몹시 피곤해 보여 안쓰럽다. 이 사람이 어젯밤에 어디서 왔을까? 새벽녘에 들이닥친 것으로 보아 사람의 눈을 피해 밤새껏 먼 길을 걸어온 것이 분명하다. 「그렇소. 바로 맞췄소. 나는 빨갱이오.」서슴없이 말하던 목소리가 다시 귀에 쟁쟁하게 울려온다. 이 사람이 왜 좌익을 하는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