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전화가 왔다.

대중목욕탕에서 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돌아가셨다고.

일요일이면 엄마랑 아빠는 목욕탕을 들렀다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간다.

새로 산 보청기도 얼마 사용하지 못하고 가셨네.

엄마가 그렇게 싫어해도 마당에 있던 개미를 망치로 하나씩 잡고 계셨는데.

평생 눈치보며 산 엄마는 이제 좋을까.

앞에서 말 못하고 아빠 없을 때 흉을 보셨는데 흉 볼 사람이 없어서 외로울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사를 그만 지낼 수 있어서, 차례 음식 준비하지 않아서 개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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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하고 납골당에 모셨다.

4형제 중에 막내지만 유일한 아들이 나보다 어른인 줄은 오늘 제대로 알았다.

아이 셋을 키우는 둘째는 이번 설에 시골 가는 비용이 아까워 내려가지 않았다며 운다.

곧 몇 년 후면 40인 셋째 딸은 아빠 생전에 사과 받으려고 했는데 하며 운다.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점심에 염하고 저녁에 손님들이 다녀 가고. 새벽 2시.

이럴 때만 모이는 친척들끼리 모여 술 한잔.

돌아 가신 아빠가 첫째 딸이 부자라고 어디에 얼마나 자랑을 했는지 몰라도

뜬금없이 **이모와 엄마가 장사 밑천을 대면 부침개에 막걸리를 팔아 보고 싶다며.

이전부터 생각했는데 지금 말한다며. 혼자인 엄마를 서울로 불러 이모와 가깝게 살며 장사를 하고 싶다고.

그 얘기를 왜 나에게.

어느 이모 딸은 장례식장에 도착해 내 손을 꼭 잡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마구 꺼낸다.

목례 정도만 했지, 한 번도 이렇게 가까이 앉아 길게 대화 나눈 적 없는데.

상담 일을 하는데 마음이 약해 제 값을 못 받아서 수입이 그저 그렇다는.

사람 노릇.

다른 구성원이 현재 상태 이상의 가족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말을 믿고 거기에 맞춰야 하나?

겉으로 친한 척이든 뭐든 깊이 문제 말고, 최소한 인사 정도는 하고 지내는.

지금보다 가깝게 어울리기에 멀리 온 게 아니냐며.

부모가 막내만 자식 취급하며 평생을 사셨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우리 넷은 부모와 조금은 다르게, 나은 방식으로 살았으면 했는데 필요 없다니 할 말이 없었다.

막내는 여전히 부모 위에 부모인 양 살고 있고 불만 없다.

둘째는 **에 도움, *** 전 **의 도움 없이는 혼자 힘으로 살려고 시도하지 않으며.

셋째는 집 밖에 나오는 게 무섭다며 남편의 비위를 맞추며 편하지만 불편하게 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는 태어날 때 부터 부자인 사람 취급 받으며

'돈'이야기를 하는 가족, 친인척이 언제부터 주위에 이렇게 있었나 깜짝 놀랐다.

아빠가 돌아가셔서 슬프진 않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과 별 다를 게 없어서 슬프다.

사는 게 달라서 친해지기 힘들다? 나도 돈이 없어서 가난해야 어울릴 수 있다?

앞으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 지 고민해야겠다.

살아있어도 시체같은 사람들이 있다.

왜 사냐고 물으면 화를 내고

자신에 대해서 소개해 보라고 하면 또 화를 내고.

뭐하면서 살고 싶냐고 물어도 화를 낸다.

모르는 게 많을 수록 화가 난다.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모른 척 하는 데 기운을 쓰면

알려고 하는데 쓸 기운이 없다.

아빠, 아빠가 날 애도해 줘야겠다. 나도 모르는 게 많아...... 그래서 그런 건데 말이야......